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내각회의를 열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확정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헌법에 의한 것이라며 "펫훌라흐 귈렌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에 따라 에르도안 대통령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지니는 칙령을 시행하는 권한을 갖게 됐다. 또 앞으로 3개월 동안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는데, 구체적인 내용과 기본권을 제한하는 당국의 권한은 국가비상사태법을 따른다.
여기에 내각회의가 발표하는 칙령은 법률에 해당하는 효력을 가진다. 이 칙령은 당일 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터키 의회는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과반을 확보하고 있어 칙령 반포가 곧 법률 효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으로 3개월 동안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쿠데타 가담 혐의를 받고 있는 대상들에 대한 체포 및 구금, 사법처리가 신속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터키 헌법에는 자연재난과 심각한 경제위기, 광범위한 폭력사태와 심각한 공공질서 교란 등이 발생할 때 대통령이 주재하는 내각회의에서 최장 6개월 동안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터키, 사형제 부활하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반대 세력 소탕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를 마치면서, 이미 폐지된 사형제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터키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면서 지난 2004년 사형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이후 지난 18일 미국 방송 CNN에 출연해 터키 민심이 사형제의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왜 내가 그들(쿠데타 가담자)을 감옥에서 몇 년 동안 먹여 살려야 하나'라고 묻는다"고 말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터키가 사형제를 부활하면 EU 가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대표는 터키 정부가 기본권과 법치를 무시하면 안 된다면서 "사형제를 다시 도입한 국가는 EU에 가입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형제 부활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20일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럽연합은 "전 세계가 아니고 28개 국가"에 불과하다며 "미국도, 러시아도, 중국도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형제 논란과 더불어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광범위한 탄압을 자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와 관련, 배후로 귈렌을 지목했고 그와 연계됐다는 혐의로 6만 명을 직위해제하거나 구속했다.
여기에는 쿠데타에 직접 가담한 군인과 함께 경찰관, 공무원 등도 포함돼있다. 또 판·검사와 대학 총장·학장·교수, 공·사립학교 교직원 등 사회 각계인사들도 숙청을 피하지 못했다. 터키의 한 민영 방송은 이중에 헌법 재판관 2명이 이름을 올렸다고 전하기도 했다.
언론에 대한 탄압도 강화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20개 이상의 뉴스 웹사이트를 차단했고 25개 언론사의 면허를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언론인 34명의 취재 카드가 취소되고 1명은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앰네스티는 "쿠데타 관련자의 조사와 처벌은 합법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터키 정부는 법을 지키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현재 터키 정부가 '과도한 탄압'을 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우려와는 달리 에르도안의 숙청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다수가 (쿠데타 혐의로) 체포됐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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