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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철도 민영화 빗장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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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정부, 철도 민영화 빗장 열다

[분석] "민영 철도 특혜→ 수익 악화→ 노선 매각→ 요금 폭등"

철도 분야가 민간에 개방된다. 대기업이 철도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어서 '대기업 특혜' 논란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분할 민영화 등을 염두한 사전 포석이라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요금 인상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강호인 장관)는 6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 제19차 재정전략협의회에서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을 상정, 보고했다. 핵심은 그간 수도권 광역철도에 집중되었던 민자 철도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두산, 대림, 대우 등이 주요 주주인 신분당선(운영사 네오트랜스)과 같은 형태의 철도 운영사가 전국에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고시한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민자 대상으로 검토된 사업 14개 노선 사업에 대한 추진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으로 2025년까지 국가철도망 확충에 최대 19.8조 원의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약 45만 개의 일자리도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민간은 위험이 낮은 안정적 투자처를 확보하고, 정부는 철도망을 조기에 구축하여 국민들에게 (준)고속철도 서비스의 수혜지역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민간 자본이 선로를 깔고, 그 위에서 철도를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약 20조 원 가까운 민간 자본을 철도 산업으로 끌어올 수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 제안 후 착공까지 통상 5년 걸리는 기간을 약 3년 6개월로 단축할 수 있도록, 여러 특혜가 제공된다.

▲민간 개방 대상 선로 ⓒ국토해양부

'민영화 아니'라는 국토부의 방침은 왜 민영화인가?

민간 노선과 민간 철도 운영사가 대거 생기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한국 철도 산업은 이원화 돼 있다. 시설과 운영이 분리돼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시설공단)이 선로를 깔고 관리한다. 코레일은 선로 사용료를 내고 선로를 이용하는 운영사다. 다만 선로 유지 보수 업무를 시설공단이 코레일에 위탁하는 형태다. 시설공단은 코레일에 유지 보수 비용을 지불한다.

이번 국토부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시설공단이 수행해 왔던 선로 건설 및 운용 분야에 민간 사업자가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또한 코레일이 수행하고 있는 열차 운영 부분에도 민간 운영사가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민간 사업자가 열차를 사들여 시설공단이나 민간 선로 회사에 사용료를 내고 여객 사업을 벌일 수도 있다. 다른 형태로는 민간 사업자가 시설과 운영사를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 코레일 역시 '민간 선로'에 사용료를 내고 민간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노선을 운영할 수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방안만 보면,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시설공단은 시설공단대로 선로 관리를 하면 되고, 코레일은 코레일대로 노선을 운영하면 된다. 민간 선로, 민간 운영사가 새로 추가되는 정도 수준이다. 국토부는 이를 들어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국토부가 '민자검토 대상 사업'으로 지정한 것은 경부고속선, 중앙선, 수서광주선, 문경경북선 등 14개 노선이다. 이 중 민자를 유치해 선로를 추가하는 복선을 건설하거나, 제 2복선을 건설하는 게 10개 노선이고, 민자를 유치해 새롭게 건설되는 것이 4개 노선이다.

기존의 선로를 건드리지 않고, 같은 노선에 선로를 추가하는 셈이다. 민자 선로의 경우는 현재 전국 곳곳에 건설되는 민자 고속도로의 경우와 비슷하다.

대부분 새로운 선로를 만드는 것이라,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설명이 표면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철도 분야의 민간 개방은 민영화의 전단계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서발 KTX 설립 논란도, 기존 노선에 운영사를 두 개 두는 것으로, 사실상 민간 철도 운영사를 염두해 디자인 된 사업이었다. 수서KTX주식회사의 지분은 공공이 보유하지만, 이 지분을 팔면 곧바로 민간 철도 운영사로 변모한다.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을 뿐, 장전은 돼 있는 셈이다.

또한 국토부의 보도자료에는 디테일이 생략돼 있다. 이를테면 관제 문제다. 현재 관제권은 코레일이 가지고 있으나, 민간이 철도 사업에 뛰어들면서 이를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관제권 환수를 위해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노력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제권 환수가 민영화의 첫 번째 단계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국토부가 내놓은 자료에는 관제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언급돼 있지 않다.

철도 관제는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민간이 관제에 뛰어들 경우 안전 문제에 관한 부분은 첫번째로 고려돼야 한다. 만약 제 3의 관제 기관이 만들어진다면, 코레일은 철도 운영에서 독점적 권한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철도 운영사 중 하나가 된다.

▲철도노조는 지난 2013년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을 진행했다. ⓒ전국철도노조

민영 철도 특혜→ 코레일 수익 악화→ 일부 노선 매각→ 민영화 및 요금 폭등

국가 기간망을 민간 자본에 개방하는 것 자체를 민영화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 철도 시설사, 민간 철도 운영사가 등장하면 공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당장에 민간이 들어오면 수익성을 보장해 줘야 할 수밖에 없다.

철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민영 철도 등장 및 수익 보장→ △코레일 수익 악화→ △코레일 일부 노선 매각→ △민영화에 따른 요금 폭등'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이때문에 철도 산업 민간 개방을 전면적인 민영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전과 직결되는 정선로 및 열차 정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민간 자본의 최우선 목표는 효율성이고, 이는 '돈 안 되는' 분야에 대한 전면적 외주화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벌어진 구의역 사태의 비극이 다른 형태로, 전국에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회공공연구소 박흥수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은 "정부의 이번 발표는 전면적 철도 민영화 추진으로 보는 게 맞다"며 "새로운 선로에 민간을 투자 및 운영자로 들이는 것 자체를 민영화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는 성명을 내고 "국토부의 '철도망 구축에 향후 10년간 19.8조 원 민간 자본 유치'는 철도에 대한 전면적인 민영화 계획이자, 재벌 특혜 계획이다. 철도노조는 절대 민영화하지 않겠다던 대국민약속을 뒤집고 역대 어떤 정권보다 심각한 전면 민영화 계획의 발표에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철도노조는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를 절대 추진하지 않을 것', '국가 기간망인 철도는 가스, 공항, 항만 등과 함께 민영화 추진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2013년 수서발 KTX를 분할하는 등 철도 민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었다. 이번 발표는 아예 토건 자본들에게 건설까지 맡기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완벽한 소유와 운영의 민영화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열차 운행을 민간 사업자와 연계할 경우 철도 산업의 네트워크 특성인 상호 호환성이 무너지고 철도공사 운영의 간선망도 수익 우선의 구조로 변화되어 전체 철도망의 공공성은 무너져 갈 것이다. 또한 유지 보수 업무를 민간에 넘기면, 열차 운영과 유지 보수 업무가 이원화되어 열차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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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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