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서 '야권 연대'는 잊혀진 단어가 돼 간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른바 '안철수 신당'으로도 불렸던 국민의당 간의 연대는 국민의당 내 '천정배-김한길의 난(亂)'이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에게 진압되며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더민주와 정의당 간의 연대 역시, 더민주가 지난 23일 협상 대상 지역구에 대한 자당 후보 공천을 발표한 데 대해 정의당이 반발하며 파기 국면을 맞았다.
25일 현재, 야권 연대에 대해 야3당 지도부는 모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이날 대전 현충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서로 경쟁하는 후보들끼리 연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앙당에서)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며 여지를 뒀지만 "각 선거구에서 우열이 가려지고, 후보들끼리 연대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며 당 대 당 차원의 연대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차단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13일 총선 D-30 기자회견에서 "그저 새누리당에 반대하고 이기기 위해 손을 잡는 것만으론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무조건 뭉치기만 한다고 표가 오지 않는다. 정치공학적 덧셈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연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의당도 더민주가 협상을 파기했다고 비난하며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의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더민주가 스스로 지겠다고 선언한 것"(정진후 원내대표, 24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안철수 대표의 말처럼 "뭉치기만 한다고 표가 오지는 않"겠지만, 뭉치지조차 않는다면 승리의 가능성이 더 낮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3월 하순으로 접어들며 나온 최근 여론조사 지표들은 이를 '숫자'로 보여준다.
'왜 야권연대인가?' 서울 10곳 판세 보니…
우선 서울. 지난 24일 MBN방송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후 발표한 은평을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유재길 예비후보 24.4%, 더민주 강병원 후보 16.1%, 고연호 국민의당 후보 16.8%, 김제남 정의당 후보 7.3%, 무소속 이재오 후보 20.4%였다. 여기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전날 회견에서 은평을을 대구 동구을 등과 함께 '무공천 지역'으로 발표했다. (☞관련 기사 : 김무성, 유승민 지역구 등 5곳 "무공천하겠다") 유재길 예비후보가 새누리당 공천을 못 받아 범여권 후보가 이재오 의원 한 명으로 좁혀지면 여야 간 표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23일 KBS와 <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보도한 영등포갑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박선규 후보 38.7%, 더민주 김영주 후보 32.3%, 국민의당 강신복 후보 6.6%로 집계됐다. 전날인 23일 박선규 후보가 자체적으로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한 조사에서는 박선규 30.9%, 김영주 24.5%, 강신복 5.4%로 나왔다. 김 후보와 강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야 간신히 박 후보와 비슷해진다.
역시 위의 KBS·연합뉴스-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나온 영등포을 지역구 조사에서도 새누리당 권영세 후보 38.4%, 더민주 신경민 후보 28.2%, 국민의당 김종구 후보 12.9%로 집계됐고, 서대문갑에서도 새누리당 이성헌 후보 39.2%, 더민주 우상호 후보 33.7%, 국민의당 이종화 후보 5.6%로 나왔다. 도봉을에서는 새누리 김선동 42.9%, 더민주 오기형 22.4%, 국민의당 손동호 11.9%로, 야권 후보 두 사람의 지지율을 더해도 새누리당에 10%포인트가량 뒤지고 있다.
노원병에서는 새누리 이준석 34.1%, 더민주 황창화 13.9%, 국민의당 안철수 34.9%로 나왔다. 야권연대 무용론을 앞장서서 설파하고 있는 안 대표가, 본인 지역구에서도 야권연대 없이는 새누리당 후보와 오차 범위 내의 혼전 양상을 맞고 있는 셈. (서대문갑, 도봉을, 노원병 조사는 모두 KBS·연합뉴스-코리아리서치)
서울 성북을에서는 24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새누리 김효재 후보 32.0%, 더민주 기동민 후보 23.5%, 국민의당 김인원 후보 8.0%, 정의당 박창완 후보 3.9%였다. 이곳 역시 야권 후보 두세 명의 표를 합쳐야 여야 간 비슷한 형세의 싸움을 해볼 만하다. 같은 조사에서 나온 서울 △중.성동을 지역에서는 새누리 지상욱 43.9%, 더민주 이지수 13.8%, 국민의당 정호준 17.3%로 나왔다.
서울 광진을에서는 지난 23일 <시민일보>-리얼미터 조사에서 새누리 정준길 35.0%, 더민주 추미애 32.7%, 국민의당 황인철 10.8%로 나왔다. 옆 지역구인 광진갑은 김한길 의원의 총선 불출마가 반영된 조사는 없으나, 같은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이 새누리 37.7%, 더민주 17.5%, 국민의당 16.4%, 정의당 6.9%로 나왔다.
인천·경기, 경남 창원성산에서도 '1여다야'일 때 새누리 우세
서울만의 상황은 아니다. 인천 부평갑에서는 24일 <중부일보>-리얼미터 조사에서 새누리 정유섭 24.2%, 더민주 이성만 21.0%에 이어 현역 의원인 국민의당 문병호 후보가 17.3%를 기록했고, 친여 성향 무소속인 조진형 후보가 10.9%를 얻고 있다.
경기 성남중원에서도 24일 <조선>-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새누리 신상진 39.2%, 더민주 은수미 25.9%, 국민의당 정환석 6.3%로 집계됐다. 이 지역구는 22일 <중부일보>-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신상진 37.7%, 은수미 29.4%, 정환석 14.4%로 나왔다.
경기 안산상록을에서는 22일 <경인일보>-한국CNR/케이엠 조사에서 새누리 홍장표 26.3%, 더민주 김철민 18.8, 국민의당 김영환 14.5%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 수원갑에서도 <중부일보>-리얼미터 조사에서 새누리 박종희 38.6%, 더민주 이찬열 37.7%로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국민의당 김재귀 후보도 10.8%의 지지율을 얻었다.
경기 안양동안을에서는 지난 22일 정의당 중앙당이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한 조사에서 새누리 심재철 후보 대 정의당 정진후 후보의 양자 구도로 지지도 조사를 했을 때 심재철 38.6% 대 정진후 46.0%로 나왔으나, 최근 더민주는 이 지역에 이정국 전 지역위원장을 단수 추천했고, 국민의당도 박광진 후보를 단수 추천했다. 동 조사에서의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 31.4%, 더민주 26.6%, 국민의당 15.5%, 정의당 11.2%였다.
'진보 정치 1번지'로 불리는 경남 창원성산(구 창원을)에서는 지난 21일 <부산일보>-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새누리 강기윤 의원 40.9%, 더민주 허성무 도당위원장 15.9%, 국민의당 이재환 후보 4.2%,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 27.6%로 집계됐다.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저는 믿는다. 이런 퇴행적인 새누리당이 개헌 저지선을 무너뜨리게 하는 그런 결과를 국민들께서 주시지 않을 것"(안철수 대표, 3월 7일)이라는 전망이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격언과 충돌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이 기사에 인용된 모든 여론조사의 상세한 사항은 모두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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