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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안전 민간 개방, 구의역 사고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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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안전 민간 개방, 구의역 사고 잊었나?"

[토론회] "국토부 철도 민자 사업 활성화 방안, 서민 부담만 늘려"

지하철 구의역 사망 사고의 원인으로 '외주화'가 지목되는 가운데, 정부가 철도 안전 분야에서 민자 사업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나서 논란이다. 철도 민영화는 국토교통부 퇴직 관리들의 '관피아' 경향을 조장할 뿐, 국민에게는 안전 부실과 요금 인상이라는 부작용을 낳으리라는 우려가 나왔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민자 철도 사업,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국토부의 철도 민자 사업 활성화 방안은 국토부 고위직 관료들에게는 (철도 관련 민간 기업) 이사직, 감사직 일자리를 창출할지 몰라도, (요금과 안전) 부담은 서민이 지는 헬조선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급행 열차에 '프리미엄 요금' 규제 푼다면?

박흥수 연구위원은 국토부가 추진하는 '민자 철도 활성화 방안'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했다.

첫째는 열차 통행량이 많은 주요 간선 노선의 선로를 짓는 데 재벌 등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이다. 대신 철도공사는 민간 사업자에게 선로 이용료를 낸다. 만약 민간 사업자가 선로 이용 요금을 올리면, 철도 요금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민간 기업이 새 노선을 짓고 철도 운영까지 하되, 철도공사의 선로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용산에서 춘천까지 가는 철도공사의 기존 노선이 있다면, 춘천에서 속초까지 가는 노선은 민간 기업이 운영한다. 만약 철도공사가 용산에서 속초까지 가고 싶다면, 춘천에서부터는 민간 기업에 선로 이용료를 낸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이렇게 되면 춘천-속초 노선을 운영하는 민간 회사는 자체 철도 운영 수입을 얻을 뿐만 아니라, 철도공사로부터 시설 사용료도 이중으로 챙긴다"면서 "이런 수입 말고도 역세권 개발 이익 등 노른자 수익까지 독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는 민간 기업이 새 노선을 운영하되, 기존 철도 공사의 노선에 진입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민간 기업은 시골에서 광주광역시까지 연결하는 철도를 짓고, 시골에서 서울까지 가고 싶은 승객에게 연계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러면 민영 철도가 철도공사의 철도 노선을 이용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

민간 투자 확대 과정에서 국토부가 '프리미엄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천안과 같은 도시에서 수도권으로 가는 철도 노선 가운데, '급행 철도'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지정해 요금을 올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민간 사업자가 마음대로 가격을 정하면 재벌은 수익을 가져가겠지만, 출근하며 급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은 과도한 철도 요금을 내는 이중의 차별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민영화 사기극, 급행 열차가 '프리미엄 서비스'?)

안전 문제도 제기된다. 국토부가 관할하는 철도산업위원회는 지난 6월 29일 '철도 안전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철도 안전 분야의 민간 투자는 스크린도어 등 일부 사업에만 적용돼 미미하다"면서도 "민자 수익 모델 개발, 시범 사업 추진 등을 통해 안전 산업의 민자 활용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민영 철도가 관리하는 선로는 그동안 민자 사업이 그러했듯이 최저 입찰제를 통한 외주화 방식으로 관리될 것"이라며 "무분별한 외주화는 사고 위험을 높여 제2, 제3의 구의역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구의역 사고 직후 구의역에 놓인 꽃다발과 추모글. ⓒ프레시안(최형락)

퇴직 관료는 일자리 창출, 부담은 서민이 지나?

정부가 철도 분야에 민간 투자를 늘리려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재벌들의 투자를 촉진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민간의 투자를 받으면 당장 몇 년간은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의 부담도 덜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철도에 투자할 돈이 없다'는 국토부의 주장이 핑계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국토부가 밝힌 '유럽의 교통투자 계획'을 보면, 영국(3.7배), 독일(2.2배), 프랑스(1.7배) 등 유럽이 철도에 투자하는 재정은 도로에 투자하는 재정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반면에 한국이 철도에 투입하는 재정은 도로 투입 재정의 30%대에 그친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선진국이 철도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환경오염, 도로 혼잡 등 문제에서 철도가 주는 사회적 편익이 철도를 민영화했을 때 재벌이 얻는 특혜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는 도로 마피아가 꽉 잡고 있어서, 산간벽지에 뚫지 않아도 될 길을 뚫는다"며 "그러면서 철도 재정이 없다고 재벌에 민영화 특혜를 주려고 하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회사들에는 국토부 퇴직 관료들이 이사, 감사로 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고위직 관료들은 자기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그 부담을 서민이 지는 헬조선 시스템을 그대로 보고 있어야 하나"라며 철도 공공성을 오히려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국민의당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철도 민영화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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