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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주연의 '날림극', 그리고 '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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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주연의 '날림극', 그리고 '백도'

[시사통] 4월 7일 이슈독털

김종인 표 경제공약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후보(광주 서구을)가 지역 공약으로 내걸었던 삼성 미래차산업 광주 유치 공약을 중앙당의 공약으로 격상시켜 적극 추진하겠다는 약속인데요. <조선일보>는 이 공약을 고리로 경제민주화를 때렸습니다. 이 공약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경제민주화와 상충되는 것 아니냐며, 재벌 문제에 엄격했던 야당과 김종인 대표가 대기업의 힘을 빌려 광주 경제를 살리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나선 겁니다.

한 마디로 가당찮은 비판입니다. 경제민주화의 취지는 '함께 살기'이지 '죽이기'가 아니라는 걸 모를 리 없을 텐데도 이렇게 치고 나온 걸 보면 의도적 무지 모드로 김종인 표 경제민주화의 힘을 빼기 위한 것이라고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비판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김종인 표 삼성 미래차 광주 유치 공약의 핵심 문제는 '배반의 논리'가 아닙니다. '날림의 지르기', 그리고 '엉뚱한 더듬기'가 핵심 문제입니다.

'날림의 지르기'부터 살펴보죠. 김종인 대표가 삼성 미래차 광주 유치 공약을 내걸자마자 삼성전자가 보도자료를 내 부인했습니다. "이제 사업성 여부를 모색하는 단계로 구체적인 추진방안과 투자계획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애드벌룬이 하늘을 날기도 전에 송곳으로 터뜨려버린 겁니다. 김종인, 1인칭 주인공 화법으로 각색하면 바람을 넣기도 전에 김이 샌 것입니다.

왜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걸까요? 그 원인은 '날림'에 있습니다. 김종인 대표가 스스로 말했습니다. "우리 양향자 후보가 삼성 쪽과 사전에 협의한 걸로 안다"며 "양 후보 혼자만의 힘으로는 거의 실현이 어려울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중앙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요.

이 말에서 여실히 확인됩니다. 공약을 내걸기 전에 중앙당 차원에서 삼성과 접촉한 바는 없습니다. 중앙당 차원의 추진이 필요한 큰 문제라면서도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약속의 근거로 한 후보의 개인적 움직임만을 들었습니다. 날림으로 일단 지르고 본 겁니다.

이런 날림 행태의 배면에서 두 번째 핵심 문제인 '엉뚱한 더듬기'가 작동했습니다. 첫 번째 핵심문제인 '날림의 지르기'를 낳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인데요. 광주 민심을 잘못 읽은 겁니다. 민심을 읽는 더듬이가 잘못 작동한 겁니다.

김종인 대표가 말했습니다. "광주에서 얘길 들어보면 경제 미래가 암담하다는 게 현지인들 얘기다. 이를 인식한 이상 광주 경제 살리기를 위한 처방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삼성 미래차산업 광주 유치 공약을 질렀다는 겁니다.

하지만 광주에서 다른 얘기가 들려옵니다. 광주 민심이 더민주에 안 좋은 이유는 경제 문제 이전에 정치 문제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두 가지 사례를 들었습니다. 김종인 체제 성립 후 회복세를 보이던 더민주 지지율이 다시 꺾인 계기로서의 두 가지 사례인데요. 하나는 '셀프 공천'으로 대표되는 비례대표 공천 파동, 다른 하나는 낯선 정치 신인의 이유 없는 전면 배치입니다. 전자를 통해 더민주의 바뀌지 않은 속살을 봤고, 후자를 통해 광주에 대한 무성의를 봤다는 겁니다.

광주 민심이 이 지역 출신 현역 의원들의 구태에 염증을 내면서도 녹색 점퍼로 갈아입고 다시 출마한 이들을 더 많이 지지하는 건 이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더민주가 이들과 다를 바 없어서라고 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당을 우선시해서 평가한다는 겁니다.

광주에서 전해오는 이 얘기에 기초하면 패착은 김종인 대표가 놓은 것입니다. 전자는 김종인 발 파동이고, 후자는 김종인 표 공천이니까요. 그리고 제3탄인 날림 공약 역시 김종인 주연의 코미디극이고요.

지금까지 광주에 국한해서 얘기했습니다만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이슈독털'을 통해서 몇 차례 문제제기 했기 때문에 짧게 확인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김종인 체제에서의 더민주 총선 공약은 '도'도 아니고 '모'도 아닙니다. 국회 세종시 이전이나 삼성 미래차 광주 유치 공약은 사안 자체가 명료해서 임팩트 있게 전달됐지만, 결국은 헛발질 비슷하게 되면서 자충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도'도 아니고 '백도'가 돼 버린 겁니다. 반면 '모'는 없습니다. 경제민주화 의지를 바탕에 깐 구체적이고도 임팩트 있는 공약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경제민주화의 당위성은 읊조리지만 그 당위를 한방에 보여주는 '구상화'는 전시하지 않습니다.

이게 더 큰 문제입니다. 이게 더 큰 '날림'입니다. 목청 가다듬지 않고, 편곡도 하지 않은 채 기본 가락을 불러대다가 쉰소리로 음 이탈을 해버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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