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병원의 직원 '정치활동'과 '단체행동' 금지 복무규정에 대해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사측은 "경북대병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 공공기관 근무자도 현행법상 정치중립을 지켜야 해 합법"이라고 주장한 반면, 노조는 "기본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넣고 "폐지"를 촉구했다.
경북대병원 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경북대병원분회) 등 29개 단체는 19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라며 "무효화 하고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대구인권사무소에 이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했다. 노조는 앞서 12일에는 조병채 경북대병원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
노조는 "취업규칙에 정당가입, 단체행동 금지조항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기본권은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음에도 내규로 직원을 통제하려는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측이 노사협상도 없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에 이 조항을 추가한 것은 절차적 문제도 크다"면서 "인권을 침해하고 노조를 탄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북대병원은 지난해 9월 직원 행실과 태도 등을 취업규칙에 명시하는 복무규정을 개정했다. ▷제4조 8항 직원은 정당·기타 정치단체에 관여·가입해서는 안된다 ▷9항 재해나 기타 비상사태 발생시 병원 보전에 최선을 다한다는 기존 규정, 개정후 신설된 규정은 ▷10항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않된다 ▷11항 직무 외 집단 행위를 해서는 않된다 등으로 문제 규정은 모두 4개다.
사측은 "공무원법을 따랐다"며 "합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65조와 제66조는 "공무원의 정치운동과 집단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도 비슷한 시기에 '정당이나 정치단체 가입한 자는 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다'는 인사규정으로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과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37조도 '헌법상의 기본권은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병원 내 규정에 대한 '위헌'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절차적 문제도 있다.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취업규칙 변경시 노동자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전체 직원 과반 이상이 가입한 노조 또는 직원 과반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설규정으로 해고자까지 발생해 문제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18일 사측은 노조 간부 1명을 '품위유지 조항 위반' 등의 이유로 해임 통보했다. 해고 사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규정 신설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신은정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경북대병원분회 사무국장은 "취업규칙 변경시 적법한 동의절차가 있어야 하지만 사측은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개정했다"며 "위헌뿐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내용상 문제는 인권위 진정, 절차상 문제는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북대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인사규정 내용을 복무규정에도 추가했을 뿐 문제가 제기된 조항은 93년부터 있었다"며 "취업규칙은 회사가 정하는 것으로 노조와 협의하는 단체협약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등의 법으로 정치중립을 명시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근무자도 이에 준하는 법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어 "폐지는 어렵다. 인권위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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