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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떠난 EU, 개혁 가능할까?

"빨리 떠나라" 압박 속 개혁 방향 고민

유럽연합(EU)를 떠나기로 한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EU와 영국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오는 10월에 총리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며 자신은 탈퇴 협상 개시를 뜻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0월 이후) 새로운 총리가 리스본 조약 50조를 언제 발동해서 EU를 떠나는 절차를 시작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역시 브렉시트 결정 이후 탈퇴 협상을 가능한 한 천천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U 탈퇴시 예상되는 영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최대한 지켜내려면 협상을 늦추는 것이 그만큼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EU 집행부는 정면돌파 방침이다. 영국이 탈퇴 협상 개시 시점으로 제시한 10월까지 시기를 늦춰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 정부에 신속한 탈퇴 협상 개시를 요구했다. 그는 25일(현지시간) 독일 ARD 방송과 인터뷰에서 "영국 국민이 EU에서 떠나기로 결정했다. 영국 정부가 브뤼셀에 탈퇴를 알리는 서한을 보낼지를 결정하는 데 10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탈퇴 협상이 즉각 시작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며 "영국 보수당의 내부 싸움 때문에 유럽 전체가 인질로 잡혀 있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영국이 없어도 EU는 견딜 수 있다"고 했다. EU를 사실상 이끌어가고 있는 독일은 남은 27개국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신속하게 입장을 정리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6개국 외무장관들도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모여 영국이 탈퇴를 결정한 만큼 지체없이 탈퇴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마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금 당장 (탈퇴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 영국은 캐머런 총리의 이니셔티브에 따라 탈퇴를 결정했다. 그 책임은 캐머런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EU 엑시트 도미노 시작

이같은 영국과의 '빠른 결별' 방침은 다른 회원국들에게 '탈 EU' 흐름이 전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브렉시트로 인해 EU 개혁이라는 근본적인 처방을 무시할 수 없어진 탓에 이를 둘러싼 고민도 본격화되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은 바뀌었다"면서 "바뀐 유럽에 대한 기대도 다양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유럽연합이 전과 같을 수 없다. 전진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EU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강화뿐 아니라 치안과 국방, 국경 단속,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우리는 EU를 좀 더 공정하고, 인간적으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했고 EU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테 총리도 "브렉시트가 EU 개혁을 위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이라고 했다.

테판 뢰프벤 스웨덴 총리도 "브렉시트 투표는 EU에 경종을 울렸다"면서 "EU는 시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브렉시트 충격을 최소화하고 향후 EU의 진로를 모색하는 자리도 예정돼 있다. 오는 27일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 마테오 렌치 총리,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베를린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선 독일과 프랑스가 앞장서서 EU 개혁을 이끄는 '프·독 이니셔티브'를 논의될 예정이다. 28~29일엔 영국 캐머런 총리가 참석하는 EU 정상회의도 열린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의 EU에 드리운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슬로바키아에서 'EU 엑시트 도미노'가 시작되고 있다. 네오나치 계열의 극우정당인 슬로바키아국민당(SNS)은 슬로바키아의 EU 탈퇴(슬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청원 서명운동을 다음 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슬로바키아에서 국민투표가 개시되려면 국민 35만 명으로부터 청원 서명을 받아야 한다. 마리안 코틀레바 SNS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침몰하는 EU를 떠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네덜란드 극우정당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스 당수도 브렉시트가 결정된 직후 영국처럼 네덜란드의 EU 탈퇴(넥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으며,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도 "프랑스와 유럽에서 똑같은 국민투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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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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