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6월 9일 공공기관 워크숍을 직접 주관할 예정인 가운데, 박 대통령과의 대면을 앞두고 공공기관들이 속속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이사회 의결 절차를 완료하고 있다. 5월 내로 통과될 경우 추가 성과급을 준다는 정부 지침과 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주재 워크숍의 효과로 풀이된다.
30일 하루 동안 건강보험공단, 철도공사, 콘텐츠진흥원, 교육학술정보원, 한국전력기술, 조폐공사, 수출입은행 등이 각각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금융공기업 9곳은 수출입은행을 마지막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절차가 사실상 완료됐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나선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은 오는 7월 1차 파업과 9월 전면 공동 파업을 준비 중이다.
"국민연금공단, 이사회 취소하고 서면으로 이사들에게 동의서 받기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30일 "공공기관 워크숍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성과연봉제 확대를 위한 이사회 불법 의결이 무더기로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은 가입자 대표로 민주노총이 추천한 이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자 이날 예정된 이사회를 돌연 취소하고 서면으로 이사들에게 찬반 의견을 내 달라고 통보해 결과를 취합하고 있다. 공항공사도 이사들에게 서면으로 의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스공사는 이날 이사회를 개최했으나, 노동조합의 반대와 사외의사의 문제제기 등으로 안건 처리가 무산됐다고 노조는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사업장 가운데 5월 한 달 동안 이같은 이사회만을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이 완료된 곳은 총 9개 기관이다. 한국노총 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도 이날 수출입은행까지 소속 금융공기업 7곳을 포함해 9개 공공기관이 이사회를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노조 "이사회 의결은 일방적 선언일 뿐 성과연봉제 도입된 것 아니다"
노조는 이사회만을 통하는 이같은 의결은 모두 "명백한 불법이고 무효"라는 입장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는 우선 힘으로 밀어 붙이고 나중에 법적 효력이 문제가 되더라도 충분히 그 사이에 노조의 반대를 무력화하고 노조의 동의를 사후적으로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며 "그러나 정부의 지침 하나로 헌법이 보장하고 노동관계법에 의해 구현되는 노동기본권이 완전히 무력화되는 것이 합법으로 인정되는 순간, 말 그대로 '사용자 독재'가 시작될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금융노조도 성명을 내고 "금융위원회가 금융위 산하 금융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완료됐다고 한다면 이는 명백한 거짓이자 금융공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모든 사업장 노동자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의해 압도적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지만 금융위와 사 측은 이를 무시하고 관련 법 어디에도 없는 '이사회 의결'이라는 요식 절차로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선언했을 뿐, 금융공기업 어디에도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곳은 없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철도노조는 이사회 의결 이후 서울역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결국 구성원의 이해나 의견은 애초에 필요 없고 불법적인 정부의 지시만을 따르겠다는 사 측의 태도에 분노가 치솟는다"고 비판했다. 철도노조는 "성실하게 공사 측에 교섭할 것을 요구했지만, 공사가 이를 거부하고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했다"며 "이에 상응하는 총파업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용보증기금 조합원 97.2%가 '성과연봉제 반대'
이미 지난 25일 성과연봉제 확대 실시를 위한 이사회를 열어 관련 내용을 통과시킨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노조가 회사 측 움직임과 별도로 전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97.2%의 조합원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전체 조합원 1383명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는 투표율도 92.9%로 매우 높았고, 찬성율은 2.5%에 그쳤다.
금융노조 신용보증기금지부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사 측의 불법적인 이사회 의결에 대해 전 조합원이 투표를 통해 일치된 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불법 및 인권유린 실태를 조사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진상조사단(단장 한정애 의원)은 이날 IBK기업은행을 찾았다. 지난 24일 산업은행, 26일 한국중부발전에 이어 세 번째 현장 조사였다.
이날 현장 조사에서 공개된 사례를 보면, 기업은행 한 지점장은 직속 부하인 차장이 부하 직원에 대한 성과연봉제 동의서 징구를 거부하자 "승진 안 할 거냐"고 몰아붙이는가 하면, 또 다른 지점장은 오전 8시부터 영업이 시작되는 9시까지 지점장실 문을 잠그고 "동의서에 서명할 때까지 못 나간다"고 강요하기도 했다.
진상조사단은 6월 8일까지 수자원관리공단,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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