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 NBC의 <밋더프레스>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의 지지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고 해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공화당이 뭉친다면 멋진 일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뭉치든 그렇지 않든 나는 이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난 그들(공화당 지도부) 없이도 프라이머리(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이겼다"면서 "나는 아웃사이더다. 어떻게 되더라도 이길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공화당 주류의 잇따른 트럼프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앞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지난 17일 같은 방송에 출연해 당 소속 의원들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각자의 양심에 달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라이언 의장의 발언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밝힌 것과 다름없다. 이처럼 라이언 의장을 비롯해 공화당 주류가 최근 트럼프에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는 트럼프가 멕시코계 연방 판사를 비판하면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는 '트럼프 대학'의 사기 혐의와 관련, 이 소송을 담당중인 곤살로 쿠리엘 판사가 멕시코계이기 때문에 자신이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판에서 쿠리엘 판사를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트럼프 후보는 무슬림 판사 역시 자신을 불공정하게 대우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멕시코와 미국 국경사이에 장벽을 치고, 무슬림들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자신의 공약 때문에 본인이 재판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 내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는 뭇매를 맞았고, 실제 이후 벌어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는 경쟁자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 후보로는 대선 승산이 없다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실제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18일 미국 방송 CNN을 비롯해 현지 언론들은 콜로라도 주 공화당 대의원인 켄달 언루를 주축으로 한 수십 명의 대의원들이 다음달 열릴 전당대회에서 자유롭게 대선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당 규정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른바 '양심 조항'(Conscious Clause)을 만들어 대의원들에게 투표의 자유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규정에는 지역별 대의원들이 각 지역의 경선 결과에 따라 표를 주도록 명시돼있지만,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다른 후보를 지지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하자는 제안이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이 실제 현실화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역사상 가장 많은 득표를 했다는 사실을 비춰봤을 때, 대의원들이 지역의 민심을 거부하고 트럼프 반대 움직임에 동참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공식적으로 결정하는 전당대회가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이 나오는 것이 트럼프에게 불편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트럼프 후보는 18일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우선 (당 규정을 바꾸려는) 그러한 행위는 불법이고, 불가능하며 이미 경선이 시작한 이후 1400만 표를 얻었다"면서 "내가 모든 후보를 이겼는데 누구를 고르라는 말이냐"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그는 공화당 내의 반(反) 트럼프 기류와 관련, "언론들이 만들어낸 장난질"이라며 공화당 내 경선 주자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이러한 흐름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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