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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은 주주 평등의 원칙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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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은 주주 평등의 원칙 위배?

[사회 책임 혁명] 차등의결권, 한국 재벌 구조에서는 '독'

자유, 평등, 박애는 다 아는 바와 같이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3대 정신이다. 우리 헌법에서도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중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바로 다음에 위치하는 것이 평등권이다. 그만큼 평등에 대한 가치는 소중하다는 뜻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거의 모든 삶의 분야에서도 평등의 가치는 중요하게 고려되고 다루어져야 한다. 물론 회사의 운영과 경영활동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우리 주주들은 지배주주나 소수주주 모두 가릴 것 없이 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다.

'G20/OECD 기업지배구조원칙'은 제2장에서 주주의 권리보호와 함께 모든 주주에 대한 공평한 대우를 기본원칙으로 천명하고 있다. 여기서 주주는 지배주주뿐만 아니라 소수주주와 외국인 주주까지 포함한다. 우리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도 주주의 공평한 대우는 핵심원칙 중 하나이다. “주주는 보유주식의 종류 및 수에 따라 공평한 의결권을 부여받아야 하고, 모든 주주는 기업정보를 동등하게 제공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 회사에서 주주총회에 참석하러 온 일부 주주를 실제 주총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안내한 후 이들의 참석을 배제한 채 주총을 진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진바 있다. 마치 최근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진 국회의원선거에서 투표하러 온 유권자를 실제 투표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안내한 꼴이다. 예외적인 사례이겠으나 이토록 주주의 권리에 대한 몰인식 상황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주주는 1주마다 1의결권을 가지며, 주주의 본질적인 권리는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특정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사 선임시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 것은 지배주주의 무제한적 의결권 행사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으로 그 타당성과 필요성이 인정된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차등의결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차등의결권이란 여러 종류의 보통주를 발행하고 각 종류마다 다른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의결권 수에 차등을 두는 제도이다. 포이즌필과 함께 대표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 우리 상법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1주에 1개 의결권만을 부여하고 있어 차등의결권 부여가 불가능하다. 이에 재계에서는 해외 자본의 우리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하여 이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초기 벤처기업 역시 차등의결권을 활용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한다.

▲ 필자 정재규 ⓒ정재규
그러나 이는 주주의 경영진에 대한 감시권을 약화시켜 무능한 경영진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결국 회사가 도산하는 경우에나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바뀌는 결과를 야기할 우려 또한 크다. 홍콩 싱가포르 등 1주 1의결권을 취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차등의결권 도입논의가 있으나 반대로 미국 캐나다 등 이미 차등의결권 제도를 가지고 있는 국가에서는 이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투자자책임연구센터(IRRC)의 보고서에 따르면,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단기적으로는 높은 성과를 보였으나 3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낮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CalPERS나 BlackRock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 1500지수에 등재된 기업 중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곳은 2012년 기준 79개사로 전체의 5%를 조금 넘는 수치다. 또한 캐나다 토론토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곳은 1993년 163개사(14%)에서 2010년 83개사(6%)로 줄었다.

이렇듯 차등의결권 제도는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고 국가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고 있으므로 각국의 사정과 필요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피라미드형 소유구조와 순환출자로 엉켜있는 기업이 많고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2세 또는 3세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수준에서 차등의결권 제도는 약보다는 독이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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