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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왜 감세하냐고? 세금이 남아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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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만수 "왜 감세하냐고? 세금이 남아서 고민"

감세실효성 질문에 "장기적·종합적 효과 있다"

정부여당이 발표한 대규모 감세정책의 효과에 대한 비판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분배를 많이 했는데 실패하지 않았나.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무시한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이데올로기적 방어태세를 취했다.
  
  이번 감세안의 기획자인 강 장관은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집중되는 감세안이 경기에 미치는 실질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수리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종합적 전후방 효과를 살펴봐야 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강 장관은 "감세로 인해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투자와 소비를 늘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예상 적하 효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강 장관은 야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여당 의원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도 "그런 식으로 질문하면 답변하기 힘들다"면서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등 예민해진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사회주의 국가가 실패했기 때문에 세금 깎아준다?
  
  
강 장관과 야당 경제통들의 논쟁은 치열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지난 10년'의 중심에 서있었던 강봉균 의원은 "고소득층일수록 세금을 깎아줘서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적다는 이론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장관은 "단기적으로 볼 때 그런 이야기가 성립되지만 중장기적인 효과를 봐야한다"고 답했다.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로 투자와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다는 정부 주장은 과장된 것으로, 국민들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강 장관은 "감세와 투자 증가의 상관관계는 다수가 인정하는 것"이라는 답을 반복했다.
  
  다시 강 의원은 '세금을 줄이는 만큼 재정지출을 줄이면 거시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로다'고 말했지만, 강 장관은 "수리상으로는 제로다"고 인정하면서도 "종합적으로 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민주당의 또 다른 경제통 김효석 의원과 강 장관의 논쟁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강 장관이 근거로 인용하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용역을 받은 조세연구원의 논문인데, 그 논문에는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는 법인세 인하 효과가 크지만 선진국의 경우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세금감면과 재정지출의 승수효과를 균형있게 봐야 한다"면서 "조세감면의 승수효과와 재정지출의 승수효과 중 어느 쪽이 더 크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수리경제학에 의하면 (재정지출의 승수효과가)더 크다고 교과서에 나와 있지만 (현재 상황은) 기업의 문제와 비수리경제학으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강 장관은 "선진국도 법인세를 낮추고 있다"면서 "세율을 낮췄을 때 기업에 얼마가 귀속되느냐는 1차적인 이야기고 대기업이 세수 인하 분을 투자하거나, 배당하거나,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2차적 효과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적하효과'가 있다는 확신이다.
  
  강 장관과 기획재정부가 세율 인하 효과의 근거로 드는 조세연구원 연구자료는 지난 6월에 발표된 것으로 법인세율 5%P 인하 시 0.6%P의 경제성장률 제고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조세연구원은 2004년과 2005년 "감세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영향이 있는 경우에도 그 크기는 매우 작은 것으로 분석된다", "법인세율 인하가 단기간에 기업투자의 증가를 유발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불과 3년 만에 경제이론이 180도 변한 셈이다.
  
  "세금이 남아돌아 고민이다"
  
  야당 의원들과 치열한 논쟁을 벌인 강 장관은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 시간을 빌어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세제개편 조치의 목적은 경기활성화와 고용촉진을 통한 경기선순환구조 형성이 아니냐'는 배영식 의원의 지원사격에 강 장관은 "반대 견해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분배를 강조했는데 실패했고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무시한 정책은 오래 존속되기 힘들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세율 인하를 주도한 분들이 이번엔 세율인하가 대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 "입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깜짝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김효석, 강봉균, 김진표 등 민주당 경제통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진표 의원은 경제부총리 시절 법인세 감면을 주장한 바 있고 2005년 여야 합의로 법인세율이 2%p 인하된 바 있다.
  
