4일(현지 시각) 라이언 의장은 위스콘신의 지역 방송 WTAQ에 출연한 자리에서 트럼프가 전당대회 이후에 "이상한 행보를 보였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그것이 그에게 '백지 수표'를 준 것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후보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라이언 의장은 "공화당의 원칙이 왜곡된다면 나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맞설 것이다.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면 가만히 앉아 침묵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화당의 지도자로서 당의 원칙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후보는 지난 7월 28일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연사로 오른 무슬림계 미국인 변호사 키즈르 칸 부부의 연설을 두고 무슬림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특히 이 부부의 아들이 이라크 전쟁에 참전, 전사한 군인이라는 점 때문에 트럼프 후보의 발언은 상당한 역풍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라이언 의장과 존 매캐인 상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주류 인사들은 트럼프 후보를 비판했고 3선 하원의원인 리처드 한나는 공화당 내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는 이러한 당내외 비판에도 태도를 바꾸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을 비판하는 공화당 내 인사들에 맞불을 놓았다. 그는 오는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의원 선거에서 라이언 의장이나 매케인 의원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라이언 의장의 당내 경쟁자인 폴 넬런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 후보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이날 방송에서 "내가 원하는 유일한 지지는 지역 구민들의 지지"라면서 트럼프 후보의 협박성 발언에 개의치 않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힐러리-트럼프 격차 더 벌어져
트럼프 후보의 '막말'로 공화당 내부의 반발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종료된 지난 7월 28일 이후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후보와 클린턴 전 장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잇다.
미국 방송 NBC가 7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47%의 지지를 얻어 38% 지지에 그친 트럼프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9%포인트 차로 앞서 나갔다.
여론 조사 기관 '맥클라치-마리스트'가 지난 1일부터 3일 유권자 113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 후보는 각각 48%, 33%의 지지를 얻어 격차가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주요 경합 지역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이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다. '프랭클린 & 마셜 칼리지'가 펜실베이니아 주 유권자 105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일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은 49%의 지지를 받아 38%에 그친 트럼프 후보를 11%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이번 대선의 주요 승부처로 꼽히고 있는 '러스트 벨트(Rust Belt, 쇠락한 공업 지대)'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이 강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 지역인 미시간 주의 경우, 디트로이트뉴스와 WDIV-TV가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이틀간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41%의 지지를 받아 32% 지지를 받은 트럼프 후보를 9%포인트 차로 앞섰다.
백인 거주자가 많아 트럼프 후보에게 다소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뉴햄프셔 주의 경우 민주당 전당대회 전까지 클린턴 후보가 근소한 우위를 보였으나 현재는 확연하게 앞서 나가고 있다. 보스턴의 공영 라디오 방송인 WBUR이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유권자 60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이 51%를 얻어 34% 지지에 그친 트럼프 후보를 무려 17% 포인트나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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