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6일 새벽 4시경 이스탄불로 복귀했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약 6시간 만이다.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를 자신의 정적 페툴라 귤렌 세력이 저지른 반역 행위라고 규정했다.
여름휴가 중이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밤 쿠데타 발생 소식을 접하고 수도 앙카라로 가려고 했으나 공항이 폐쇄돼 이스탄불로 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공항 연설에서 이번 쿠데타를 '반역 행위'로 규정하고 "군부 '청소'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봉기는 국가의 단합을 원치 않는 군부의 일부가 (미국으로 망명한) 페툴라 귤렌의 명령을 받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도 앙카라에서 내각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세력으로 지목한 귤렌은 현재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온건파 이슬람 성직자로 알려졌다. 그는 한때 에르도안 대통령과 협력 관계에 있었으나, 2013년 에르도안의 아들 빌랄 등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두 사람의 사이도 틀어졌다. 당시 총리였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캔들이 귤렌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장 병력을 동원한 소수 세력이 터키의 통합을 원치 않고 있다"며 "그러나 우린 점령자들에게 국가를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피(AP)>에 따르면 터키 정부의 한 관리는 "쿠데타 시도가 격퇴당했다"며 "모든 정부 관계자들이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터키 국가정보국(MIT)도 쿠데타가 진압돼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군부의 쿠데타 기도가 실패한 것으로 관측되지만 쿠데타 과정에서 유혈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민영 방송인 NTV는 검찰을 인용, 터키 군부가 주도한 쿠데타 과정에서 최소 4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시민들이며 이 가운데 17명은 앙카라 교외의 경찰 특수부대 본부에서 헬리콥터 공격으로 숨진 경찰관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터키 쿠데타 소식에 국제사회는 일제히 에르도안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군부의 국정 개입을 용납할 수 없다"며 "터키가 조속히 평화롭게 민간 통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안정과 자제를 촉구하며, 터키 민주 정부와 헌법을 전폭적으로 존중한다"며 "터키는 나토의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전화통화를 갖고 "터키 모든 당사자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터키 정부를 지지하고, 터키는 냉정을 찾아 유혈 사태를 피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별도의 성명에서 "미국은 터키 내부 전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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