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7일 이사회를 열고 물류 사업 분할 입장을 공식화 했다. 이에 대해 삼성SDS 소액 주주들은 이날 오후 이 회사 본사를 찾아가 항의했다. 소액 주주들은 네이버 카페를 결성하고, 소송을 준비 중이다.
삼성SDS 물류 부문을 삼성물산에 헐값에 넘긴다는 소문이 현실이 될 경우, 주주들이 입을 피해를 물어내라는 게다. 이들 소액 주주들은 "삼성SDS 측이 오는 2020년 매출 20조 원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면서 삼성SDS 측이 약속을 깼다고 주장했다. 앞으로는 장밋빛 비전을 제시하고, 뒤로는 알짜 사업의 분할을 준비했다는 것. 물류 부문은 지난 2012년 삼성SDS의 사업 영역에 포함됐으며, 지금은 이 회사 매출의 35% 가량을 차지한다. 매출 성장세가 빠른 편이어서, 삼성SDS의 성장 동력으로 꼽혔었다.
삼성SDS는 이날 공시를 통해 "회사는 향후 글로벌 물류 경쟁력 강화 및 경영 역량의 집중을 위해 물류 사업 분할을 검토하겠으며, 나머지 사업도 전사 차원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SDS는 "회사 분할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향후 회사 분할에 관한 이사회 승인이 있거나 경영환경 등에 따라 회사 분할 검토 추진 안에 중대한 변동이 있는 경우에는 관련 내용을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일, 삼성SDS는 물류 사업 부문을 분할한 뒤 삼성물산 상사 부문과 합병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회사 분할 고려는 사실이지만 합병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삼성물산 역시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SDS SI(System Integration, 시스템 통합) 부문을 삼성전자와 합친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삼성전자 측이 부인했다.
하지만 삼성SDS 소액 주주들은 삼성 측의 해명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SDS 측은 물류 사업의 비전을 화려하게 포장했었다. 삼성SDS가 원래 하던 정보기술(IT) 사업과 물류가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갑자기 물류 사업을 떼어낸다고 한다. 소액 주주들은 삼성이 말을 뒤집었다고 본다.
소액 주주들은 삼성SDS 본사 항의 방문에 이어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 서명 및 집단 소송 등인데,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당초 삼성SDS 주식 11.2%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초 지분 2%를 팔아서 지금은 9.2%를 보유한다. 소액 주주들은 이 부회장이 주식을 판 뒤에 주가가 급락한 점에 주목한다. 이 부회장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서 이익을 누린 셈이라는 게다. 요컨대 삼성SDS가 주요 수익원인 물류 부문을 떼어낼 계획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것.
삼성SDS는 이 부회장 외에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 등이 각각 지분 3.9%를 갖고 있는 등, 총수 일가 지분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삼성 지배 구조 개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전산 용역(SI), 물류 등 매출이 안정적이지만 비약적인 수익 증대는 기대하기 힘든 사업을 하는 회사임에도, 지난 2014년 11월 상장 당시 공모가(19만 원)의 두 배인 38만 원에 거래된 건 그래서다. 이른바 '삼성 지배 구조 테마주'로 꼽혔다.
하지만 삼성SDS 주가는 지금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15만 원대다. 주가는 크게 세 차례 계기를 거치면서 떨어졌다.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사실상 지주 회사 역할을 맡게 되면서, 주가가 떨어졌다. 그게 첫 번째다.
삼성SDS와 삼성전자를 삼성SDS에 유리한 쪽으로 합병해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장악력을 높이는 시나리오가 사실상 좌초하면서 주가가 또 떨어졌다. 그게 두 번째다. 올해 초 이 부회장의 지분 매각을 계기로 다시 떨어졌다. 그게 세 번째다.
한편, 삼성SDS 측은 항의 방문한 소액 주주들에게 "분할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공시한 것이고, 관계사 합병 등에 대해 추가로 검토하는 부분은 없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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