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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국 파행의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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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국 파행의 '시작과 끝'

靑 '강경 개입'이 화근…'강 대 강' 충돌만 남아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특위를 통한 인사청문회를 받아들이지 않아 원점으로 돌아간 국회 원구성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18대 국회는 법정 임기 개시(5월 30일)로부터 42일간의 장기 파행 끝에 지난달 10일 김형오 의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이후 한 달 동안 국회가 한 일이라고는 의장단을 선출하고 쇠고기 특위 등 몇몇 특위를 여는 데 그쳤을 뿐이다.
  
  교착 상황의 입구와 출구에는 모두 청와대가 버티고 있다. 쇠고기 졸속협상이 야기한 야당의 장외투쟁이 18대 국회 파행의 시작이었다면 가까스로 타결된 원구성 협상을 뒤집어버린 것도 이명박 대통령의 "실망스럽다"는 한마디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비판론에도 청와대는 한술 더 떠 오는 6일 인사청문 절차 없이 3개 부처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모든 법안심의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 권한 약화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장 직권상정설까지 흘러나온다.
  
  곳곳이 지뢰밭
  
  농림수산식품부, 교육과학부,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과 관련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에서 "청와대는 사과하고 인사청문회를 수용하라. 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향후 사태의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면서 "상임위가 없는 상황에서 특위를 통해 장관을 검증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합의이자 지혜"라고 강조했다.
  
  반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제 법적으로 인사청문회는 불가능하다. 상임위원회가 구성되면 간이·약식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청와대로부터 '격노'를 산 홍 원내대표는 "장관 인사청문회 문제는 청와대가 당사자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있어야 했다"며 '내 탓이오'를 연발했다.
  
  박희태 대표도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그동안 홍 원내대표가 있는 힘을 다하고 온갖 지모를 짜서 원구성을 끝내기 위한 노력 했지만 오늘까지 성공 못했다"면서 "나도 원내총무 할때 상대 당이 마지막에 합의를 다 해놓고 '잠깐 전화 한 통화 한다'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다가 뒷날 '아 미안하다. 어제 승인을 못 얻었는데 백지로 돌리자' 이런 일이 상당히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홍 원내대표가 전권을 쥐다시피 했던 대야 교섭이 청와대의 '승인 불가' 입장으로 백지화됐음을 자인한 것에 다름 아니다. 향후 청와대의 입김이 더욱 강하게 작용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그동안 야당에 너무 양보를 많이 했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7월 임시국회가 5일 종료되면 국회는 6일 곧바로 8월 임시국회를 소집할 예정이지만 국회 정상화의 전제조건인 원구성은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6일경 장관내정자 임명을 강행할 태세고, 7일에는 정연주 사장의 거취의 분수령이 될 KBS이사회가 예정되어 있다. 청와대 '입김'에 의한 밀어붙이기가 확인될 경우 여야 경색국면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부대표는 이날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대통령이 여야 합의를 존중하고 국회 일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이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정치불개입을 선언하지 않는 이상 국회 파행은 기약없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기국회도 장담 못해
  
  한편 여권 일각에서 국회 법사위의 실질 권한을 약화시키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 상정으로 처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역시 이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에 넘겨줄 경우 경제 살리기 및 규제개혁 정책 추진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야당 시절 법사위원장 자리를 꼬박꼬박 챙긴 한나라당이 여당이 됐다고 '과거의 관행'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 고육지책으로 법자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넘겨주는 대신 국회법을 바꿔 법사위에 올라오는 법안은 1개월 내에 법사위에 상정하고, 상정 3개월 내에 심의를 끝내고 본회의에 넘기도록 하겠다는 시나리오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같은 후문을 '소설'이라며 부정하면서도 직권상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중에 원구성이 되는 것을 두고 보자"고 즉답을 미뤘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조정식 부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법사위 권한축소를 지시했고, 국회의장을 동원해 한나라당이 국회법을 날치기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중대한 사태이며, 민주당은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여야간의 파열음이 청와대가 교섭단체간 협상에 개입하면서 커진 탓에 한나라당도 야당탓만 하기가 난감해졌다. 게다가 이 대통령의 사촌처형인 김옥희 씨 비리 문제까지 정국 경색의 한 고리로 작용하고 있어 각종 변수들이 맞물릴 경우 9월 정기국회까지 국회 파행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만일 한나라당이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주문에 따라 단독 상임위 구성 등을 강행할 경우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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