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인 부산 가덕도를 찾았다. 사실상 가덕도를 신공항 부지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문 전 대표는 9일 가덕도를 방문해 부산시 관계자로부터 신공항 추진 상황에 관한 설명을 듣고 "개인적 견해를 밝히기는 적절치 않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대로 (후보지 선정 평가) 용역이 진행된다면 부산시민이 바라는 대로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부산시민은 입지선정 절차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되고 있느냐에 대해 걱정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평가 절차가 진행된다면 부산시민은 그 결과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친박 핵심이라는 서병수 부산시장마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새롭게 마련되는 국제공항은 김해공항의 대체 공항으로 추진된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앞서 총선 유세 과정에서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경제적으로만 판단한다면 당연히 공정한 입지선정이 가능하고, 부산시민이 바라는 신공항을 만들 수 있다"며 "국회의원 5명만 뽑아준다면 대통령 임기 중 신공항 착공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었다.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는 부산 지역에서 김영춘(3선), 김해영, 박재호, 전재수, 최인호(이상 초선) 의원을 배출했다.
다만 문 전 대표는 "투명한 절차"를 강조했을 뿐 직접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지지'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는 "신공항은 지역 균형발전과 동남권 주민 편의, 지역 미래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됐다"며 "더는 표류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입지가 선정돼 현 정부 임기 중에 반드시 착공돼야 한다"고 했다.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해서는 "안전하고 소음 피해 없이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추가 확장할 수 있는 그런 입지여야 한다"거나 "이제는 국제공항이 여객 운송뿐 아니라 물류에서도 비중이 크다. 물류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는 곳에 입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문 전 대표의 이날 행보에 대해 홍준표 경남지사가 공개 비난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으로 압축된 상태다. 홍 지사는 지난달 17일 밀양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함께 4개 광역지자체장 공동 회견을 갖고 "부산시가 신공항 유치 활동을 막무가내식으로 무분별하게 전개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홍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전 의원이 가덕도를 방문해 '여권 갈라치기'에 나선 것"이라며 "그는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홍 지사는 "국가 백년대계인 신공항 국책사업을 국익 차원에서 바라보지 않고 '영남 갈라치기'를 통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얄퍅한 술책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문 전 대표를 맹비난했다.
홍 지사는 "호남에서 외면당하고 '영남 갈라치기'로 그것을 만회하려는 문 전 의원의 술책에 부화뇌동하는 일부 부산 여권 정치인들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새누리당 부산 지역 의원들까지 싸잡아 비난하며 "영호남 갈등도 지겨운데, 이제 TK-PK 갈등까지 일으키려는 일부 정치권의 망동은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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