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7일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내년도 대선 전망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김종인 대표는 "(내년 대선은)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삼당이 경쟁하는 체제로 갈 것"이라면서도 "내년에 제대로 된 후보를 내면 반드시 정권 교체가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 대표를 겨냥해 "실질적으로 후보 하나가 정해진 상태"라고 지적하며 "(후보를 단일화하는 데) 쓸데없는 정력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김종인 대표는 "단일화하려다가 안 되면 오히려 국민의 신뢰를 더 잃는다"며 "삼자 구도가 되더라도, 반드시 여당에 유리하지만도 않다. 한 후보는 처져버리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는 김종인 대표는 호남 민심에 대해 "선거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호남 민심을 회복하는 방안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후보'를 내는 것을 꼽았다.
당 차원에서 대선 후보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후보는 결국 한 사람이 되고, 종국에 국민이 누구를 제일 선호하느냐가 나타나니 그때 가서 정해지지, 인위적으로 (당에서 특정한 후보를 키우려고 한다고) 되겠냐"고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잠재적인 대권 주자로는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당선자 등을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월 말, 9월 초께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임기를 3~4개월 정도 남겨둔 김종인 대표는 "어떤 형태든 당 대표는 안 할 것"이라고 했다. 김종인 대표 스스로 대권 주자가 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는 질문에는 "추측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데 대해서는 "비교적 간단한 문제인데, 그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협치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에 변화가 없으면 협치는 불가능한데, 현재로써는 상황 인식에 변화가 없는 것 아닌가"라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인터뷰는 박인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과 전홍기혜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안 하는데 협치?"
프레시안 :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집권당에 대한 응징이기도 하지만, 변화에 대한 절박한 열망이자, 협치를 하라는 명령"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이 박근혜 대통령의 '협치'를 가늠할 시금석이었는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안 됐다. 총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보며 '협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김종인 : 3당 원내대표와 대통령이 모여 얘기하니까 모양은 협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구체적으로 타협된 게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심지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비교적 간단한 문제인데, 그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남은 2년 동안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의 관점에서 상황 인식을 달리하면 모를까, 대통령의 상황 인식에 변화가 없으면 협치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현재로써는 상황 인식에 변화가 없는 것 아닌가.
협치라는 것이 말이 그렇지, 그렇게 간단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협치를 한 번도 체험해 본 적이 없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등으로 나뉘면서) 여소야대 황금 분할이라고 얘기했는데, 그때도 야당 의석수가 많으니 야당 뜻대로 법안이 통과됐지만, 협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니 3당 합당을 할 수밖에 없던 것 아닌가.
프레시안 :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 됐는데, 20대 국회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고 있나?
김종인 : 우리가 선거 때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라는 과제를 내세워서 제1당이 됐다. 그러면 경제 문제를 분석해서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방안을 1년 내내 발전시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면, 이를 바탕으로 집권할 수 있다.
특히 내년이 대선이니 그 밑그림을 올해 12월까지 그려야 한다. 제발 대통령 후보 되기를 바라는 분들이 올해 12월까지 자기 머릿속에 밑그림을 그리기를 바란다.
"박근혜 정부, 경제 민주화해야 경제 활성화돼"
프레시안 : 김종인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라는 화두를 들고 나왔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 민주화는 사라지고 '경제 활성화'라는 구호만 남았다. 박근혜 정부는 해고를 유연하게 하거나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경제 활성화라고 보는 것 같다.
김종인 : 경제 민주화가 안 되면 경제 활성화도 안 된다. 그런데 경제 민주화가 경제 활성화를 반대하는 것처럼 착각한다. 경제 민주화는 불완전한 시장에 보완적인 기능을 하는 것인데, 경제 민주화로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야 경제도 활성화될 것 아닌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정부의 경제 정책을 심판했다. 역대 대한민국 선거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가장 심한 패배를 했다. 그러면 왜 패배했는지 정확히 인식하고 고쳐야 하는데, 종전과 같이 하면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지금까지 정부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주장했나. 그래서 국회가 '경제 활성화 법안' 30개 가운데 4개 빼고 다 해줬는데, 별 효과가 없다.
IMF(국제 통화 기금)와 OECD(경제 협력 개발 기구) 등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포용적 성장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시장을 지키고 보완해야 포용적 성장이 된다는 것인데, 포용적 성장이 경제 민주화다. 소득 격차가 심화하면 그 자체가 성장을 방해한다. 이명박 정부가 기업 투자를 활성화한다면서 법인세를 인하해줬는데, 투자 활성화는 일어나지 않고 세수만 깎아 먹었지 않나.
