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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자본가, 조폭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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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치인, 자본가, 조폭의 공통점은?

[민교협의 정치시평] 체제 전환기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일반적으로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역사적인 체제 전환 과정에 있는 국가들에 대한 연구는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로운 지역 연구이기도 하지만, 북한 체제의 변화를 가늠하고, 북한에서도 체제 전환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에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100여 년 전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이 러시아에서 일어난 이후 유사한 체제는 지구 곳곳으로 확산되기도 했지만, 옛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처럼 공식적으로 사회주의 체제 포기를 선언한 국가는 물론,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형식적으로는 공산당의 일당 지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들조차 이제 그 경제 체제는 사실상 시장 경제 혹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전환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로의 역사적 전환을 선언하고 충격적인 변화를 겪어 왔던 이들 국가를 연구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목적보다는 개인적으로는 세계와 사회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안목이 생길 수 있는 경험을 한 것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싶다.

물론, 국가 사회주의의 관료주의적 유산이 여전히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던 상황에서 가장 천박한 형태의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가 도입됨으로써 최악의 상황을 야기했던 러시아에서의 유학은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기도 했다. 특히 복지나 좌파 정당, 시민운동 등 유럽 등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진보적인 흐름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러시아에서의 생활은 매우 답답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최소한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러시아 등 비서구 사회에서의 수학 경험은 우리에게 익숙하게 굳어버린 서구 중심적 이론이나 개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비서구/비중심부 지역의 사회 현상들을 제대로 분석하고 설명할 수 있게 해 주는 실마리를 던져 준 것도 사실이다.

즉, 학위 취득 자체가 아니라 그 궁극적 목적이 한국 사회의 진보적 발전과 변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한 데에 있었던 이들에게 있어서 비서구 지역을 연구하는 작업은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 고통 받는 다수의 대중이 많은 비서구/비중심부 지역 국가들을 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물론 많은 당시 유학생들이었던 이들이 이제는 그 중요한 가치를 잊고 사는 것이 현실이지만.

무엇보다도 국가 사회주의 체제의 허와 실에 대해 명확한 관점을 갖게 된 것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물론 소련을 위시한 현실 사회주의 체제는 그 어떤 이론적 원칙으로 보더라도 진정한 사회주의 체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본주의 체제는 더 더욱 아니었다. 사회주의 체제 붕괴와 시장 경제 체제로의 전환 선언 이후 러시아 등 모든 체제 전환 국가들에서는 공통적으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회 계급, 집단, 산업, 직업, 사회적 현상 등이 폭발적으로 생겨났다. 무엇보다 체제의 전환으로 인해 권력으로의 접근성에 따른 지배 권력 형성의 구조가 자본주의적 생산 수단의 소유 유무에 따른 지배 권력 형성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었다.

