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병원(원장 조병채)이 하청업체 비정규직 주차관리 노동자 26명을 해고한데 이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해고자와 노조 간부 등 3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병원은 "집회가 불가한 병원 내에서 농성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한 반면, 노조는 "약자들을 해고한 것도 모자라 고소까지 한 것은 명백한 약자 탄압"이라며 "맞고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14일 경북대병원은 신은정 공공의료연대 대구지부 사무국장과 해고 당사자 이모(63)씨 등 노조 간부 3명을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퇴거불응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대구중부경찰서에 고소했다. 경북대병원 법무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중부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김성만 경북대병원 근로복지과장은 14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은 해고자들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지만 노조는 승인한 적도 없고 집회도 불가능한 병원 로비에서 계속 농성을 벌였다"며 "병원 환자들을 위해 고소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고, 류철웅 경북대병원 총무과장도 "수 십여차례 퇴거를 요구했지만 이에 불응했다"면서 "명백한 업무방해로 불법에 해당한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해고자 26명 전원은 지난 10월 1일부터 15일 현재까지 보름째 병원 로비에서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24시간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다. 병원 정문과 후문에서 매일 피켓팅과 촛불집회도 열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5일 해고자들은 조병채 병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당시 조 원장은 "고민해 보겠다"며 답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조 원장은 어떤 답도 주지 않은 채 지난 13일 해외로 출장을 떠났다.
조 원장 '고민'의 결과가 고소장으로 나타나자 노조는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신은정 공공의료연대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해고자를 고소하는 것은 결국 조 원장이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공공의료기관이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집단해고한 것도 모자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해고자를 고소한 것은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해고의 부당성을 밝히기 위해 맞고소를 검토하는 중"이라며 "병원은 지금이라도 고소를 취하하고 고용을 승계하라"고 촉구했다.
매년 공개 경쟁입찰로 주차관리 용역업체를 선정하던 원청 경북대병원은 지난 9월 30일 S업체와 5년만에 계약을 만료했다. 이어 S업체 사장은 계약 만료 당일, 자신과 고용계약을 맺은 비정규직 주차관리 노동자 35명에게도 전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원청과 하청업체 계약이 종료되면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스템상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잃게된다. 그러나 10년간 3~4번 업체가 바뀌는 동안 계약해지 후 새 업체에 전원 고용승계 됐다. 때문에 이번에도 전원 일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병원은 35명에서 4명을 해고하고 31명으로 인원을 줄여 새 업체와 계약을 맺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공공기관 용역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어긴 것이다. 지침 상 하청업체는 현재 근무 종사원을 고용승계하고 근로조건 이행 확약서를 내야 한다. 발주기관은 이행 여부를 감시해야한다. 노조는 정부 지침을 근거로 인원 축소안에 반발했지만, 병원은 3호선 개통, 메르스 사태, 주차장 증축 등 차량 감소를 이유로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병원은 수의계약으로 새 하청업체 L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새 업체는 기존 주차관리 노동자 35명 중 26명에 대해서는 고용승계를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난달 30일 계약해지 통보는 해지가 아닌 해고 통보가 된 셈이다. 최소 8년에서 최대 12년까지 병원 주차장에서 일하던 40~60대 주차관리 노동자 26명은 영문도 모른채 일터에서 밀려났다.
프레시안=평화의뉴스 교류 기사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