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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못 믿는 3가지 이유…'野 숨은 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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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못 믿는 3가지 이유…'野 숨은 표'는?

총선, 여론조사 보도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4.13 총선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관련 뉴스가 넘쳐난다. 특히 여론조사 보도가 가장 잘 읽힌다. 구체적인 수치만큼 힘 있는 텍스트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여론조사마다 결과가 조금씩 다르다. 특정 지역의 한 후보는 A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경쟁자를 앞선 것으로 나왔는데, B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경우는 부지기수다.

각종 지역구별 여론조사를 종합했을 때, 새누리당의 승리와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다른 소리를 한다. 새누리당 권성동 전략본부장은 "언론에 나오는 여론조사는 다 '착시'"라며 "수도권의 경우 우리 당 후보의 실제 지지율은 15∼20% 낮게 나와 최악의 경우 135석으로 쪼그라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민주 이철희 종합상황실장은 "더민주가 자체 조사한 결과 여전히 새누리당이 강세인 것은 맞지만, 언론 조사와 우리 당 자체 조사가 상당한 편차가 있다"며 "지금 수준 내외로 득표한다면, 더민주가 110석 정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고,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그보다 더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110석 플러스 알파"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고평가', 더민주는 '저평가'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근본적인 의문이 발생한다. 과연 여론조사는 믿을만 한가?

여론조사가 의미를 갖지 못하는 이유들은?

<서울경제> 4일 자 여론조사 경기 분당갑 지역 결과를 예로 들겠다. <서울경제> 여론조사가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다른 여론조사도 다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경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경기 분당갑 지역에서 새누리당 권혁세 후보가 42.0%,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후보가 27.8%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가 무려 14.2%포인트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플러스 마이너스 4.4%포인트다. 즉, 오차 범위 8.8%포인트를 넘어서는 수치다. 그런데 '적극 투표층'을 보자. 권 후보는 0.6%포인트 빠진 41.4%를 기록했고, 김 후보는 8.5%포인트 상승한 36.3%를 기록했다. 지지율 격차는 5.1%포인트. 오차 범위 안으로 들어온다.

적극 투표층은 실제 투표장에 갈 의사가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적극 투표층 지지율이 높으면, 그 지지율이 실제 득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여기에서 단순 여론조사의 첫 번째 맹점이 발견된다. '나는 저 사람이 좋다'는 것과 '나는 저 사람을 찍을 것이다'는 다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선거일을 2~3일 앞두고 투표 참여 여부와 특정 후보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은 선거일 전 6일, 즉 오는 7일부터 시작된다.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유권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만 일반 지지율의 숫자가 높으면, 사람들에게 홍보 효과를 줄 수 있다. '내가 이렇게 인기 있는 사람이다'라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는 선거 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중앙선관위 선고 홍보 웹툰 中 ⓒ중앙선관위

둘째, 휴대전화를 이용한 여론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신뢰도를 깎아내린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를 살펴보자.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들이 있다.

이 조사는 100% 유선전화로 이뤄진다. 휴대전화 여론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휴대전화 가입자의 거주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통신사로부터 해당 정보를 받아낼 수가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게 안심번호인데, 정당과 달리 여론조사기관은 안심번호를 통한 조사가 어렵다. 그래서 유선 전화로만 여론조사가 진행된다. 4가구당 1가구 정도가 집 전화가 없는 현실에 비춰보면, 유선 전화 100% 여론조사는 그 자체로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조사는 전화 면접과 자동응답기(ARS) 방식을 섞었다. 즉 안내원이 직접 전화 통화를 시도해 유권자에게 지지 후보를 묻는 방식이 39%, 10통화 중 4통화를 차지하고, 자동 응답기를 활용한 방식으로 통화에 성공한 것이 61%, 10통화 중 6통화를 차지한다. 유선전화(집 전화)로 하는 여론조사의 특징 중 하나는 세대별 샘플을 도출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젊은 층의 경우 집 전화를 소유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여론조사가 시행되는 시간에는 주로 거주지를 떠나 있기도 하다. 물론 유선전화는 지역을 정확하게 '타겟팅'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보통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조사 방식을 섞어 여론조사를 하는 이유다.