  한편 자신의 의견에 대체로 동조한 배 의원이 "한 가지 문제는 세금감소에 따른 재정확보문제가 우려되는 부분이다"고 말하자 강 장관은 "일하고 있는 우리(관료들이)도 재정건전성 문제를 의원들 못지 않게 더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는 다른 의원의 비슷한 질의에도 "국제회의에서 다른 나라 재무장관과 만났을 때, 저는 매년 세금이 남아서 행복한 고민하는 사람이었다"고 응수했다.
  
  한편 강 장관은 .부동산 세제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연구도 많이 했다"면서 "지금까지는 구조적인 대책 마련보다 부동산 가격 올라가면 세금폭탄을 때려서 죽이고, 너무 경기가 죽으면 다시 올리는 식 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성식 "레이거노믹스 하겠단 말이냐"
  
  한나라당에 모두 우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날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최중경-강만수 라인의 경질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바 있는 김 의원은 '법인세 인하'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강만수 장관에게 "과연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높은 것이냐. 세금만 깎아주면 정말로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느냐"는 본질적 질문을 던졌다.
  
  이에 강 장관은 "전략과 전술은 다르다", "상황이 바뀌는데 무조건 일관성을 요구하지 말라"는 등의 맥락없는 답변을 내놓으며 진땀을 뺐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 등 경제학자들과 매달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 김 의원은 한나라당 내 '개혁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현행 법인세율의 맹점…"어차피 1/4은 깎아준다"
  
  김 의원은 "주요국가에 비해 우리 법인세율이 높다는데, 주요국에 비하면 우리 조세감면율이 더 높다"면서 "조세개혁의 일관적 원칙으로 세율을 인하하겠다면 복잡한 조세감면제도도 정비해야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에 강 장관은 "조세감면제도가 우리나라가 성장하는데 기여했다는 견해도 있다"면서 "사람이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전술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비전과 전략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평면에 놓고 이야기 한다면 할 말이 없다"는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일관성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현행 법인세 실효세율이 매우 낮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지적대로 실제 재벌기업들이 납부하는 법인세는 가장 높은 세율인 25%에 턱없이 못미친다.
  지난 해 전체 법인세 감면액은 5조6118억 원으로 당초 세수의 24.7%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감면받은 세금이 9525억 원으로 실제로 낸 법인세는 1조2050억 원에 불과했다. 세전 순이익 8조6300억 원 가운데 14%만 법인세를 낸 셈이다. 25% 세율의 절반을 겨우 넘기는 규모다.
  
  '선진국 트렌드'에 따르겠다면서 법인세율은 내리겠다면서 '글로벌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각종 법인세 감면제도는 왜 정비하지 않느냐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지만, 강 장관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제조업 등 29개 업종의 기업이 설비 투자금액의 7%를 법인·소득세에서 공제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같은 경우 전형적인 '대기업용'으로 분류된다. '사실상 상시화되서 조세체계를 무너뜨린다'는 비판에 의해 중단될 방침이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 임투공제를 올해 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하지만 임투공제는 내년에도 연장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강 장관이 조세감면제도 정비를 사실상 거부하자 김 의원은 "기재부 보고서에는 조세부담율 때문에 투자도 줄고 고용도 줄어든다는 식으로 되어있는데 이런 편향적 인식은 실질적 문제의식을 죽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 의원이 '재정건전성에 대한 인식과 목표가 인수위 시절 보다 후퇴했다'고 지적하자 강 장관은 "세계 경기가 어려워서 IMF에서도 재정건전성보다 탄력성을 더 감안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경제도 어려워서 변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상황이 바뀌어도 가만히 있으란 말이냐. 여기 계신 분들 중에 유가가 엄청나게 오를 것을 예측한 분이 있냐"고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레이거노믹스처럼 감세 플러스 국채 발행으로 재정적자를 늘리겠다는 것 아니냐"고 결정타를 날렸고 강 장관은 "그건 아니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 의원과 강 장관의 공방이 이어지자 사회를 맡았던 최경환 의원이 양측의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강 장관은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목소리를 높이며 유난히 날선 반응으로 강경한 자세를 견지했다. '9월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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