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피해로 애타는 농민들
칠곡보에 물을 가둬두는 바람에 마을 지하수 수위까지 높아져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 씨는 말한다. 실제로 칠곡보의 수위는 25.5미터(m)로 주변 농경지의 수위보다 높아졌거나 비슷해졌다. 이 때문에 강물이 주변 농경지로 유입되고 지하수위를 상승시켜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농경지와 축사가 침수 피해를 입고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던 지하수도 보의 물이 섞이면서 식수로 불가능해졌다. 비 피해까지 입었다. "3년 전에 비가 왔는데 무릎까지 물이 찼어요. 칠곡보 때문에 물이 못 빠져나가니까. 마을 사람들이 죽게 생겼다고 난리를 치니까 그때 한 번 칠곡보 수문을 처음 열었어요. 이후로 50밀리미터(㎖) 이상 비가 온 적이 없지만 비만 오면 잠이 안 와요"라며 당시 상황을 전한다.
주민들은 칠곡보 수위를 2~3m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수위는 절대 낮춰줄 수 없다며 묵살했다. 대신 마을 한가운데 땅을 파 콘크리트 저류지를 만들었다. 이곳으로 지하수가 고이면 펌프를 이용해 물을 빼내 지하수위를 낮추겠다는 발상이다. 이 공사에 61억6000만 원이 들어갔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전 씨는 헛웃음친다. 칠곡보의 수위가 높은 상태에서는 이런 저류지나 배수시설은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고인 물에 모기 등 벌레가 들끓어 또 다른 피해를 겪을 것이라며 걱정했다. "모든 게 다 칠곡보 수위 때문이잖아요. 수위를 2~3m만 낮추면 되는데, 돈 들여 왜 이런 쓸데없는 거나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라며 답답해한다.
보 때문에 침수피해를 보는 지역은 덕산리뿐만이 아니다. 강정고령보, 창녕함안보, 죽산보, 합천창녕보 등 인근지역에서도 지하수위에 따른 침수 피해를 겪고 있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보 수위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그 어느 곳도 보 수위를 낮춘 곳은 없다. 대신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부터 264억9000만 원을 추가로 투입해 이들 지역에 저류지, 배수시설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뭄 해결도 못 하는 4대강사업 물
하지만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들은 보 수위를 낮추지 않는 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대체 보 수위는 왜 유지해야 하는 걸까.
정부는 가뭄에 대비하겠다며 강바닥을 파고 보를 세워 물을 가뒀다. 16개 보에서 확보된 수자원은 총 7.2억 세제곱미터(㎥)다. 하지만 보에서 확보한 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보를 통하여 확보된 수량은 평상 시 풍부한 하천유지용수 공급, 가뭄 시 용수 활용, 지하수위 유지, 강변경관 개선, 소수력 발전 등 다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할 뿐 수자원 활용에 대해 용도별로 구분하거나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답을 못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의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도 보를 통한 수자원 활용을 찾지 못했다. 조사위원회는 4대강사업 조사평가 보고서를 통해 "보의 위치선정 기준 및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 또한, 과거 최대가뭄 발생 시 용수부족량 발생지역과 4대강사업으로 확보한 사용가용수량 지역이 불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16개 보에 확보된 사용가능수량을 본류를 벗어난 가뭄발생지역으로 공급하기 위한 시설물 계획은 수립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번 가뭄을 겪으면서 4대강사업의 무용지물 여론이 높아지자, 수공은 대형물차를 대동해 보 물을 퍼 날라 주변 농지에 공급하고 있으며 가뭄 극복에 보에서 확보한 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수공이 밝힌 4대강 보에서 활용한 양은 1050㎥다. 가뭄 극복을 위한다며 4대강 16개 보에서 확보한 수량은 7.5억㎥다. 굳이 따지자면 0.00014%만이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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