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작가들이 세월호 참사, 유성기업 등 사회 현안에 주목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자 풀리지 않는 문제를 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들을 주제로 하는 시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프레시안>은 매주 한 편씩 이들의 시를, 그리고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한 글을 올린다.
떳떳한 삶을 위하여
- 故 한광호 열사를 기리며
장벽 앞에서 우리, 뜨거운 눈물 쏟아야 하는가?
절망 앞에서 우리, 다시 무릎 꿇어야 하는가?
탄압 앞에서 우리, 쓰라린 고통 참아야 하는가?
이 악물고 맞서지 못한 유약함으로 우리,
슬픔 앞에 덧없이 무너져야 하는가?
잿빛 작업복에 밴 땀냄새 사람냄새 자랑스레 여기며
노동자로 태어나 한 세상 그저 사람답게 살고플 뿐인데
죽으면 죽었지 영원한 패자의 삶은 살지 말자고
절망이 낳은 불구의 희망에라도 삶을 기대 보는 것조차
불온한 일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노동의 터전에서
징계와 해고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동지들
노조 탄압, 노조 파괴 획책하는 악랄한 무리에 맞서,
권력과 손잡고 제 몸집만 부풀리는 야비한 적들에 맞서,
살아남은 우리, 당당함과 떳떳함 무기 삼아 끝까지 싸우렵니다
공장에서 거리에서 고공에서 그 가파른 삶의 낭떠러지에서
제 한 몸 아낌없이 투쟁하는 동지들 위해
권력의 횡포와 들러리 어용노조 앞세운 자본가의 욕망 앞에
우리, 절대로 무릎 꺾지 않겠다고 굳게굳게 다짐하며
당신이 남기고 간 잔업 같은 과제들 완수하는 그날까지
노조 파괴, 노조 탄압 노동자 차별 없는 세상 이뤄낼 그날까지
우리의 투쟁과 서슬 퍼런 저항을 멈추지 않으렵니다
마흔 둘에 멈춘 노동자의 인생이여,
후미진 삶의 가시밭길 걸어온 그대여,
고귀한 희생이 부디 이 땅의 마지막 희생이기를 간원하며
지상의 고통 다 씻기우고 하늘 길 오르는 그대,
가신 님이여, 평온한 세상에서 고이고이 잠드소서!
시작노트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따라야 사람 사는 세상이 올까, 얼마나 더 깊이 절망해야 희망찬 세상이 펼쳐질까. 언제부턴가 외진 곳에서, 벼랑 끝에 서서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무엇 하나 제대로 해줄 수도 해결할 방편도 떠오르지 않는 무력감에 가슴 무너지는 일들이 허다하다. 미약하게나마 함께 마음을 모아주고 돌아봐 주는 일, 먼저 손 내밀어 굳게 잡아주고 따스한 눈빛 한 번 건네 줄 수 있음에, 또 한편 펜에 힘을 주어 변변찮은 위문의 시라도 한 편 써서 읊어 줄 수 있음에 자기 위로를 삼는다. 어둑하고 낮은 곳에서도 성실하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진정 행복해지는 세상, 마땅히 그러한 세상이 하루 속히 도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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