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참패 후 수습책과 새 지도부 구성을 둘러싸고 이어지고 있는 새누리당 내 갑론을박이 가시화 되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에서는 비박계 중진 나경원 의원을 주축으로 한 새누리당 서울 지역 당선인 오찬 모임이 열렸다. 같은 날 대구에서는 칩거 중이던 최경환 의원이 경북 지역 당선자 모임에 참석하며 선거 후 이어지던 침묵을 깨고 모습을 드러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전날 상임고문들과 만난 데 이어 오는 25일 4선 이상의 당 중진 의원들과 회동을 할 예정이다.
차기 원내대표 선출일(3일)을 열흘가량 앞두고 계파별 지역별 선수별 모임이 줄지어 열리며 당권을 둘러싼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모습이다.
나경원 "서울 민심이 쇄신 기준 되어야"
앞서 원내대표직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는 나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이은재 오신환 이혜훈 지상욱 김성태 이종구 정양석 당선인 등과 오찬 회동을 열었다.
새누리당이 이긴 서울 12곳 지역 중 8곳의 당선자만 참석한 것으로, 서울시당위원장인 양천을 당선자 김용태 의원은 '선거 참패 후 무슨 낯으로 얼굴을 들고 다니겠냐'며 이날 모임에 불참했다.
회동에 참석한 8명 당선인들은 새누리당의 쇄신 방향을 '서울 민심'에 맞추어 잡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나 의원은 회동 뒤 기자들을 만나 "탄핵 때(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 치러진 17대 총선)보다 심하게 졌고, 서울이 크게 패배했다"면서 "그래서 수도권의 민심, 서울의 민심이 앞으로 당의 쇄신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당의 쇄신 방향은 당심이 아니라 민심"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런 서울 당선인들의 일성은 '친박계 2선 후퇴론'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계가 일으킨 공천 파동의 결과로 당이 총선에서 크게 패배했음에도, 친박계가 재차 당권을 접수하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란 게 비박계의 주장이다.
홍문종 "더 매 맞고 싶어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고 하나"
친박계는 겉으로는 몸을 낮추며 말을 삼가고 있지만 내심 원내대표직을 포함한 당권을 비박계에 고스란히 넘겨줄 수는 없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원내대표 출마자로 거론되는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이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창립 30주년 기념식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이야말로 어떤 사람은 되고 어떤 사람은 안 되고 어떤 파는 되고 어떤 파는 안 되고 (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민들한테 얼마나 더 매 맞고 싶어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친박 2선 후퇴론'이 정조준하고 있는 최경환 의원은 이날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에서 열린 경북지역 당선자 모임에 참석했다.
이 모임은 정책 간담회를 겸한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이철우 김종태 장석춘 등 경북지역 새누리당 당선자가 총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럽게 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차기 당 지도부 구성에 대한 논의 또한 진행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커지는 "친박 2선 후퇴" 목소리…'합의 추대론'도 솔솔
원유철 원내대표의 비상대책위원장행을 좌절시킨 가칭 새누리당 혁신모임(새혁모)는 25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기도 하다. 간담회 제목은 '2016 민의에 응답하라'다.
같은 날 원유철 원내대표(대표 권한대행)는 4선 이상 당선인들과 회동을 한다. 이를 두고는 차기 원내대표를 경선이 아닌 합의 추대로 선출하기 위한 논의 자리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이런 각종 모임은 26일로 예정된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을 앞두고 진행되는 일종의 물밑 경쟁이자 세몰이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워크숍에서 원내대표 선출 방식과 후보군이 구체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 목사는 이날 오전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 한 인터뷰에서 친박계의 당권 도전 시도는 "몰염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새누리당을 망하게 하려면 그렇게 하라"면서 "자기들이 잘못해서 결국 대통령까지 곤경에 처하고 새누리당 정권 자체가 어려워졌는데 무슨 염치로 대표며 원내대표 그런 것을 (말하냐)"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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