아직까지도 유토피아적 관념론에 입각한 몇 가지 원칙의 부재만으로 소련 사회주의 체제를 모종의 자본주의 체제라고 우기거나 그러한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하게 된 것이 스탈린 시기였다며 레닌 시기를 극도로 이상화하는 등 역사와 현실에 대한 왜곡과 과장과 은폐가 많은 이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체제 전환 국가들에 대한 어마어마한 실증적 연구들이 축적되어 온 탓에 이러한 관념론에 입각한 주장들은 참고 자료의 목록에도 들어가기 어려울 만큼 가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극소수 관념 좌파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은 얼마나 러시아 혁명과 소련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철저하게 객관적인 연구와 반성적 성찰이 필요한지를 절실하게 깨닫게 해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시각을 갖게 해 준 것은 바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미국식 정당 정치나 의회 정치와 같은 절차적, 제도적 민주주의가 은폐하는 실제 한 사회의 지배 메커니즘에 대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정당 정치가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된 동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구소련 지역 국가들에서는 소위 민주주의적인 정당 정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는 기존의 서구식 정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정당 정치가 발달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정반대로 생각해 보면, 오히려 정당 정치 속에서 가려져 있는 한 사회의 실제 국가 지배 세력의 지배 방식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서구식 관점에서 보자면, '짜르와 같은 당을 초월한 초대통령제', '권력 정당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형식적 의회 정치', '제대로 된 야당이 존재하지 않는 정당 정치', '과두 재벌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올리가르히 정치' 등등 수많은 용어들은 그 자체로 민주 정치가 저해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각도를 달리 해보면, 정당 정치 이면에서 작동하는 관료-자본-폭력 집단 등의 과두 지배 집단의 실제 지배라는 '정치'의 적나라한 뒷모습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일당 국가가 해체되고 다당제를 표명하는 새로운 국가 내 지배 계급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 주고 있다는 데에서 기존의 자본주의 독재 국가들에서의 그것과 질적으로 다른 면들을 살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체제 전환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현상인 자본가 계급의 생성과 노동자 계급의 분화 및 빈곤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회주의 체제에서의 특권적 관료 지배 집단과는 그 성격이 질적으로 다른 지배 계급의 등장, 즉 소유에 바탕을 둔 다양한 레벨의 자본가 계급을 비롯한 자본주의 시장 계급들의 등장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극히 범죄적인 형태를 띠면서 자본가 계급이 생성되는 과정은 많은 것을 시사하는데, 즉 자본가 계급의 형성 과정에서 범죄 집단들과의 연계성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자본가 집단 자체가 범죄적 방식으로 자본을 축적하며 자본가 계급으로 전환하였다는 데에 문제의 본질이 있는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체제 전환의 중요한 현상으로 과거 건전했던 노동 대중들이 범죄 집단화되는 과정 역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도 우리는 기존의 분석대로 시장 경제 체제에 맞는 법제도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기에 사적 부문이 전혀 발달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옛 국가 시스템을 붕괴시키면서 시장 경제 체제의 도입을 선언한 러시아에서 관료들과 결탁한 국부 약탈이나 부패한 사유화 과정, 그리고 극심한 경제 위기 속 조직 범죄의 급증 등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조금만 각도를 달리할 경우,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가 만들어져 가는 초기 단계에서의 자본축적 단계에서의 전형적인 범죄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계급과 계층, 집단과 다양한 산업과 직업 등의 발생 등 새로운 사회 현상에 대한 연구결과는 우리에게 더 이상 관념 속에 살지 말아야 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고민을 통해 얻게 된 것이 있다. 그것은 서구 사회에서의 좌우 개념이나 민족주의, 자유주의, 종교 근본주의 등의 가치가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에 대한 것이다. '좌(Left)'의 이름으로 수십 년간 통치를 받아 온 이들 국가에서 서구에서와는 달리, 핵 문제와 생태 환경, 여성과 소수자 권리, 인권과 민주주의, 반전과 평화 등의 문제는 '좌파'의 의제가 아니라 자유주의적 '우파'의 의제가 되어 왔다. 소련이 붕괴될 당시 대부분의 소수 민족 국가 단위에서의 반소련 반체제 운동은 자유주의 운동이기도 하면서도 곧 민족주의나 종교에 기반을 둔 운동이기도 했는데, 이러한 운동 역시 서구에서는 우파의 반동적 이데올로기로 볼 수 있지만, 소련에서는 오히려 급진적인 저항 이데올로기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물론 체제 전환 선언 이후 30년이 가까워지는 현재 이러한 구도는 많이 바뀌어 가고 있고, 이제 느리지만 점차로 서구식 좌우파 구도로 전환되어 가는 경향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 체제의 비서구적 비중심부의 위치에 있는 국가들의 특징상 권위주의 정권의 지배 하 여전히 민족주의와 좌파적 경향이 결합되어 있는 이데올로기를 권력 정당과 야당 세력 양자가 공유하거나 자유주의적 급진파들이 좌파들에 비해 훨씬 진보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운동을 주도하는 등 매우 복잡한 양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렇듯 비서구 지역에서의 복잡한 현실을 통해 서구식 단선적 이데올로기 구분선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시각 교정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큰 통찰력을 주는 것이 있다. 그것은 국제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체제 전환기 국가 연구는 기존 시각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갖게 해 준다는 것이다. 가령, 이들 지역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이나 금융 세계화의 작동 방식 등에 있어서 서구에서의 그것과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즉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의 양태들은 서구에서의 그것과 달리, 세계 자본주의 체제 내 종속적 역할과 지위 재편 속에서 외부로부터의 강제라는 측면이 강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또 강력한 권위주의적 국가가 자본에 대한 우위 속에서 마치 신자유주의 국가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러한 동맹 속에서 사회의 여타 영역에서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제하는 등 서구 중심부 국가들에서의 현상과는 다른 매우 독특한 양상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심각한 시국에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이렇게 거칠게나마 단순하게라도 굳이 언급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주류 집단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심지어 좌파적인 경향의 지성계와 진보 정당 운동, 사회운동조차 서구식의 단선적이고 양극단적인 이론과 논리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으며, 이러한 경향이 바뀌지 않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기 때문이다.

시기와 지역을 막론하고 국가나 민족, 자유주의와 민족주의 등에 관한 과도한 일반화 혹은 여성 문제나 종교 근본주의 등에 대한 극도의 혼란스러운 입장 등은 물론 비서구/비중심부 사회변동에 대한 우리의 무지에 기인하지만, 그 이전 이러한 고루한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국가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극도로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관념론적인 분석까지 더해져 아직까지도 시장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 지지와 비판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는 현실 역시 한국 사회 좌파 운동의 가장 큰 질곡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아직도 그런 주장을 하고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언제나 과도할 만큼의 격렬한 논쟁에서 결정적인 잣대는 여전히 그것이다. 시장 자본주의 체제의 극도의 모순이 존재하더라도 역사적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관념론적 분석이 아닌 냉철한 객관적 연구 위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체제 전환기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비서구/비중심부 지역 국가 사회의 변동에 대한 분석과 대안 제시에 있어서 올바른 관점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것이 내년이면 100주년이 되는 러시아 혁명이 진정으로 제대로 재조명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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