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9일(이하 현지 시각) 클린턴 전 장관의 선거 캠페인 웹사이트와 유튜브에 올린 영상물을 통해 "클린턴 전 장관보다 대통령 자리에 더 적합한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어서 나가 캠페인에 동참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영상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사실상의 민주당 대선 후보로 역사를 만들고 있다"면서 "그(클린턴)와 20차례 이상 토론했던 사람으로 말할 수 있다. 그는 용기와 열정이 있고 이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선언은 이날 오전 샌더스 의원과 1시간여의 회동 이후 발표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샌더스 의원에게 대선 승리를 위해 클린턴 전 장관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선언이 나오자 클린턴 전 장관은 천군만마를 얻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 내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인 젊은 층과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당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한 클린턴 전 장관의 입장에서는, 이들을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퇴임을 불과 6개월 여 앞두고 있음에도 5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현직 대통령의 지지 선언이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로이터>에 "세상 전부를 얻은 것 같다"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내가 몇 년 동안 경쟁자였지만, 진정한 친구가 된 것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대선 레이스에서 적극적인 지원사격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장 15일 이번 대선의 격전지로 분류되는 위스콘신 주를 찾아 클린턴 전 장관을 지원하는 연설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샌더스 의원 역시 클린턴 전 장관에 협력하겠다고 밝혀 샌더스 의원에 대한 지지가 클린턴 전 장관에게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그간 샌더스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느니 차라리 트럼프를 찍겠다는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샌더스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과 회동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7일 클린턴 전 장관과 통화했다며 "트럼프를 무찌르고 단순히 1%가 아닌 국민 모두를 대표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해 조만간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샌더스 의원은 중도 경선 하차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14일에 열리는 워싱턴 D.C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샌더스 의원의 이같은 움직임은 자신의 진보적인 어젠다를 클린턴 전 장관의 본선 캠페인에 반영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7일 캘리포니아 주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사회, 경제, 인종, 환경적 정의를 위해 싸워나가겠다.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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