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 "뼈아픈 책임을 통감한다"며 "한 점의 관용 없는 단호하고 엄격한 처리"를 약속하면서도, 이같은 처리를 할 '시점'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 결과에 따라", "확인되는 진실에 기초해서" 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28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 결과를 언론에 직접 브리핑하며 "이번 사건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주요 당직자가 구속까지 되어서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사태와 관련한 4번째 사과다.
안 대표는 "당의 책임자이자 대표자로서 뼈아픈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사법적 판단 결과에 따라 한 점의 관용도,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단호·엄격히 처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단 안 대표는 검찰 수사나 재판과 무관하게 출당 등 선제적 대응을 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우리 당은 창당시 다른당이 갖지 못한 강력한 당원 징계 조항을 당헌에 담은 바 있다"며 "당헌 11조는 당직·공직 선거에서 금품을 수수한 자는 그 횟수와 금액에 상관 없이 제명하고,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자는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같은 당헌 조항에 대해 "사법 기관이 아닌 정당이 구성원에게 내릴수 있는 최고 수위 징계"라고 자평하며 "이런 엄격한 당헌에 따라, 확인되는 진실에 기초해 당사자에 대한 징계 여부를 즉시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安과 나는 강경했는데, 의원들이…"
앞서 이날 새벽 왕 부총장이 구속된 후, 국민의당은 종일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지도부 회의도 잇달아 열렸다. 아침 6시부터 긴급 최고위가 열렸고, 8시 30분에는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오전 의총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오후에 최고위를 다시 열어 논의한 후 오후 4시에 재차 의총을 열기로 했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의총에서 "출당을 포함한 강력한 정치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어떠냐"는 안을 냈지만, 최고위원 및 의원 다수의 반발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의총 결과를 발표한 직후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처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안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제명·출당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자고 요구했지만, 당 지도부에서는 엄격한 당헌·당규가 있는데 무조건 그렇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류해 왔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왕 부총장 구속 이후 열린 이날 오전 최고위·의총 논의 내용에 대해 "안 대표는 출당·제명 등을 요구했지만 다수 지도부와 의원들이 '원칙대로 가자', '원칙은 당헌·당규를 지키는 것이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그런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수렴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의총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안 대표와 저는 처음부터 강경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했다"며 "그렇지만 앞으로 모든 것을 당헌·당규에 따르지 않으면, 문제 하나 나오면 잘라내고, 또 잘라내고…(이렇게 하다 보면) 당이 어려워진다"는 의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국민의당 복수 관계자들의 말에 따라도, 의총에서는 "국민 정서에 따라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의원들 다수는 "당헌·당규에 따라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최고위에서도 이런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최고위·의총에서의 다수 의견은 △출당을 시켜도 의원직이 유지되기 때문에 비판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출당은 사태 수습책이 될 수 없고, △다른 당에 비해 강력한 당헌·당규가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당이 선제적으로 혐의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특히 의원단에서는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반대론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지도부 책임론 제기했다 거둬들여…성난 여론 가라앉을까?
그러나 국민의당이 당내 다수 의견에 따라 결정한 이같은 수위의 대책이 비판 여론을 잠재울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 보인다. 결국 검찰 수사 및 재판 결과를 지켜본 후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당초의 입장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셈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 측으로 분류되는 한 당직자는 '이 정도 수준으로 해서는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의원들이 반대하는데 대표가 어떻게 마음대로 하느냐"며 답답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이럴 거면 뭐하러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최고위며 의총을 열었나"라는 당 관계자의 반응도 언론 보도를 탔다.
의혹 관련자들이 아닌 지도부가 정치적 책임을 지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이 역시 철회됐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는 의총장을 빠져나가다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안 대표가 '당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을 절실히 느끼고 회피하지 않겠다. 스스로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며 "오늘 여기 (오후) 의총에서도 안 대표가 '제명·출당이 원칙이다'라고 했지만, 오전 의총과 같은 (반대하는) 얘기들이 나와서 대표가 그것(출당 주장)을 덮는 대신 자기 책임론에 대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하지만 그에 대해 의원들은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그것은 내일 최고위나 앞으로의 의총에서 더 논의하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오전 한때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의 사퇴 후 조기 전당대회로 가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천정배 공동대표가 안 대표에게 동반 사퇴할 것을 주장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천 대표 측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천 대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당은 의혹 관련 인사 3인이나 당 지도부 모두에게 현재로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기로 결정한 모양새가 됐다. 국민의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오히려 더 들끓게 될 가능성마저 보인다. 국민의당은 전날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텃밭'인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지지율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휘청'…국민의당 왕주현 부총장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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