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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이 사라지자 생명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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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이 사라지자 생명이 돌아왔다

[함께 사는 길] 댐 졸업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댐을 기억하시나요? '댐은 전기를 만들고, 공업/농업/생활용수를 공급하며,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다만,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 정도로 배운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댐'이라는 말이 영어라는 사실을 접하고 굉장히 충격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왠지 순우리말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근래에는 에디킴이라는 가수가 '팔당댐'이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팔당댐~ Saturday night~♪"

얼마나 있을까?

댐(Dam)은 강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는 횡적구조물을 통칭합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다목적댐뿐만 아니라 발전용댐, 농업용 저수지, 지천 구석구석까지 강물을 가로막고 있는 보, 바다로부터 간척지를 보호하는 방조제도 댐의 한 종류입니다. 미국에서는 비버가 만든 강의 구조물도 댐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하네요. '댐 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높이 15미터(m) 이상의 댐을 협의의 댐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는 국제대댐회(ICOLD) 기준에 따르면 대댐(Large Dam)에 해당합니다.

대한민국에는 높이 15m 이상의 댐이 1200여 개소에 이릅니다. 그 외에도 1만 4579개소의 소규모 댐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洑)'라고 부르는 시설들입니다. 높이가 2m 내외의 작은 규모이지요. 조금만 눈여겨보면 일상에서 강변을 산책하다가도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수치에서 보여주듯, 우리나라는 댐 보유 숫자로는 세계 7위이며 댐 밀도로는 단연 세계 1위입니다. 우리 강이 이렇게 많은 댐으로 막혀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함께사는길

댐에 막혀 몸살을 앓는 강

댐은 단순히 학창시절 배운 것처럼 '환경적인 문제도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강을 직선형으로 곧게 뻗고 중간 중간에 댐을 만들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 이후 온 국민이 확인한 것처럼, 흐름이 막혀서 정체된 물은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녹조로 몸살을 앓고 오염도가 높아집니다. 고인 물에는 각종 오염물이 쌓여서 부패하고, 물에 용존산소가 부족하게 됩니다. 물과 함께 흘러가야 할 모래가 댐에 갇히게 되면 상류에는 쌓인 모래를 주기적으로 거둬내기 위해서 예산이 필요하고, 하류에는 모래 없이 물만 흘러서 암반이 드러나게 됩니다. 물고기들이 몸을 숨기고 알을 낳을 수 있는 모래들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강이 막혀 수질이 악화되자 큰빗이끼벌레가 등장하고, 기존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서식하는 생물상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의 상류와 하류를 자유로이 넘나들어야 할 어류들의 생태이동통로가 단절됩니다. 어도라는 시설을 설치해서 이동통로를 확보하는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물고기가 이 어도를 통해서 강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갈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용도와 기능 상실하고 방치된 댐들

하천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댐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경제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뉴딜정책을 시행하고, 지난 100년 동안 약 7만 5000개의 댐을 건설했습니다. 건설역사가 오래된 만큼 최근에는 토사가 퇴적되거나 노후화 등의 이유로 기능을 상실한 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죠. 또한 각종 용수공급을 위해서 만든 댐이 취수위치가 통합되거나 농경지가 없어지는 등의 이유로 용도가 없어지는 경우도 많아졌지요. 이런 댐들에 대해서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서 2015년까지 총 1200여 개를 철거하기도 했습니다.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시 1만8000개의 댐 가운데 해마다 50~150개의 댐이 폐기되고 있습니다. 1만8000개 가운데 상당수가 농업용수를 위한 시설물입니다. 도시 인구집중화에 따른 도심부의 확대로 인한 농경지의 도시화, 논농사가 줄어드는 방식의 토지이용 변화, 대형 저수지의 축조/양수장 설치 등에 따른 취수 시설물의 통합, 시설의 노후화 등에 따른 것이지요. 놀라운 것은 이렇게 폐기된 댐이 해체되지 않고 하천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 환경연합은 용도와 기능을 상실하고 방치된 댐 철거를 시작으로 강 복권 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재은

댐이 사라지자 강의 생명이 돌아왔다

환경부는 폐기된 채 하천에 방치되고 있는 댐에 대해서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2008년까지 4년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기능을 상실한 보 철거를 통한 하천생태통로 복원 및 수질개선효과' 연구용역을 발주하여 시범사업과 사후 모니터링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2006년에 경기도 고양시 공릉천 상류에 있었던 곡릉2보를 시범적으로 철거했습니다. 공릉2보는 길이 약 80m, 높이 약 2m의 보로 1970년대 농업용수 공급용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주변 농경지가 비닐하우스 단지로 변하면서 공릉2보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공릉2보를 철거하자 어류가 8종에서 12종으로 늘어나고, 철거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메기와 참게, 얼굴동사리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수질도 대폭 개선되었습니다.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농도가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전반적으로 낮아졌습니다. 철거 전 BOD는 5ppm, 철거 후에는 1.2ppm이었습니다. 물을 막고 있던 댐을 걷어준 것만으로도 획기적인 수질 개선이 나타난 것입니다.

댐을 졸업시켜주세요

환경연합은 올해 전국 4대강 본류와 지천 곳곳에 위치한 1만8000개의 댐 중에 기능을 못하거나 용도가 사라진 댐을 찾아서 졸업시키려고 합니다. 전국에 위치한 소규모 댐, 대댐, 저수지, 하굿둑, 방조제 등 다양한 댐 중에서 기능과 용도가 사라진 댐들을 찾아내고 지역사회와 전문가, 주민들이 만나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낼 것입니다.

나아가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운동도 시작합니다. 계속해서 댐을 계획하고 설계수명을 다하거나 기능과 용도가 없어도 재평가할 수 있는 구조자체가 없는 법을 합리적으로 개정하려고 합니다. 4대강에 우뚝 솟은 쓸모없는 댐들을 모두 졸업시키는 날까지 환경연합이 뚜벅뚜벅 한 걸음씩 걸어갑니다.

▲ 덕진보 철거 후 잉어 떼가 돌아온 전주천. ⓒ이강민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 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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