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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침수에 가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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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침수에 가뭄에…

[함께 사는 길]강의 경고·③

경상북도 칠곡군 양목면 덕산리에 사는 전수보 씨는 칠곡보만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칠곡보가 생긴 후부터 농작물들이 썩어가고 소들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것이다. 주민들의 생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전 씨는 그게 다 칠곡보 때문이라고 분통을 터트린다.

침수 피해로 애타는 농민들

칠곡보에 물을 가둬두는 바람에 마을 지하수 수위까지 높아져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 씨는 말한다. 실제로 칠곡보의 수위는 25.5미터(m)로 주변 농경지의 수위보다 높아졌거나 비슷해졌다. 이 때문에 강물이 주변 농경지로 유입되고 지하수위를 상승시켜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농경지와 축사가 침수 피해를 입고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던 지하수도 보의 물이 섞이면서 식수로 불가능해졌다. 비 피해까지 입었다. "3년 전에 비가 왔는데 무릎까지 물이 찼어요. 칠곡보 때문에 물이 못 빠져나가니까. 마을 사람들이 죽게 생겼다고 난리를 치니까 그때 한 번 칠곡보 수문을 처음 열었어요. 이후로 50밀리미터(㎖) 이상 비가 온 적이 없지만 비만 오면 잠이 안 와요"라며 당시 상황을 전한다.

주민들은 칠곡보 수위를 2~3m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수위는 절대 낮춰줄 수 없다며 묵살했다. 대신 마을 한가운데 땅을 파 콘크리트 저류지를 만들었다. 이곳으로 지하수가 고이면 펌프를 이용해 물을 빼내 지하수위를 낮추겠다는 발상이다. 이 공사에 61억6000만 원이 들어갔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전 씨는 헛웃음친다. 칠곡보의 수위가 높은 상태에서는 이런 저류지나 배수시설은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고인 물에 모기 등 벌레가 들끓어 또 다른 피해를 겪을 것이라며 걱정했다. "모든 게 다 칠곡보 수위 때문이잖아요. 수위를 2~3m만 낮추면 되는데, 돈 들여 왜 이런 쓸데없는 거나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라며 답답해한다.

▲ 낙동강 물을 가둔 칠곡보. ⓒ함께사는길(이성수)

보 때문에 침수피해를 보는 지역은 덕산리뿐만이 아니다. 강정고령보, 창녕함안보, 죽산보, 합천창녕보 등 인근지역에서도 지하수위에 따른 침수 피해를 겪고 있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보 수위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그 어느 곳도 보 수위를 낮춘 곳은 없다. 대신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부터 264억9000만 원을 추가로 투입해 이들 지역에 저류지, 배수시설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뭄 해결도 못 하는 4대강사업 물

하지만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들은 보 수위를 낮추지 않는 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대체 보 수위는 왜 유지해야 하는 걸까.

정부는 가뭄에 대비하겠다며 강바닥을 파고 보를 세워 물을 가뒀다. 16개 보에서 확보된 수자원은 총 7.2억 세제곱미터(㎥)다. 하지만 보에서 확보한 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보를 통하여 확보된 수량은 평상 시 풍부한 하천유지용수 공급, 가뭄 시 용수 활용, 지하수위 유지, 강변경관 개선, 소수력 발전 등 다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할 뿐 수자원 활용에 대해 용도별로 구분하거나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답을 못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의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도 보를 통한 수자원 활용을 찾지 못했다. 조사위원회는 4대강사업 조사평가 보고서를 통해 "보의 위치선정 기준 및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 또한, 과거 최대가뭄 발생 시 용수부족량 발생지역과 4대강사업으로 확보한 사용가용수량 지역이 불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16개 보에 확보된 사용가능수량을 본류를 벗어난 가뭄발생지역으로 공급하기 위한 시설물 계획은 수립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 보의 높은 수위로 주변 농지가 침수되자 마을 한가운데 땅을 파고 만든 저류지. ⓒ함께사는길(이성수)

이번 가뭄을 겪으면서 4대강사업의 무용지물 여론이 높아지자, 수공은 대형물차를 대동해 보 물을 퍼 날라 주변 농지에 공급하고 있으며 가뭄 극복에 보에서 확보한 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수공이 밝힌 4대강 보에서 활용한 양은 1050㎥다. 가뭄 극복을 위한다며 4대강 16개 보에서 확보한 수량은 7.5억㎥다. 굳이 따지자면 0.00014%만이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된 셈이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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