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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체제' 한나라, 순항할까?

[전망] MB '당 장악력' 확대…길게는 毒 될 수도

향후 2년간 한나라당을 이끌게 된 '박희태 지도부'가 3일 출범했다.

쇠고기 정국의 여파로 당정청이 곤두박질치긴 했지만, '대통령 당선-신주류의 총선 공천권 행사와 과반의석 획득-신주류의 당권 장악'이라는 이명박계의 3단계 로드맵이 완성된 셈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정·청을 완전히 장악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상득 의원의 '형님 파워'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함께 박 대표의 당권장악은 이명박계 내에서도 원로그룹의 영향력 확대를 뜻한다. 최근 촛불정국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 강경대응의 배경으로 원로그룹을 지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원로그룹의 재가동?

박희태 대표는 경선 기간 지속됐던 계파 꼬리표를 감안한 탓인지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당내에는 화합을, 국민에게는 신뢰를 쌓도록 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박 대표는 "일찍이 공자님은 제자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무엇이 필요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우선 먹을 것 식(食), 나라 지키는 법(法), 신의 신(信) 중에 마지막까지 있어야 할 것이 믿을 신이리라고 답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의 호언장담대로 한나라당이 당·정·청 신뢰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뉴시스

박 대표는 대선 바로 다음 날인 지난 해 12월 20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제에서 권력은 모두 대통령이 잡는 것이다"면서 "당은 없어져도 대통령은 존재한다"고 단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이)이제는 야당처럼 자전(自轉)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이 공전(空轉)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인 셈이다.

총선 공천탈락이라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는 박 대표로서는 본인의 득표력보다는 '이심(李心)'에 의존해 당선됐다는 평가도 감수해야 할 판이다. 이는 향후 당청관계가 어떻게 수립될지를 짐작케한다.

지난 4개월 여 동안 '정치력'에서 큰 약점을 노출한 이 대통령의 보완재로는 적임자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희태 대표가 당내 질서를 조율해 가는 가운데 원로그룹의 행동반경이 넓어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일선에서 후퇴한 듯 보이지만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데에다 박 대표의 당권장악에 이어 김덕룡 전 의원의 정치특보 기용설에도 무게가 실린다. 워싱턴에 체류 중인 이재오 전 의원을 제외하면 지난해 대선 당시의 '6인회의 멤버'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가지고 요로에 포진한 셈이다.

게다가 이상득 라인'으로 분류되는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의 역할론도 사그러들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류우익 전 실장이 정책특보로, 김덕룡 전 의원은 정치특보로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벌써 청와대 주변에 특보단을 위한 사무실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로그룹'의 장악력은 '인적 쇄신' 이후 오히려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류 전 실장의 퇴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에는 변함없다는 것.

다만 류 전 실장의 특보 기용에 대해선 청와대 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고 만일 그런 제안이 가더라도 류우익 실장은 그것을 받아들일 분은 아니다"면서 "류 전 실장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계했다.

당 안팎이 첩첩산중

박 대표가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진 지난 20여 년 동안 주요 당직을 두루 거친 '관록'을 인정받고 있어 당 운영에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와 관계 개선에도 방점을 찍고 있어 최근 주춤해진 친박 복당 문제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허태열 후보와 김성조 후보는 박 전 대표의 직접적 지원 없이도 대의원 득표에서 각각 18.9%와 15.5%를 얻는 저력을 과시해 시들지 않은 '박근혜 파워'를 보였다는 평가다.

이명박계 주류가 똘똘뭉쳐 지원한 박희태 대표의 대의원 득표가 30%에도 미치지 못한 것과 대조된다. 이명박계에선 공성진 의원이 지도부에 진출했지만 허태열 후보에 밀린 턱걸이 입성이다. 주류가 당권은 잡았지만 발밑이 튼튼하지 못해 박 전 대표의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모나지 않은 박 대표의 성품과 정치스타일, 박근혜계와의 유연한 관계설정에 대한 당안팎의 요구 등으로 박희태 체제의 한나라당은 내부 결속과 안정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것이 오히려 박 대표의 약한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집권여당을 이끌어갈 리더십의 측면에선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최근의 권력 진공기 속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홍준표 원내대표와 역할분담도 매끄럽게 연착륙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홍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정치는 내가, 정책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맡을테니 대통령께서는 통치에만 신경쓰시라"고 말할 정도로 입지구축에 욕심을 내고 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박희태 대표 체제의 순항 여부를 가늠할 제1의 변수인 셈이다. 특히 '쇠고기 늪'에 빠진 이명박 정부가 국민적 신뢰 회복에 실패하고 누적된 평가가 재보선 등에서 확인될 경우 '박희태 책임론'도 피해갈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경우 박근혜계와의 밀월이 끝까지 이어질지를 장담할 수는 없다.

또한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 워싱턴에 머무르고 있는 이재오 전 의원 등은 '포스트 박희태'를 노리며 와신상담 중이어서 이명박계 내부갈등도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휴화산이다. 2위로 지도부에 안착한 정몽준 의원은 말할 것도 없다.

이같은 난관을 극복하고 박희태 지도부가 임기를 채울 경우, 2010년 6월 중 실시될 지방선거가 박희태 대표의 최종 성적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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