프레시안 :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됐으니,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주도권을 쥘 복안이 있나.
김종인 : 우리는 집행 능력이 없으니 해결할 수 없지만, 정부가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지난번에 내가 구조 조정 얘기를 꺼낸 것도 구조 개혁을 하지 않고서 경기 부양만 할 게 아니라서다. 내가 그 문제를 거론하니 (정부가) 마치 (구조 개혁을) 하는 것처럼 하는데, 그 모양이 별로 정확하지 않고 가는 방향이 옳지 않으니 그렇게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야당의 한계는 거기에 있다. 문제를 제기하고, 우리 나름대로 방법을 준비하다가 내년에 집권해야만 실행할 수 있으니까. 우리는 우리가 집권하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국민의 신뢰를 쌓으려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 집단 소송제, 20대 국회서 바로 시작해야"
프레시안 : 입법 과제로 세월호 특별법에서 특별조사위원회 기간 연장 문제와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안이 부각됐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피해자들이 개별 소송으로 대응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김종인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집단 소송제도 20대 국회가 열리면 바로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도 몇 년간 논의는 됐지만 (정부와 여당이) 적당히 지내온 것 아닌가.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사항이니까 국회가 강력하게 조사도 하고, 거기에 대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거기에 정부가 반대할 수 있겠나?
그리고 옥시 사태와 관련한 환자들도 전부 국민건강보험이 치료비를 부담해줬다. 건강보험공단이 옥시를 상대로 구상권 행사도 해야 한다. 은근슬쩍 넘어가려 생각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 : 세월호 유족이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야당을 포함해서 정치권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김종인 : 그러니까 지금까지 정치권이 불신을 받은 것 아닌가. 국민의 생명과 관련한 사건이 일어나면 적당히 떠들다 말아버리니까 정치권에 불신이 생긴 것이다.
프레시안 :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2주기 때 더불어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섭섭해 한다.
김종인 : 그게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라, 가족들이 모여서 하는 행사이기에 개별적으로 가면 되지. 그걸 가지고 자꾸 이상하게 오해한다.
"호남 민심 돌리려면 대선 후보 잘 내야"
프레시안 : 5월 18일에 광주에 가시는데, 호남 민심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국민은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심판했고, 호남은 더민주를 심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인 : 호남 민심은 선거 결과대로 그대로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이 시발이 돼 상당수 호남 의원들이 빠져나갔을 때부터 호남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그 민심을 회복할까. 가장 좋은 수단은 내년 대선에서 우리가 대선 후보자를 잘 내는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이 "저 후보 정도면 수용할 수 있다"고 할 때 호남 민심을 돌이킬 수 있다.
프레시안 :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큰 후보를 만드는 일로 민심이 돌려질 수 있을까?
김종인 : 그렇다고 본다. 호남이 기껏 도와줘야 만날 패배하니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국민의당이라는 새로운 당이 생기니, 희망을 걸어보면 해볼 수 있지 않나 해서 이번 선거에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프레시안 : 18일 광주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전할 예정인가?
김종인 : 5.18 민주화 운동은 정치적 자유와 기초적인 인권을 확립하기 위해 피를 흘린 대가로 민주화를 쟁취한 것이다.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를 정치적으로 이룩한 것인데, 그 정신을 받들어서 더불어민주당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경제 민주화를 실천하겠다는 얘기를 하려 한다.
"대선 후보 삼자 구도, 잘하면 정권 교체 가능"
프레시안 : 대선과 관련해 "결국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당선자 등이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
김종인 : 그 사람들이 자기 능력대로 페어플레이할 것이다.
프레시안 : 야권 지지자들은 야당에 대권 후보들이 많지만, 당이 준비해서 대선 후보를 키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프레시안 : 2007년, 2012년 대선 때는 대선 후보들이 역동적으로 경쟁하는 모습이 없었다. 야당에서도 그런 준비를 하자는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종인 : 문재인, 박원순 후보도 있고, <중앙일보>를 보니 안희정 씨도 경우에 따라서는 참여할 수 있고, 최근 김부겸 씨도 부각되는 것 같고, 그런 것은 그때 가서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에 대한 개인적으로 평가를 하신다면?
김종인 : 오랫동안 얘기를 안 해봐서 평가할 입장이 못 된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야권 전체가 판을 짜서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종인 : 말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후보 하나(국민의당 안철수 공동 대표)는 정해져 있다. 그래서 지금 현 상태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삼당이 경쟁하는 체제로 갈 것이다.
