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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만의 미 쇠고기 협상은 어찌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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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만의 미 쇠고기 협상은 어찌되고 있을까?

[기고] '일본·대만 따라 재협상 가능하다'는 거짓말

여야의 합의에 따라 14일부터 38일간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된다.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이 위원장으로 내정된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는 이명박 정부 최초의 한미 협상이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에 맞춰 졸속으로 이뤄졌는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와 연계됐는지, 추가 협상으로 국민 건강권과 검역주권이 실효적으로 보장됐는지 여부 등을 집중 확인할 방침이다.
  
  청문회 기간 동안 특위는 청와대 비서실과 농림수산식품부, 외교통상부 등 쇠고기 협상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3개 기관을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1차 협상 직후 부터 한국 정부는 "일본과 대만의 협상결과를 보고 우리도 미국 측에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하지만 일본과 대만 쪽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감감 무소식이고 얼마전 열린 G8 정상회담 과정에서 일본 후쿠타 총리가 부시 미 대통령에게 "수입 위생조건을 완화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말했다는 이야기가 들릴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최재천 전 의원이 일본과 대만의 쇠고기 협상 상황을 짚어보는 글을 긴급히 보내왔다. <편집자 주>
  
  
이명박 '행'정부가 인정했던 유일한 재협상 카드가 있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이 일본이나 대만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 정부는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주권국가의 고유 권한을 팽개치고 국제적으로 '무임승차'를 노린다는 비판이 뻔하지만 일단 제쳐두자. 쇠고기 협상은 '양자 간' 협상인데 남의 협상을 어떻게 우리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인지 문제는 일단 제쳐두자는 이야기다.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말대로 혹시라도 일본과 대만의 협상 결과가 재협상의 사유라도 될 수 있다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다면 일본과 대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어디까지 와 있나?
  
  대만과 미국 간의 쇠고기 협상이 다 끝났다고?
  
  
대만은 2008년 7월 8일 현재 30개월 이하의 살코기만 수입중이다.
  
  5월 28일 CBS는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만이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맞춰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끝냈지만 집권 초기인 상황을 감안해 공식발표는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또한 외교통상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공식적으로 아직 미국과 대만간 협상이 진행 중이며 OIE 기준에 따라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도했고 "대만과 미국의 협상에 OIE 관계자도 참여하고 있다"는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의 말도 인용했다.
  
  하지만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다.
  
  먼저 지난 6월 25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말이다. "일본과 대만, 홍콩, 중국도 과학과 국제기준에 기초해 쇠고기 시장을 개방한 한국의 뒤를 따를 것을 촉구 한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대로라면 5월 27일 현재 미국과 대만은 협상을 끝내고 공식 발표만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로 부터 한달이 지난 6월 25일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대만도 전면 개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앞뒤가 안 맞아도 여간 안 맞는 것이 아니다.
  
  둘째, 대만은 국제법상 국가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만은 OIE의 가입국가도 아니고, OIE의 기준을 준수할 국제법상 의무도 없다. 따라서 대만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때 양국간 협약이나 조약 등의 형태로 정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대만의 국내법적 절차에 따라 왔다.
  
  한국 주재 대만 대표부와 대만 현지 관계자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07년 미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 변경 이후 대만은 공식적으로 미국과 협상을 한 사실이 없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협상이 끝났고, 심지어 "OIE 관계자도 협상에 참여 중이다"고 했다. 역시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
  
  참고로, 대만의 국내절차는 이렇다. 주무 부서는 한국의 보건복지가족부 격인 '위생서'다. 먼저 전문가 회의 소집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하고, 수출국인 미국에 관계자를 파견해 실사를 한다. 다음으로 공청회를 겸한 전문가 회의를 거치는데 이때 AIT (미국 내 대만대표부) 등도 참가한다. 전문가 회의에서 정리된 안은 행정원 (한국의 국무총리실에 해당)에 보고되고, 행정원에서 결정된 사항을 한국의 고시에 해당하는 공고를 한 후 이 내용에 따라서 쇠고기 수입이 개시된다.
  
  '앞으로 벌어질 대만의 협상보다 불리한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예언'을 내놓았던 이명박 행정부는 현재 대만이 어느 단계의 절차에 이르렀는지를 국민에게 알릴 의무를 갖고 있다.
  
  일본과 미국과의 재협상도 없다
  
  
이미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의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문제는 7월 6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였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일본 쇠고기 시장의 전면 개방을 요구했고, 후쿠다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이 현재 월령 20개월 이하인 일본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 완화를 요구하자 후쿠다 총리는 "식품의 안전, 안심을 지킨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과학적인 식견에 근거해 판단해 가겠다"며 당장은 수입 조건을 완화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거절했다.
  
  일본의 이런 단호한 입장은 일관된 것이다. 미국이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직후인 2007년 5월 23일, 시오자키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의 수입조건을 즉시 변경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당시 시오자키 장관은 "음식의 안전과 소비자의 신뢰 확보를 전제로, 과학에 근거해서 단계를 밟아 대응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본정부는 미국 육식처리시절 사찰 등의 검증작업을 계획대로 진행시킬 방침"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앞선 2007년 4월 27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조한스 미 농무부 장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현행 '20개월령' 미만에서 OIE 기준인 '30개월령' 미만으로 완화해 달라고 요구 했다. 이때도 마쓰오카 토시가츠 농림수산성 장관은 "지금은 현행 기준이 준수돼 식품의 안전에 대해서 일본 국민의 납득을 얻는 것이 더 큰 일"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박상표, '국민건강과 식품안전 위협')
  
  한국보다 더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을 강조하는 일본은 여전히 '과학적 기준'을 근거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국민의 '안심'을 기준으로 수입 기준 완화를 거부하고 있다.
  
  OIE의 기준 변화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이명박 행정부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일본과 대만은 아직까지도 수입 조건을 완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명박 행정부는 우리의 독자적 능력과 조건으로는 결코 재협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일본, 대만 등이 다른 기준을 적용할 때 비로소 우리도 그 기준에 따라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과 대만은 아직 수입조건을 완화하는 협상에 나설 계획조차 없는 것 같다. 재협상의 길은 민심만큼이나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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