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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못미' 은수미 "노동악법만은 막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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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못미' 은수미 "노동악법만은 막아달라"

성남 중원에서 야권분열로 낙선…"희망을 곁에 두세요"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의 여전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장 믿음직한 친구. 10시간 18분 투혼의 필리버스터를 이끌며 온 국민의 시선을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하게 했던 주인공.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선'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13일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성남중원 선거구에 출마한 은수미 후보는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 국민의당 정환석 후보와 맞붙어 2위에 머무르며 고배를 마셨다. 정환석 후보와 은수미 후보의 득표수를 합치면 신상진 후보에 크게 앞서지만,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서 승리는 여권 후보에게 돌아갔다.

은수미 의원의 안타까운 패배는 20대 총선에서 대표적인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은수미 낙선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망을 곁에 두세요"

테러방지법의 직권 상정에 반대하며 10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던 그가 연설 마지막에 남긴 말은 "우리는 아무리 약해도 강합니다"였다. 그리고 낙선이 확실시된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은수미 낙선자가 마지막 남긴 말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망을 곁에 두세요"라는 말이었다.

사노맹 사건으로 1992년 구속돼 6년 간 감옥에서 옥살이를 하며 장을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기도 하고, 결핵과 폐렴 등을 앓았던 그는 출소 이후 서울대에 복학해 노동문제를 연구하는 박사가 됐다. 구체적 현장 감각과 튼튼한 이론을 겸비한 그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노동문제 전문가였다.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해 활동한 4년 동안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문제에 주력했다.

자신의 선거 패배가 확실해진 뒤 SNS에 그가 "(20대) 국회에 들어가는 분들께 부탁드린다. 노동악법, 재벌살리기법만큼은 막아달라.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고통 받도록"이라고 호소한 것도 그의 이런 삶과 연결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재선에 실패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은수미+정환석 득표율, 당선된 신상진보다 13%포인트 높아

그는 또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는 행운이 저를 춤추게 했다는 것 잊지 않겠다"며 "패배의 모든 책임은 후보, 리더에게 있으며 누구를 탓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환석 국민의당 후보와 득표수를 합칠 경우 새누리당이 얻은 득표수를 훌쩍 넘기는 상황에 대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14일 오전 1시 현재 성남 중원의 개표가 99.9% 진행된 상황에서,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는 총 4만9706표를 얻어 득표율 43.4%로 당선이 확정됐다. 은수미 후보는 4만4536표를 얻어 38.9%의 득표율을 보였다. 3위인 국민의당 정환석 후보는 2만252표로 17.7%를 얻었다. 은 후보와 정 후보가 얻은 득표율을 합치면 56.6%로 신상진 당선자보다 무려 13.2%포인트가 많다.

그럼에도 은수미 낙선자는 "중원에서 만난 분들, 변화를 간절히 바랬던 분들이 너무 실망할까 그것이 걱정"이라며 "기억하시죠? 포기하지 말자, 무릎이 꺾여도 또 일어나자 했던 제 말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가 넘어야 할 벽이 너무 높다"며 "벽에 갇혀 절망하는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을 항상 생각하고 도전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최선을 다했지만 제 그릇의 한계가 여기까지여서 그것이 무척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비록 재선에는 실패했지만, 그가 지난 2013년 인터뷰에서 '50대의 은수미가 20대의 은수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했던 대답을 다시 그에게 전해야 할 때다.(☞관련 기사 : "생계형 정치하는 민주당, 추락하는 길 밖에…")

"너 참 잘 버텼다. (…) 생각한 것처럼 우리 사회가 많이 개선되지는 못했지만 너의 책임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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