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경상북도 지방재정투자심사위원회는 구미시(시장 남유진)가 추진 중인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뮤지컬 예산투자 관련 심의를 열고 '조건부 가결'을 확정했다. 조건은 구미시 중기지방재정계획반영, 전문가와 시민의견 수렴장치 마련, 예산규모 감축 노력 등 3가지다. 심의위원 10명 중 5명 찬성, 2명 재검토, 1면 기권으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 기념 뮤지컬 전체 예산 28억원 중 절반인 14억원을 경상북도가 지원한다.
나머지 예산을 부담하는 구미시도 예산심의에 들어간다. 오는 26일 구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 사업과 관련한 예산심의를 연다. 이미 구미시의회 해당 심의위에서 만장일치로 예산안이 통과된만큼 차질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시·도 매칭사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만약 구미시의회가 전액삭감을 결정하면 사업이 폐기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구미시는 박 전 대통령 출생 100년이 되는 내년 11월 14일을 기념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한다. 40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국제학술대회, 기념우표·주화 발행, 사진전시회, 불꽃축제, 민방위와 향토예비군 창설기념식, 휘호집과 근대화 관련 책자 발간 등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뮤지컬도 그 중 하나다. 뮤지컬 가칭은 '고독한 결단'으로 박 전 대통령 생애를 다룬다. 구미시는 예산이 통과되면 6월부터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다. 작가, 배우 등 제작진 섭외는 사업 확정 후 결정할 방침이다. 작품이 완성되면 내년 11월 14일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구미시는 지난해에는 박정희 생가와 박 전 대통령 모교 구미초등학교 사이 6.4km에 '박정희 전 대통령 등굣길'을 조성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 길을 걷는 체험 행사도 열었다. 최근에는 이 길에 박 전 대통령 어린시절을 형상화한 1m 높이의 동상 여러점을 설치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독재자 우상화·신격화 사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구미시민 의견수렴 과정이나 법적으로 거쳐야할 사업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시민단체의 정보공개청구조차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5일 구미참여연대, 구미YMCA 등 6개 단체는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뮤지컬 제작반대"와 "100주년 기념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26일 구미시의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킬 경우 본격적으로 반대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황대철 구미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독재자 제사상을 차리려 혈세 수 십억원을 낭비하는 전시행정"이라며 "구미를 70년 개발지상주의로 되돌리는 시대착오"라고 비판했다. 나대활 구미YMCA 사무총장은 "지역경제는 침체되고 노동자는 쫓겨나지만 구미는 박정희 마케팅만 한다"면서 "박정희 밥상을 차리고 박정희 소나무 아래서 막걸리나 붓다 박정희 등굣길에 헤매는 독재자 미화 사업만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구미시는 "관광사업"이라고 해명했다. 이창수 구미시 문화예술과 계장은 "구미하면 박정희"라며 "대통령 고향에서 그를 기리는 사업을 하는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고장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뮤지컬은 관광사업"이라며 "정치적 관점으로 보지말고 문화사업으로 봐달라. 만들어도 공과를 다 싣겠다"고 말했다.
한편, 구미참여연대가 지난 4월 22일부터 구미지역 일대에서 시민들에게 '박정희 뮤지컬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박 전 대통령 뮤지컬 제작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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