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던 청와대는 "통보는 아니지만 후쿠다 총리로부터 '사정 설명'은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가, 또 다시 논란이 일자 "본질이 아니다"라고 비껴가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듭되는 말 바꾸기…결국 "본질 아니다"?
문제는 이동관 대변인의 15일 오전 브리핑에서 불거졌다. 이 대변인은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주기 바란다'는 워딩(발언)은 있지도 않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후쿠다 총리로부터 (이해를 구한다는 취지의) 얘기는 있었을 것으로 사료되나 통보로 볼 수 없고 통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후쿠다 총리가 일본 영유권 명기방침을 이 대통령에게 미리 통보했다"는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한 바 있다.
파문은 당장 일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 등 야당들은 일제히 이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맹비난했다.(관련기사 : "요미우리 보도 사실이라면 MB는 탄핵감")
논란이 일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일부에서 지난 번에는 (통보가) 없었다고 하다가 있는 것처럼 번복했다고 기사를 써 놓으니까 난리가 난 것"이라면서 "통보는 없었고, (후쿠다 총리로부터) 일본도 사정이 어렵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말씀은 알겠다는 사정 설명은 있었다는 것"이라고 다시 해명했다.
정식 '통보'는 아니지만 일본 내의 여론이나 정치권의 입장 등에 대한 후쿠다 총리의 '사정 설명'은 있었다는 얘기다.
"공당 대변인이라는 사람들이 인터넷만 보고…"
이 관계자는 "'사정 설명'이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는 "일본의 사정도 어렵지만 대통령 말씀을 잘 알겠다는 취지"라고 거듭 설명한 뒤에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알아서 상상하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그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에 대해선 일본 정부도 오늘 중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면서 "여러분들도 충분히 이해하시고 신중하게 보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문제는 사안의 본질도 아니다"라고 연막을 쳤다. 그는 "본질은 영유권 명기를 우리가 받아들일 수도, 용인한 일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야당들을 향해선 비난을 퍼부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치권 풍토라는 게 너무 경박하다고 생각한다"며 "보도가 나오면 확인을 해 보고 논평을 해야지, 공당 대변인이라는 사람들이 인터넷만 보고 '말 바꾸기'라는 논평을 내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통보' 아니어서 손 놓고 있었다?…한심한 'MB외교'
일단 일본 외무성의 고다마 가즈오 보도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시 논의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는 것을 삼가고 싶으나, 보도된 바와 같은 논의가 이루어진 사실이 없다"며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나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다마 보도관은 "회동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한국의 입장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후쿠다 총리는 국내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과 "(일본의) 사정 설명이 있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 등 일련의 정황을 종합하면 지난 9일 한일 정상의 환담에서 후쿠다 총리가 독도 영유권 명기와 관련한 일본측의 불가피한 사정을 이 대통령에게 밝혔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결국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발을 빼다가 일본 언론의 연이은 보도 끝에 후쿠다 총리가 독도 영유권 명기 가능성에 대한 '일본의 사정'을 언급한 사실을 뒤늦게 인정하는 등 청와대의 오락가락한 대응이 의심을 키웠다.
또한 일본 측이 구체적 방침을 '통보'한 게 아니라고 해도 이 대통령과 정부에게 면죄부가 부여되기는 어렵다. 후쿠다 총리의 '사정 설명'이 있었음에도 이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다가 결국 '영유권 명기 강행'이라는 뒤통수를 맞는 '외교적 무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대화록을 공개하면 깔끔하게 정리될 문제이긴 하지만 양국간 합의사항인 대화록 공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상 간의 비공개 회동에서 어떤 말이 오고 갔는지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해도 밝히지 않는 게 상례"라면서 "이 부분은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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