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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본사 발령 거부했다고 해고당했어요!"

[양지훈의 법과 밥] 노동자의 "생활상의 불이익"

회사 A는 강원도 춘천에 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 B를 경영 사정 악화, 인력 재배치 등을 이유로 서울 본사의 사무직으로 승진시키며 인사 발령을 냈습니다. B에게도 승진 이동 발령이었으나, 이미 생활 터전이 춘천이었고 익숙하지 않은 서울 본사로의 사무직으로의 전직 인사 발령이 부당하다며 무단결근을 하였고, 급기야 회사는 B를 해고했습니다. 회사의 B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것일까요?

일반적인 근로자(노동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B의 행위는 쉽게 이해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회사의 인사 발령이 크게 부당한 것이 아니라면 이에 응하는 것이 근로자의 의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근로자의 생활에 있어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다름 아닌 근로의 내용과 이를 제공하는 장소라고 할 것입니다. 근로자가 사용자(회사)와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며 자신이 해야 할 대강의 일과 그 일을 하는 곳을 명시했다면, 사례와 같은 분쟁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계약 내용대로 회사가 이행을 해야 하며, 계약의 중요 내용에 해당하므로 이를 변경하는 전직 명령을 할 경우 근로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하기 때문입니다(근로 내용과 근무 장소의 변경은 통상 전보, 전근, 전직 등으로 혼용하나, 근로기준법 제23조 법문을 따라 이 글에선 '전직'으로 통칭합니다).

그러나 실제 근로관계는 매우 복잡한 형태로 드러납니다. 보통 영세 중소 사업장에서는 근로자가 계약서를 구경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근로 계약서가 존재하더라도 그 내용이 모호하거나 불분명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례의 경우에도 B는 회사와 근무 내용과 장소를 명시한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했습니다.

대법원은 전직 명령이 정당하다고 판단

실제로 B가 회사의 해고를 다투며 전직 명령 자체가 위법하다고 소를 제기하자, 하급심은 회사의 인사 발령이 인사권 남용에 해당하여 무효이기 때문에 무단결근을 이유로 한 해고 역시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로자의 불이익이 통상 감수해야 할 범위 내의 것이므로 인사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회사의 편에 섰습니다.

대법원은 전직 명령의 정당성을 판단하는데 "권리 남용에 해당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정당하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여기서 인사권 행사가 권리 남용에 해당하는지는,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하여 결정됩니다. 다시 말해, 근로자가 전직에 따른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적으로 감수하여야 할 정도라면 그 명령이 정당한 인사권 범위 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나, 반대로 업무상 필요성보다 생활상 불이익이 더 크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전직 명령은 부당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원심 법원은 전직 명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B가 이미 가족과 함께 춘천에 정착하여 생활하고 있고 서울이 무연고지인 점을 고려하여 인사 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생활상의 불이익" 판단에 있어, B가 춘천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도 않았고, 서울에 사택이 없더라도 이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그 정도의 불이익은 통상 감수해야 할 불이익에 불과하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회사의 근로자에 대한 전직 인사 명령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미묘한 영역에 놓여 있다고 할 것입니다. 특히, 현실에서는 회사가 근로자에 대한 전직 명령을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징계의 실질을 띠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폭넓게 인정한 판결

위 사례와 달리, 최근 법원이 회사의 출장 명령을 거부한 근로자의 해고를 다투면서, 근로자에 대한 출장 명령의 업무상 필요성을 부정한 판결이 있어 주목됩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직원이 회사의 해외 출장 명령을 거부했더라도 출장이 지나치게 장기간이고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부당하다면 출장 명령 거부를 이유로 징계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출장 명령은 사용자의 업무 명령권으로 재량이 인정되지만, 출장 명령이 정당화되려면 근로자의 불이익을 압도할 수 있는 업무상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며 한 달의 해외 출장 명령이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전 대법원 태도에 비해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매우 중하게 판단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특히 출장 명령의 대상인 근로자가 노동운동을 하는 자신의 남편에게 파업 중인 회사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가 해외 출장 명령을 이용했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회사의 지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근로 제공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 관계는 종속적일 수밖에 없으며 부당한 업무, 인사 명령에 상시로 노출되어 있는 것입니다. 특히 노동조합 활동 등을 이유로 사용자와 상사 등에게 '찍힌' 근로자는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번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되어, 약자로서의 근로자를 보호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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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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