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과 소통이 부족했다"고 '반성'을 거듭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촛불이 무서워 세종로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프랑스 대혁명 이래 권력에 저항하기 위한 민중 진지를 방어하기 위한 도구였던 바리케이드가, 2008년 대한민국에서는 최고 권부인 청와대를 방어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하기야 이명박 대통령 본인 앞에 바리케이드가 쳐진 지도 오래다. '원로들의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공언한 이 대통령이 설화를 빚자 대통령과 천주교 지도자들의 대화는 아예 비공개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형님'과는 아침식사를 같이 하면서 정국 전망을 논의했지만 국무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때 처리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 안했다", "한총련 학생까지 참여하고 있다"는 등의 황당 발언이 새나온 것을 제외하면, 세종로보다 대통령의 입에 쳐진 방어막은 물샐 틈 없다.
모래밭에 머리를 쳐 박고 있는 타조처럼 겁먹은 정부는 10일 새벽 세종로에 컨테이너박스를 쌓으면서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를 '게토'화했다.
촛불집회장에 '2MB OUT' '이명박 퇴진' 등의 구호가 넘쳐나긴 하지만 아직까진 진지한 '권력 접수' 주장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의 용기와 정당성마저 포기해버린 이 정부를 이제 정말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하긴 그래도 부끄러운 건 아는지 취재진이나 일반 시민이 컨테이너 바리케이드에 들이대는 카메라는 막고 있다.
이 대통령이 바리케이드 건너 진지에 틀어박혀 있는 대신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서울광장을 차지하고 '정권 엄호'를 선언하고 나섰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접견한 직후 갑자기 대형 태극기를 들고 나온 '특수임무수행자회'의 확장판인 셈이다.
어쩌다 대한민국 정부는 바리케이드 뒤에서 숨죽이며 정권의 안위를 '행동하는 보수'에게 맡기게 됐나. 6.10 항쟁 21주년에 펼쳐지고 있는 부조리극이 너무나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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