다시 분당갑 여론조사로 돌아와 보자. 이 조사는 남성 249명, 여성 258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가 78명, 30대가 45명, 40대가 128명, 50대가 121명, 60대 이상이 135명이다. 30대 샘플이 부족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분당갑의 30대 인구 비율은 약 16%인데, 여론조사에 참여한 30대는 8.8%에 불과하다.

집 전화를 두지 않고, 주로 밖에서 활동하는 30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에서는 2016년 2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연령별 가중값을 부여한다. 성별, 지역별 가중값도 함께 들어간다. 그러나 가중값이 표심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은 아니다.

셋째, 응답자 수 자체의 문제다. 유선전화 조사는 지역이 반영돼 있는 국번별로 0001~9999까지 전화번호를 랜덤 생성해 시행된다. 전화 면접 조사의 경우 이 조사는 9733개의 전화번호를 생성했다. 그 중 2630의 통화 시도가 결번이거나 사업체번호, 팩스, 대상지역 아님 등으로 분류됐다. 4655건의 통화 시도가 연결 실패였다. 통화중, 부재중, 접촉 안 됨 등이 이유다. 연결 후 거절 및 중도 이탈 사례 수는 2250건이다. 응답 완료 사례는 고작 198명에 불과했다. 1만 번 통화를 시도해 198명이 답한 것이다. 응답률 8.1%가 도출된다.

ARS는 더 심하다. 약 4만 건의 전화 통화 시도가 이뤄졌으나 실제 응답한 숫자는 309명에 불과했다. 응답률 3.8%다. 전화 면접과 ARS를 합하면 전체 응답률은 4.8%가 된다. 응답자 규모가 적을수록 오차 범위는 늘어나게 된다. 오차 범위가 늘어난다는 것 역시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낮아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지만 여론조사 기관의 잘못이 아니다. 현행법 문제, 유권자의 비협조 등이 원인이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위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식의 여론조사 결과는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온다. 여야 전략 책임자인 권성동, 이철희의 주장대로, 안심번호를 확보한 정당의 비공개 여론조사가 조금 더 정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선거 표심을 제대로 읽는다고는 볼 수 없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박원호 교수는 "총선은 대선과 다르다. 대선은 전국 투표이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훨씬 수월하고, 기관들의 노하우도 많이 쌓여 있어 예측이 쉽지만, 총선은 지역별 선거다. 샘플을 정확히 찾아 조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추정하건대, 여론조사의 오차 범위도 수치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이른바 '숨어 있는 야권표'의 존재도 있기 때문에 요즘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사실상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당신이 누군가를 지지한다면 투표를 해라. 그러면 그 후보가 당선될 것이다.

야당의 숨은 표, 분명히 있다…그런데 어느 당 표일까?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 대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많은 여론조사 기관이 여당의 압승을 예상할 수 있는 결과를 냈지만, 투표함을 열어보니 야당의 승리로 나타났다. 이른바 '숨어 있는 야권표' 때문이었다. 여론조사에 걸리지 않는 표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상황을 당시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제3당의 출현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솔직히 더민주의 숨은 표는 예측할 수 있는 기관들도 있을 것이다. 대략 7~8% 정도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데, 이번에 새로 등장한 국민의당의 숨은 표는 예측하기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전반적으로 20% 이상의 '무당층'이 여론조사에서 감지된다. 이 부분은 여론조사의 신뢰도와 별개로 선거 예측 자체를 어렵게 한다.

국민의당 출현으로 유권자들이 결정에 장애를 겪고 있는 상황도 감안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의당의 숨은 표가 더민주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번 총선은 야당의 숨은 표, 특히 국민의당의 숨은 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중앙선관위 선거 홍보물 중 일부 ⓒ중앙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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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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