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이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첨단 무기 체계의 상당 부분은 2000년 이후에 도입된 것이다. 중국군은 1999-2000년을 기점으로 과거 15년(1985-1999년)과는 다른 군비 증강 형태(pattern)를 보이고 있는데, 그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전력 증강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의 결과다. 중국은 1989년 3월 이후 현재(2016년)까지 무려 28년간 국방 예산을 지속적으로 증액시켜 왔다. 이는 명목상 연평균 16%이고, 환율 변동 및 인플레를 감안할 경우 12%로서, 동 기간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약 10%)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둘째, 중국은 1999년 예기치 못한 일련의 외교적 사건을 경험했다. 유고 주재 중국 대사관에 대한 미군의 ‘오폭’ 사건, 미 하원의 <콕스(Cox) 보고서> 발표, 대만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의 ‘양국론’ 발언 등 일련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중국이 내부적으로 전략적 재평가를 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셋째, 방위 산업 조정의 결과이다. 중국군은 1998년 4월 총장비부(GAD)를 신설하여 군의 모든 무기, 장비, 기술 업무를 관장하게 하였는데 우주(航天), 핵, 항공, 조선, 병기(ordnance) 분야에 각각 2개의 집단(集團), 그리고 2001년에 설립된 전자분야 1개 집단을 포함하여 총 11개 집단을 운용했다. 이외에도 과학기술 전략 및 군수 산업과 민수 산업의 결합('民轉軍'과 '軍轉民') 등을 통해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넷째, 본 주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사실은 중국은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에 러시아로부터의 무기, 장비 및 기술 도입 비용을 크게 증액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1990년대 러시아의 신무기 완제품 및 기술 도입, 그리고 국내 연구·개발을 동시에 추진했는데, 이는 2000년대에 상승효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러시아 무기·기술 도입 비용은 1990년대 연평균 12억불에서 2000년대 20억불 이상으로 크게 증가한 바 있다.
다만, 유의할 점은 이 같은 도입 금액의 증가는 수량이 아닌 보다 고성능·첨단 체계의 도입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다.
Su-27기는 1992년부터 도입되었는데, 현재 Su-27SK기(플랭커) 43대와 훈련용인 Su-27UBK기 32대, 즉 총 75대가 실전 배치되어 있다. 전투기 명(名) 맨 뒤의 'K'는 '키타이(Kitai; China)'로 중국을 의미하며, 인도 수출형은 'I'로 표시되어 있다. Su-27UBK는 훈련용이나 실전 전투기이고, 중국이 동 기종을 다량으로 도입한 시점에 외국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이 지속적으로 수호이기를 대량 도입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Su-27기의 중국내 생산분인 J-11기는 현재 95대가 운용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같은 기종인 J-11B기가 110대 이상 실전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측 입장은 면허생산권 판매시 200대를 합의했으나 중국이 초과 생산하고 일부 기술을 도용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부 서방 자료는 중국내 면허생산분은 J-11A, 기타 자체 제작분은 J-11B로 표기하며 이는 양국 군사협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 공군은 2000년부터 도입된 Su-30MKK기 73대를 보유하고 있고, 해상형인 Su-30MK2기 24대는 '해군 항공병'에 배치되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Su-30 기종이 Su-27기의 개량형이라 보고, 다른 전문가들은 다목적기의 기능을 가진 것으로 임무상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어쨌거나 Su-30기는 모두 공중급유가 가능하며, 남중국해에서의 해상 분쟁 상황을 감안하면 해상형인 Su-30MK2기의 도입은 오랜 기간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도입하는 최첨단 전투기는 Su-35기(수퍼 플랭커)로서 24대가 금년 말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20억불이라는 계약 금액이 말해주듯이 기존의 수호이와는 차별화된 4.5세대 기종이다. Su-35기는 전 호에 소개한 가변형 추력 엔진, 후방 레이더, FBW 외에도 신형 엔진(Saturn AL-117S)을 사용하는데, 동 엔진은 러시아의 스텔스 전투기인 T-50기에도 장착되어 있다.
구매 수량이 24대로 적은 이유는 완제품 수입을 최소화하고 그 대신 기술 도입을 최대화하는 중국측 획득 원칙에 기인한다. 한편, 러시아측의 협상 입지가 과거에 비해 낮아진 점도 한 원인이다.
중국의 의도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청두 J-20기나 선양 J-31/X-31기의 대량 생산 이전 서방의 공군력에 상응하는 첨단 공중 전력을 보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은 "Su-35기에 필적할 만한 전투기는 (이 세상에)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F-22기(랩터)를 제외한 전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과장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u-35기 도입의 보다 중요한 함의는 기술 이전 혹은 역공학 가능성이다. 중국은 수호이 계열 전투기 이외에도 주력 전투기인 다양한 형(type)의 J-10기 250대 이상을 공군과 해군항공병에 배치하고 있는데, 기존 전투기의 성능 개선 및 개량, 그리고 차세대 J-20기와 J-31기의 개발에 다양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중국군이 현재도 전역급(戰役級)이 아닌 소규모 단기전(즉, 戰區級) 전투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는 '반(反)접근(anti-access)' 전략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중국군은 대만 및 주변 유사시 미 해공군의 진입을 억제, 지연, 패퇴시킨다는 반접근 전략(※ 미국측 개념임)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독트린, 전법 그리고 자산(assets)이 구비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제 첨단 전투기는 반접근 자산으로서 가장 고난도의 임무에 투입될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주변국인 한국에 대한 함의는 명백하다. 평시 그리고 우발 사태 발생시 첨단 항공력은 가장 빠른 그리고 효과적인 억지력이다. 현재도 우리 공군은 우수한 인력, 장비, 지원 체제를 갖추고 있으나, 첨단 기술 개발 및 획득은 사활적인 사안이다. 특히, 2020년대 후반기 이후 동아시아 공중 전력의 변화를 감안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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