프레시안 :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 대표는 결선 투표제를 주장했다.
김종인 : 헌법을 고치지 않고 결선 투표제가 되겠나?
프레시안 : 대선 후보 삼당 체제로 가면 여당에 유리하지 않나?
김종인 :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후보로 어떤 사람이 나타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삼당 체제로 대선을 치러도, 결국은 어느 당의 후보가 일반 국민이 보기에 뚜렷한 후보냐, 그리로 갈 것이다. 과거 새누리당 지지자들도 의식이 달라졌다. 새누리당을 지지했더라도 자신에게 도움되는 게 있어야 지지할 것 아닌가. 이번에 강남을과 송파을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고 사람들이 상상도 안 했을 것이다. 새누리당 지지층이 항상 고정됐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보수층이 늘어나서 우리는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 그런 개념을 가지고 선거하면 판판이 질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더민주로 들어오기 전에 사석에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과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우리나라가 일본식 일당 장기 집권 체제로 가리라고 보지만, 김종인 대표는 '한국 정치의 역동성'이 있다고 말했다던데?
김종인 : 나는 국민을 믿고 그렇게 말했다. 남재희 전 장관이나 최장집 교수는 일본식의 보수 장기 집권 체제로 간다고 했는데, 나는 절대 그렇게 안 간다고 본다. 내년에 제대로 된 후보를 내면 반드시 정권 교체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삼자 구도가 되더라도, 한 후보는 처져버리고 말 것이다.
프레시안 : 그래도 야권에서 대선을 앞두고 생산적인 토론의 장이 필요한 것 아닌가.
김종인 : 한 사람(국민의당 안철수 공동 대표)은 절대로 토론해가지고 될 사람이 아니다. 그럼 왜 튀어나왔겠나? 토론해서 될 일이면 그 사람이 튀어나가지 않았다. (안철수 대표가) 나가기 일주일 전에 나한테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묻기에, "여기서 당신이 혼란을 스스로 해결하는 역할을 해라. 그리고 총선이 끝나고 상황이 다르게 될 테니, 그때 가서 경쟁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는데, 그걸 버려버렸다.
(야권 대선 후보를 단일화하는 데) 쓸데없는 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우리 당을 제대로 정비하고 제대로 알려서 그 바탕에서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일화하려고 노력하다가 안 되면 나중에 국민에게 욕만 얻어먹는다. 국민이 "너희가 그러면 그렇지" 하지 않겠나. 그러면 오히려 신뢰를 더 잃는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내년에 정권 교체 분위기가 거의 무르익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 준비를 누가 잘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의당, 민생 입법 반대하겠나?"
프레시안 : 두 야당이 힘을 합쳐야 법안을 처리하거나 생산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텐데, 국민의당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계획인가?
김종인 : 경쟁적인 관계이지만, 국민을 상대로 한 입법을 하자고 할 적에 국민의당이 반대하겠나?
프레시안 : 양당 간의 정기적인 협의체를 마련할 생각은 없나?
김종인 : 20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화가 오가다 보면 그런 협의체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야 한다고 보나?
김종인 : 한 석이라도 많아서 제1당이 됐으니 의회 관행에 따라 제1당에서 국회의장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구조 조정, 당내 경제 특위 만들어 대응할 것"
프레시안 : 선거가 끝난 뒤 구조 조정 문제를 제일 먼저 제기하셨다. 정부에서 한국형 양적 완화를 주장하는데, 정부가 제대로 잘한다고 보나?
김종인 : 현재로써는 구조 조정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를 안 한다. 종전같이 부실 기업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 돈을 지급하는 모습밖에 안 보인다. 1993년에 일본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일본 정부가 단순한 경기 문제로 보고 경기를 부양했는데 아무 효과가 없었다.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돈만 퍼부으니 잃어버린 20년이 됐다. 이런 상황은 피해야 한다.
프레시안 :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 조정이 땜질식 처방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김종인 :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어떤 상황에 부닥쳤나, 제조업 경쟁력은 얼마나 되나, 산업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중국이 언제 우리 기술 수준과 맞닿아서 우리 시장을 얼마나 내줘야 하나, 이런 것들을 다 생각하며 구조 조정해야 한다. 그래서 당내에 경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그 작업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서 이제 사람 찾기도 쉽지 않다.
"어떤 형태든 당 대표는 안 한다"
프레시안 : 전당대회가 8월 말 9월 초로 예정됐는데, 당 대표를 계속 맡을 생각이 있나?
