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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컴백한 웬디 셔먼, 한반도 기류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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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컴백한 웬디 셔먼, 한반도 기류 바꿀까

동북아 관리 필요한 오바마의 선택 주목돼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 미국의 대북정책을 이끌었던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이 국무부 정무차관으로 임명됐다고 백악관이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에 조용한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웬디 셔먼은 1999년 당시 윌리엄 페리(전 국방장관)가 맡고 있던 대북정책조정관의 바통을 이어받아 클린턴 정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 기간 북한과 미국은 조명록 북한군 차수의 워싱턴 방문과 북미 공동코뮈니케 채택,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등으로 수교 직전까지 갔었다. 한반도의 냉전 구조 해체를 목표로 하는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에 따라 이뤄진 이 과정을 지휘했던 인물이 바로 웬디 셔먼이다.

올브라이트의 '분신'으로 통했던 셔먼은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예비후보 캠프에서 외교정책을 입안했다. 힐러리가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패하고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셔먼은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국무부 담당 인수위원이 됐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첫 국무장관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임명하면서 셔먼은 대북 특사로 거론되기도 했다.

▲ 미 국무부 정무차관에 임명된 웬디 셔먼
그랬던 셔먼이 이번에 국무부의 수석 차관인 정무차관에 임명된 것이다. 셔먼 차관은 아시아를 담당하고, 오랜 기간 정무차관에 있다가 이번에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한 빌 번스는 중동을 맡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국무부의 한반도 라인은 '셔먼 정무차관 -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 -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 클리퍼드 하트 6자회담 특사'로 짜이게 됐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이끌던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물러나고 셔먼이 아시아를 담당하게 되면서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방향의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바마 인수위에서 셔먼과 함께 국무부 담당 인수위원을 맡았던 토머스 도닐런이 작년 10월부터 오바마의 국가안보보좌관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백악관과 국무부의 호흡은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정부는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상황을 진전시키지는 못해도 추가 핵실험이나 남북의 무력충돌을 막는 등 한반도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이 최근 워싱턴을 방문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에게 한 마디를 한 것은 그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앙일보>의 지난달 28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측은 김 장관과 김 비서관에게 "지난 3년 가까이 대북 개입정책이 없었던 한국의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이제부터는 남북관계 진전에 적극 나서달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이 한국의 대북정책에 '쓴소리'까지 하는 와중에 웬디 셔먼이 정무차관으로 임명된 것은 한반도 정세의 '다른 기류'를 예고한다. 북한과 미국이 최근 북한 경제대표단의 방미,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미국 공연, AP 통신 평양지국 개설 등 민간 분야의 교류를 활발히 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는 진단이다.

치열한 신경전 돌입한 남북한

이명박 정부도 기류 변화에 대비하려는 듯한 포석을 깔고 있다. 정부는 최근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남북 비핵화 회담과는 직접 연계되어 있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천안함·연평도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됐지만 우리는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며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이같은 '변화'는 실제로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 위해서라기보다, 남북대화를 원하는 미국과 중국 등을 의식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안함·연평도 사과와 남북 비핵화 회담의 연계 문제는 여전히 모호하고, 연계를 완전히 끊는다 해도 남북 비핵화 회담을 위한 별도의 전제조건(모든 핵 프로그램 중단과 핵시설 모라토리엄 선언 등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입장)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MB 정부, 유연성 뒤에 노림수 숨겼나?)

정부가 일반 남북관계 사안을 대하는 태도 역시 대화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일례로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자산의 정리 문제가 그러하다. 정부는 자산 정리를 위한 민간 사업자의 단독 방문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은 남측이 금강산에서 영업을 할 수 없다면 남측의 자산을 임대하거나 매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 사업자의 방북 자체를 불허할 경우 임대·매각 논의는 무산되고, 결국 북한에 몰수되는 외길 수순이 기다리고 있다. 그 경우 남북대화를 위한 조건은 하나 더 추가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남측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남북 비밀접촉 폭로, 사전 통보 약속을 깨고 임진강 수계 황강댐을 무단 방류한 것, 남측 부대의 반북 구호 문제에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반발하는 것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신 북한은 '남북 비핵화회담 - 북미대화 -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안을 옆으로 치우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대북정책에 쓴소리를 하고, 중국도 3단계안의 탄력적인 이행 가능성을 언급하는 틈을 파고들어 판을 바꾸겠다는 의도다.

웬디 셔먼의 정무차관 임명 소식은 북한에 이러한 전술을 더 적극적으로 구사할 동기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임을 뜻한다. 미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는 방법을 쓸 수도 있지만, 도발적 행동으로 시선을 끄는 상투적인 행동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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