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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을 '아픈 아이들의 날'로!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어린이 입원비, 연 5000억 원이면 전액 지원 가능

5월에는 가정과 학교에서 행사가 많다. 그 시작은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시절이었던 1922년 4월, 당시 각 소년 운동 단체와 언론사 등이 모여 5월 1일을 소년일(어린이날)로 정하고 그날 제1회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하는 날짜가 중간에 약간 변하긴 했지만, 어쨌든 올해 벌써 95회째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은 사실 어른을 위한 날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름대로 표현하거나 생색낼 수 있는 날이다.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허락되는 가정에서는 모처럼 연휴를 맞아 가족 여행을 가고, 국내의 유명한 놀이 공원이나 유원지를 다녀오기도 하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물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함께 하기도 한다.

365일 매일이 즐겁고 평화롭고 행복해야 할 어린이들이기에,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어린이날에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보내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한다.

모든 어린이가 즐거워야 하는데…

다만, 모든 어린이들이 특별하게 축복받아야 하는 이 좋은 날에도, 힘들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이들도 많다. 가난이라는 수렁에 오랫동안 빠져 있기에 평범한 보통 아이들의 일상이 너무나 부러운 아이들도 의외로 많고, 심각한 가정 불화와 폭력 속에서 눈물과 비명으로 조마조마하게 살아가는 아이들도 많다. 현실이 이렇다면, 제대로 된 양육이나 기본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방임되거나 학대를 받아서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 아이들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뚜렷하게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의 정치 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정의로운 사회적 선택을 위한 하나의 기준으로서 '차등의 원리'를 제시하 바 있다.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평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을 때에는, 사회의 최소 수혜자(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대의 배려와 함께 공동체의 자원(사회적 기본재라고 할 수 있는 자유·소득·부 등)을 우선적으로 배분해 주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 앞에서 '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 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 본부' 관계자들이 어린이들의 무상 의료를 촉구하는 '노란 풍선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0월 10일은 '아픈 아이들의 날'로 정하자

나는 5월 5일에 이어 10월 10일도 두 번째 어린이날로 정했으면 좋겠다. 보통의 아이들보다 두 배 이상 관심과 지원이 더 필요한,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의 날'로 말이다. 물론 기념일을 정해 놓고 행사만 해서는 실제 뭔가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한 취지에 걸맞은 행동과 실천이 뒤따라야만 한다. 여러 가지 실질적인 사회적 자원을 아픈 아이들에게 제대로 투입해야 한다.

이제 구체적인 실천 방향에 중지를 모으자. 어려운 상황 속에 놓여있는 아이들에 대해서부터라도, 전면적인 병원비 국가 보장을 우선적으로 실시하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행하는 <보건복지포럼> 2016년 3월호(<아동 빈곤의 현황과 정책 과제>)에 의하면, 수급 가구 아동 수는 20만8969명(5.1%)이고 '사각 지대 빈곤 가구(=비수급 빈곤 가구+차상위 빈곤 가구+저소득 빈곤 가구)' 아동 수(추산)는 약 38만7544명~67만5807명(약 6.5%)으로서 전체 아동의 약 11.6%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얼마 전 '어린이 병원비 국가 보장 추진 연대'가 국민건강보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 0~15세의 의료비(입원비, 외래 진료비, 약값 등 포함)는 약 6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입원비 본인 부담금이 약 5000억 원이다. 즉, 1년에 약 5000억 원의 예산만 확보된다면,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0~15세)이 입원비 본인 부담금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항상 '어린이날'이어야

2010년에 개봉한 원빈(차태식 분) 주연의 <아저씨>를 보면, 김새론(소미 분)을 비롯해서 속칭 '개미굴'로 납치되어 들어와 그야말로 최악의 밑바닥 상황(앵벌이, 마약 제조, 장기 매매, 기아, 학대 등) 속에 놓여 있는, 몸과 마음이 모두 많이 아픈 아이들이 등장한다. 물론 상징적 차원의 영화적 설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끔찍하고 잔혹한 아동 관련 실제 범죄를 신문과 방송을 통해 끊임없이 접하게 되는 요즘, '개미굴 속 아이들'이 그저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한 단순한 은유적 표현이라고만 얘기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뱃살은 점점 늘어가는데 머리숱은 점점 줄어드는 슬픈 외모를 가진 우리 '아재'들은, 결코 원빈처럼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약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회적 배려를, 제도 설계와 실천을 통해 현실화시킬 수 있다면, 먼 훗날 그 아이들로부터 <멋있는 '키다리 아저씨' 세대>라고는 분명히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날이 지났다. 어려운 환경 조건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들이 대한민국 곳곳에 오늘도 존재하고 있다. 이 아이들을 잊지 말자. 특히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더욱 주목해야 한다. 5월 5일에 쏟은 관심만큼, 아니 그 두 배 이상으로, 10월 10일 '아픈 아이들의 날'도 준비해 보자. 나아가 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매일매일이 행복한 어린이날일 수 있도록, '제도적 선물'을 고민해보자.

마지막으로 1959년에 선포된 <국제 연합 아동 권리 선언(Declaration of the Rights of the Child)>에서 제시된 원칙 중 하나를 다시 상기해 본다.

"아동은 특별히 보호받아야 하고, 자유와 존엄성이 보장되는 조건 속에서 건전하고 정상적인 방식으로 신체적·정서적·윤리적·정신적·사회적 측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법률을 포함한 모든 수단에 의해 모든 기회와 편의가 모든 아동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이러한 목적으로 법률을 제정하는 경우, 아동의 이익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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