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확실시되는 힐러리 클린턴의 외교 책사인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이 3일(현지 시각) "북한이 내부붕괴 또는 쿠데타 상황을 맞을 가능성을 상정해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이 조속히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셔먼 전 차관은 이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CSIS-중앙일보 공동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오찬 연설을 통해 "예측하지 못한 급변사태와 쿠데타까지 생각하는 건 필수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퇴임한 지 1년이 안 된 미국 정부의 전직 고위당국자가 외교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쿠데타' 가능성을 공개로 거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셔먼 전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은 앞으로 클린턴이 집권할 경우 대북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워싱턴 외교가에서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셔먼 전 차관은 "북한에서 나오는 위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위협"이라고 전제하고 "공통의 비전과 능력, 용기, 타이밍이 있어야 평화적 대책을 도출할 수 있다"며 "제재 조치의 강화와 군사작전의 계속, 미사일 방어(MD)와 인권과 같은 (압박의) 도구와 함께 북한이 붕괴됐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공동의 이해와 진지한 외교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에서 현상유지를 하는 것을 원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불가능해 보인다"며 "정권 몰락과 붕괴, 쿠데타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셔먼 전 차관은 "북한 정권이 붕괴됐을 때 한국과 미국, 중국 군(軍)은 어떻게 단계적으로 행동할 것인가, 각국 군 사이의 갈등과 충돌은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북한에 있는 핵물질이나 핵무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탈북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북·중간 국경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한반도의 정권관리는 누가 할 것인가, 연방제인가 단독정부인가, 정전협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적 비용을 누가 댈 것인가는 모든 당사국이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논의는 매우 어렵지만, 반드시 당사국들이 집단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며 "이란 핵 협상의 경우도 모든 당사국이 이란이 절대로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목적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셔먼 전 차관은 특히 "시간은 우리의 적"이라며 "경험이 없으면서도 호전성을 드러내는 북한의 지도자는 시간이 갈수록 군사적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당사국들은 시급한 맘으로 북한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란 핵 협상 타결의 주역인 셔먼 전 차관은 북핵 문제 해법의 성공적 모델로 이란 핵 협상을 거론했다. 셔먼 전 차관은 "협상을 단순히 한방에 모여서만 한 게 아니다"라며 "주요 6개국(P5+1)과 관심있는 국가가 모두 참여해 군사적 수단을 비롯해 필요한 모든 (압박의) 도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이란이 분명히 알게 했으며 이란이 (협상 이외에는)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음을 알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려면 제재 조치의 강도가 매우 높아야 할 것"이라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비롯한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이나 군사훈련, 인권 문제 제기 등을 통해 북한의 선택을 이끌도록 '최후통첩'식의 압박을 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셔먼 전 차관은 "특히 중국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린치핀(핵심축)"이라며 "한·미·중은 공통의 전략을 개발해 북핵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내에서 독자적 핵무장 논의가 제기되는 데 대해 "상당히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셔먼 전 차관은 클린턴이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할 경우 국무장관을 비롯해 외교안보 정책을 관장하는 핵심 요직에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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