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주한 일본대사관은 12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자위대 창설 62주년 기념행사를 가진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행사를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가 당시 여론이 좋지 않아 일본대사관 공관으로 개최 장소를 옮긴 지 3년 만에 외부에서 행사를 치르는 것이다.
이 행사에는 한국 국방부와 외교부의 관료들도 참여한다. 국방부는 이번 행사에 대해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주한 일본대사관의 초청을 받아 예년 수준에서 참가할 예정"이라며 "순수하게 상호 국방교류협력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에서는 국장급 인사가, 외교부에서는 사무관급 실무진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번 행사가 '순수한' 국방 교류협력이라고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열린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 일본의 교전권과 전력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군 관계자가 자위대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단순히 군사 교류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미 양국이 지난 8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남한 내 배치에 합의한 이후,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新)냉전 구도가 다시 부상하고 있는 정세 속에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자위대 기념행사가 순수한 군사 교류가 아닌, 이러한 구도를 고착화하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일본이 지난 2014년 이후 공관에서 치르던 행사를 이번에 다시 공관 밖으로 끄집어낸 것은 지난해 12월 이뤄진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합의로 한일 관계의 장애물이 없어졌다는 인식 아래, 이제는 자위대 기념 행사를 외부에서 해도 괜찮은 분위기가 마련됐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일본이 지난해 안보법안 통과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변모한 상황에서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는 단순한 기념행사로만 볼 수 없다"면서 "국가 간 교전권과 전력보유 포기를 명시한 평화헌법에 도전하는 아베 정부는 평화헌법 개정까지 밀어붙일 것이다. 한일 간의 군사협력이 결코 평화를 위한 협력이 될 수 없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일본 정부의 군사적 행보에 항의는 못 할망정 일본의 군사력을 뽐내는 행사에 참석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더욱이 과거사를 제대로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준 '위안부' 합의에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서울 한복판에서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한국 정부 관계자가 여기에 참석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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