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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싫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노인장기요양보험, 이윤 추구에서 벗어나야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 아닌 장애인들이 정부에 감사해 하는 것이 하나 있다. 2007년 4월 국회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통과될 때 정부가 장애인들의 요구를 외면해줬다는 사실이다.

장애계, 장기요양보험에서 빠진 게 오히려 다행

내막은 이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추진되었던 노인 요양 보장 제도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형태로 국회에서 거의 가닥을 잡아가는 중에 장애계에서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장애계에서는 장애인을 빼고 장기 요양법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했다. 줄기차게 장애인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했고, 정부로서는 '대략 난감'이었다. 이미 제도 설계가 거의 끝난 마당에 난데없는 벼락이었다.

그래서 장애인 장기 요양 보장에 대한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부대 의견을 의결하면서 가까스로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요양보험법이 제정되어 지난 7월 1일 만 8살을 맞이했다.

장애인 장기 요양 보장 제도 시범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장애계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는 상황을 예의주시했고, 노인장기요양보험 방식은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때 안 들어 간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국가가 책임지는 조세 방식의 활동 지원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고 지금 여기까지 왔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4월 16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장애인 직업 재활 시설을 방문해 작성한 방명록. ⓒ청와대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사회 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운영 원리를 한마디로 드러내는 단어가 사회 보험이다. 사회 보험이란 국민에게 일어나는 사회적 위험을 분산시켜 생활이 흔들리지 않도록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이다. 건강 보험, 고용 보험, 산재 보험, 국민 연금 등이 대표적인 사회 보험이며 우리나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다섯 번째 사회 보험으로 선택했다.

사회 보험은 전 국민의 의무적 가입과 국가에 의한 급여 및 서비스 보장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쉽게 말하면 국민에게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했으니까 국가가 그에 대한 운영 책임을 지고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 모두 가입 대상자이고 보험료는 국민건강보험료의 6.55%를 따로 납부한다. 이렇게 가입되어 있는 사람들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환 등으로 인해 혼자 힘으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워지면, 요양 시설 서비스나 집에서 요양이나 신체 활동 또는 가사 지원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는 국가가 법으로 보장한다.

문제투성이가 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문제점은 많이 알려져 있다. 인터넷에 '노인장기요양보험 문제점'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수없이 많은 문건들이 앞다투어 나타난다.

이 문건들은 노인 요양 시설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A등급을 받은 기관이 14.1%정도에 불과한 반면, 최하위권인 D, E 등급은 무려 42.4%나 된다는 것을 지적한다. 2015년 부정 수급액이 700억 원을 넘어섰다고 보도하기도 한다. 시설 요양 노인들에 대한 폭력이나 방임 등 서비스 질이 낮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요양 보호사가 요양받은 노인들로부터 부당한 요구나 인권 침해를 당하고 저임금은 물론 근골격계 질환 등에 시달린다는 만성적인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러한 수 없이 많은 문제점들이 국가가 운영 주체인 사회 보험에서 왜 발생하는 걸까? 사실 원인도 거의 알려져 있다. 신고제, 인력 기준, 회계 관리, 관리 감독, 저수가, 본인 부담금, 등급 판정, 요양과 의료의 분리 등이다. 여러 문제를 종합하면 '요양 보험의 시장화'로 집약될 수 있다.

'사회' 보험의 시장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국가의 책임 하에 국민의 의무적 가입으로 운영되는 사회 보험이다. 여기선 공공성과 연대성이 매우 중요한 원리라고 칭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시장에 내동댕이쳐졌다. 말 그대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공공성은 사라지고 연대성은 휘발되어 버렸다.

시장화의 핵심은 장기 요양 기관들이 잉여금, 즉 이윤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윤이 허락된 이상 누구나 참여 가능해야 한다. 개인이라도 요건만 갖추고 신고만 하면 되도록 허용했다. 이렇다 보니 너도나도 요양 시장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공급 과잉과 과당 경쟁에 직면했다. 공급이 과잉이면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래서 정부 정책에 의해 고정된 수가에도 불구하고 리베이트가 발생하는가 하면, 손쉽게 요양 보호사의 인건비를 줄이기도 한다. 도대체 국가가 책임지고 강제적으로 운영하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자유 경쟁 시장에 철저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이러한 문제점은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나라 영국에서도 확인된다. 영국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민영화를 밀어붙였다. 사회 복지 시설도 마찬가지였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 6월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잉글랜드에는 지금 1만5000여 개의 요양 시설이 있는데 이 중 4분의 3이 민간 영리 요양 시설이 될 정도이다. 민간 영리 요양 시설의 요양 보호사들의 처우는 당연히 비영리 민간 요양 시설보다 못하고, 비영리 민간 요양 시설은 정부 직영 요양 시설보다 못하다. 우리나라처럼 일자리는 늘어났지만, 많은 요양 보호사가 저임금 파트타임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결국 이용자들에 피해가 돌아간다.

ⓒ프레시안

결국 우리나라나 영국이나 마찬가지이다. 요양의 시장화가 일자리 수는 늘이지만, 괜찮지 않은 일자리들이고 이것은 결국 이용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성공적 노화와 거리 먼 요양 보험

노화 또는 나이 들어감에 대한 인식은 '잃어간다'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다'에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른 속성들이 나타나고 달라진 속성을 긍정하면서 생활에 참여한다는 것이 성공적 노화의 핵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집 또는 시설에서 요양 또는 돌봄을 받는 매우 수동적인 삶을 강요한다. 왜 6개월 이상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이 되면 집에서 돌봄만 받아야 하는가? 혼자 거동하기 어렵지만 친구를 만나고 싶을 때 노인장기요양보험이 힘이 되어줄 수는 없는가? 혼자 거동하기 어렵지만 가까운 복지관에 가서 노래라도 부르고 싶을 때 노인장기요양보험이 힘이 되어줄 수 없는가?

다시 한 번 장애인 이야기를 하자. 활동 지원 서비스를 받던 장애인들이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갈아타야 한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이를 정말 싫어한다. 왜일까? 지금의 활동 지원 서비스에서는 활동 보조인과 함께 바깥 활동을 할 수 있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움직이고 싶지 갇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빛바랜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나라 영국에는 장애인과 노인이 함께 돌봄 제도의 혜택을 본다. 여기서는 노인이나 장애인이나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활동 보조인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활동 보조인들과 어떤 활동을 해도 상관없다. 요양만 받거나 목욕만 받을 필요가 없다. 더 나아가서 이들은 활동 보조인이라는 직접 서비스를 받지 않고 대신 현금을 받을 수 있다. 이 현금으로 자신에게 맞는 요양 또는 활동에 알아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사전에 지방 정부와 사용 용도에 대한 협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 복잡한 일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들이 수두룩하다.

이윤 추구에서 벗어나야

문제투성이로 전락한 장기 요양 보험 제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명확하다. 최소한 이윤 추구 행위는 못하도록 하자. 그리고 노인들을 활동하게 하자. 이왕이면 자기 선택과 통제가 가능한 방식으로!

(유동철 동의대학교 교수는 사회복지학이 전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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