김종인 : 당 대표는 전당대회를 하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텐데, 내가 더불어민주당에서 당 대표할 사람도 아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 선거를 끝냈으니 된 것이다. 나는 8월 말까지만 할 것이다.
프레시안 : 김종인 대표 스스로 대권 주자가 될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김종인 : 사람이 추측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 뭐.
프레시안 : 김종인 대표가 대선 전까지 대표를 맡아서 공정한 심판을 해주면 어떻겠느냐는 주장도 있다.
김종인 : 당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는데, 밖에서 원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나. 당의 구성원들이 (당 대표가) 다르게 되길 원하는데, 당에 소속된 사람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어떤 형태든 당 대표는 안 할 것이다. '추대'고 '경선'이고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내가 보기에 그 사람들이 나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프레시안 : 전당대회에 안 나오신다고 했는데, 다음 당 대표는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나?
김종인 : 다음 당 대표가 될 사람이, 소위 집권 채비를 위해 당을 정비하고 끌고 갈 수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
"새누리, 정계 개편 안 일어날 것"
프레시안 : 총선 끝나고 대통령은 결과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워도, 여당이 변화를 견인해야 하는 것 아닐까.
김종인 : 여당은 그런 능력이 없으니까 얘기할 것도 없다. 지난번 공천 과정 못 봤나?
프레시안 : 여당도 대선을 생각하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김종인 : 여당은 솔직히 후보감도 마땅히 없는 데 뭐.
프레시안 : 일각에선 보수 '정계 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김종인 : 비박, 친박들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가지고 벌써 그러는데. 정계가 개편될 수 있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별로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프레시안 : 이번 선거에서 '경제는 보수가 잘한다'는 신화가 깨졌다는 지적이 있다.
김종인 : 경제를 보수가 뭘 잘해. 하나도 잘한 거 없는데.
프레시안 : 문제는 야당이 잘할 수 있는가다.
지금 같은 패러다임으로는 한국 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 강봉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양적 완화로 대기업에 돈을 집어넣어 주면 청년 실업이 해소된다고 그랬다. 대기업은 지금 고용을 줄이고 있다. 종전 같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절대 해결할 수 없다.
프레시안 : 야당에 대한 불신은 우리 사회에서 재벌 등 경제집단의 힘이 너무 세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 세력이 경제 질서를 바꿀 수 있을까?
김종인 : 권력이 시장에 넘어가서 내가 경제 민주화를 강조하는 것이다. 어떻게 일부 경제세력이 나라 전체를 다스리나? 그것을 막는 게 경제 민주화의 큰 목표다.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다는 핑계를 대면, 정부라는 존재가 있을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국회도 로비 세력들이 접근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제대로 훈련해야 한다. 미국의 상하 양원의 70%가 월가의 정치 자금을 받고 있다고 하지 않나. 미국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 양극화 체제로 가면서 금융을 규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국회가 해야 할 시장 조정 기능을 상실했다. 그러니 버니 샌더스 열풍이 부는 것이다.
"86그룹 우상호? 사람이 옛날과 같나? 변하지"
프레시안 : 김종인 대표의 영입 인사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최운열 교수가 너무 시장 주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관련 기사 : 주진형 "구조조정 실업대책, 왜 정치권에 묻나")
김종인 : 어떤 시장을 얘기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사람들도 맹목적인 시장주의자는 아니다. 신자유주의식으로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 사람이면 잡아오지도 않았다.
프레시안 : 우상호 원내대표는 어떻게 평가하나? 당선 당시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이라는 점이 부각됐는데.
김종인 : 우상호 원내대표도 정치권에 들어온 지 16년, 17년 가까이 됐다. 사람이 정치에 들어와서 옛날과 같나? 변하지. 독일의 슈뢰더 전 수상이 1968년도 독일 학생 운동권 출신인데, 그 사람이 정계에 들어와서 수상까지 올라가면서 변한 것 아닌가. (노동 유연성을 강화한) '아젠다 2010' 정책을 독일 슈뢰더 정부가 만들어놨는데, 옛날 경력만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려고 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 : 2010년 지방 선거나 이번 총선에서 북한 변수가 별로 작용하지 못했는데, 2012년 대선에는 NLL(북방한계선) 논란 같은 북한 변수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있다.
김종인 : 나는 그것이 지난번 대선 때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 않는다. 남북문제보다 경제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미국도 세계를 지배하지만, 외교나 국방 문제가 선거 승패를 좌우하지는 않는다.
프레시안 : 말씀 감사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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