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일 정상회담 당시 후쿠다 일본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도 영유권 명기를 통보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가 '수세적인 인정' 쪽으로 후퇴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요미우리 신문 보도와 관련해 후쿠다 총리가 독도 영유권 문제를 통보했느냐는 질문에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통보는 아니지만 그런 말이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당초 "그런 의견을 주고받은 일이 없다"고 잘랐던 기존의 태도와는 상당히 다른 반응이다.
이 대변인의 말대로 "일본 정부의 언론플레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정상회담에서 후쿠다 총리의 언급이 있었음을 청와대가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국내정치적 파장은 확산일로에 놓였다.
이명박 정부가 일본 독도 도발의 정치적 편의 제공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정상회담의 내용까지 공개한 일본의 전례 없는 외교적 결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와 관련해 "그것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은 스스로 뽑은 대통령에게 역사상 가장 절망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말이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는)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에 입각해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며 "언제까지 국민을 속일 작정이냐"고 추궁했다.
그는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압축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실패한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라며 "일본의 독도 도발은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 편의를 제공한 셈이 됐다"고 비난했다.
최 대변인은 특히 "요미우리 보도와 일본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법률적으로는 탄핵감"이라며 "대한민국 영토를 수호해야 하고 헌법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한일회담 당시 후쿠다 총리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도 기다려달라고 했다면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요미우리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우리 헌법이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는 영토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에서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는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은 물론이고 언행까지도 투명하게 국민 앞에 밝혀져야 한다"며 "그 대상이 주권과 영토, 국민의 생명에 관한 문제라면 그 과정이 다소 험난하더라도 국가발전과 법치국가 건설을 위해 감내해야 한다"며 "그것이 헌법이 요구하고 있는 대통령의 의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검역주권을 포기한 쇠고기 협상에서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금강산 피살사건에 대해 보고는 왜 그리 늦었는지, 후쿠다 총리에게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정권출범 이후 계속되는 일련의 사건에서 국민들은 대통령의 정직성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과 국사를 두고 진실게임을 벌이는 것은 국가적인 대재앙"이라며 "대통령의 정직성과 관련된 모든 의혹 제기에 대해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힘으로써 또다시 소모적인 국론분열을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나라 "근거없는 소문"
반면 한나라당 김정권 원내부대표는 요미우리 보도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으로 국가 최고 책임자를 모독하는 것은 전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민주당 등 야당은 책임있는 공당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야권의 의혹제기를 '정치공세'로 몰아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이동관 대변인이 당시 그런 일이 있기는 있었던 것 같다고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야당이나 공격하고 있다"며 "정략적 물타기만 하는 한나라당이 집권을 책임지는 당인지 의심스럽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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