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김복동, 이옥선, 이용수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나눔의 집 등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들은 서울 도렴동에 위치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할머니들에게 점심 대접과 돈 지급 등을 빌미로 재단 발족식에 참석하라고 요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기도 수원 평화나비의 이완모 공동대표는 "수원에 계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여성가족부에서 식사 대접을 할 테니 서울로 올라오라는 것이었다. 와서 테이프 커팅도 하고 의자에 앉아있으면 돈도 준다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래서 할머니께서 본인은 거동도 불편해서 가기가 힘들다고, 돈을 보내줄 거면 그냥 통장으로 넣으라고 했더니 그건 안 되고 본인이 직접 와야 돈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선실 정대협 공동대표 역시 "지난주 서울과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할머니들 몇 분이 정대협 사무실에 전화를 하셨다. 외교부에서 연락이 와서 점심 식사를 대접한다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는 문의였다"며 "할머니들은 (화해와 치유) 재단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점심 대접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하루 이틀 뒤에 할머니들로부터 여성가족부에서 전화가 왔다는 연락을 또 받았다. 이제 (화해와 치유) 재단이 출범하니까 돈을 받으려면 재단 사무실에 나오라는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지난 25년 동안 거리에서, 전 세계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던 할머니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할머니들을 기만하는 처사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할머니에게 7월 말 발족 예정인 '일본군 위안부 재단'의 설립 취지를 설명 드리고, 피해자 할머니들의 발족식 참석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전화를 드렸던 것으로, 돈 지급에 관한 이야기는 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정부가 어느 할머니한테 전화하고 꼬시고 한다는데, 그런다고 (할머니들이) 듣나?"라며 "저한테는 네 사람이나 왔다. 와서 하는 말이 (다른) 할머니들이 다 승인했다고 하더라. 정부가 이렇게 싸움을 붙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정부는 이렇게 할거면 손 떼라. 이 늙은이들은 일본이랑 싸우는 것도 힘들다. 이 더운 날씨에 기자회견까지 하게 만드나"라며 "대통령도 (임기가) 얼마 안남았는데 이런 나쁜 일 저지르지 말고 조용히 있다가 나가는 것이 우리들한테 좋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할머니는 "대통령 아래서 일하는 사람도 치마폭에 싸여서 할 말 못하고 살지 말고, 할 말은 하고 살아라.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라며 "절대적으로 이것(재단 설립)은 안 되는 일이다. 국민들이 뽑아서 정부 만들어 놓았는데 자기들이 잘나서 된 줄 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한일 위안부 합의의 후속 조치로 만들어진 화해와 치유 재단은 오는 28일 정식 발족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25일(현지 시각)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대신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회담을 갖고 재단 설립을 포함한 위안부 합의의 후속 조치 이행을 논의했다.
지난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재단에 내야 할 출연금 10억 엔의 출연 시기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일본 <교도통신>은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소녀상 철거도 현안"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한국 측이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약속"했다면서 "일본에는 10억 엔 출연의 조건이라는 의견도 뿌리 깊다"고 밝혀 소녀상 이전 및 철거와 10억 엔 지급이 연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