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북한의 발표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은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화성-10'이라고 명명했다. 한미 양국은 대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지명을 따 노동, 대포동, 무수단 등으로 분류하거나 KN-02, KN-08 등의 명칭을 혼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발표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탄도 미사일에 차례로 변호를 매기면서 '화성'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탄도 미사일 명칭을 '화성'으로 통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자의적으로 이름을 붙이고 섞어 쓰다 보면 북한의 탄도 미사일 실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발사 실험의 양태와 목적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탄도 로켓 최대 사거리를 모의하고 고각 발사 체제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최대 고도는 1413.6킬로미터에 달했고, 400킬로미터를 비행해 예정된 목표 수역에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화성-10'이 상당한 사거리를 보유한 미사일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아울러 북한은 "탄도 로켓의 비행동력학적 특성과 안정성 및 조종성, 새로 설계된 구조와 동력 계통에 대한 기술적 특성이 확증되었으며 재돌입 구간에서의 전투부 열견딤 특성과 비행 안정성도 검증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화성-10'이 중장거리 비행 능력뿐만 아니라 대기권 재진입 기술의 핵심인 탄두 보호와 제어 기술이 확보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화성-10'과 '괌'
셋째, '화성-10' 발사의 의도이다. 이와 관련해 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태평양 작전 지대 안의 미국놈들을 전면적이고 현실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장담했다. 여기서 "태평양 작전 지대"는 오키나와 미군 기지, 전략 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괌, 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등을 의미한다.
그런데 '화성-10'은 주로 괌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은 이 미사일 발사 이틀 전에 괌을 "조선반도를 작전 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의 해외 침략 기지"로 규정하면서 "정밀 타격권 안에 잡아넣은 지 오래"라고 위협했다.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화성-10'이 발사된 원산과 괌까지의 거리는 약 3500킬로미터여서 괌은 화성-10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다고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북한은 지난 3월 대기권 재진입 환경 '모의 실험'을 '비행 시험'을 통해 과시하게 됐다. 이에 따라 관심은 김정은이 3월에 말한 "빠른 시일안에 단행할 것"이라고 말한 "핵탄두 폭발 시험"에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5차 핵 실험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핵구(核球, nuclear pit)'를 제거한 상태에서 기폭 장치만 내장된 핵탄두 폭발 시험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북한의 향후 행보는?
화성-10 발사는 기본적으로 대미 억제력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인 의도 역시 엿보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그의 언행을 종합해보면, '하루빨리 핵 억제력을 완성해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발전에 집중하자'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는 작년 하반기에 수소탄 개발 및 인공위성 발사를 암시하고 올해 초에 행동으로 옮겼다. 또한 4월에는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이는 36년 만에 열리는 7차 당 대회를 겨냥한 행보였다. 북한식 '양탄일성'과 미국의 태평양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당 대회에서 핵 억제력 완성을 공표하고 경제 발전에 매진하자는 연설을 하고 싶었을 게다. 그런데 4월에 있었던 세 차례의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가 연이어 실패하면서 스텝이 꼬이게 됐었다.
당 대회가 끝나자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했다. 5월 31일 한 차례, 6월 22일 두 차례 실시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6번째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6월 29일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7차 당 대회의 후속 조치를 열리는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두 가지를 목표로 삼고 있을 것이다. 하나는 김정은 유일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는 법, 제도, 인사의 정비이다. 또 하나는 경제를 최우선적인 과제로 삼는 '선경 정책'으로의 전환이다. 선경 정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이를 강하게 암시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예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김정은이 그동안 핵을 우선시해온 '선핵 정치'는 아버지의 선군 정치와 자신의 선경 정치를 잇는 과도기적인 것이다. 김정은에게 핵은 선군 정치의 '계승'이자 '극복'의 의미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핵을 통해 선군 정치를 완성하고 그래서 핵의 힘을 믿고 선경 정치로 넘어가자는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분석이 김정은의 향후 국가 전략에서 핵의 의미가 반감될 것이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핵이 있어야 경제 발전도 가능하다는 강한 신념에 사로잡혀 있다. 화성-10이 발사되던 날,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이 베이징에서 "비핵화는 꿈도 꾸지 말라"며 "6자 회담은 죽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곧 김정은을 상대하는 게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를 상대하는 방법은 다음 글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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