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병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과 국민의당 김성호 전 의원이 야권 단일화 경선을 치르기로 합의했으나, 국민의당 측이 협상 내용 변경을 요구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한 의원은 1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갖고 "여론 조사 50%와 배심원제 50%를 혼합한 방식으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김 전 의원과 전날 합의된 합의문 내용을 밝혔다. 한 의원이 공개한 합의문에 따르면, 여론 조사는 유선전화 무작위걸기(RDD) 방식을 통해 2일 오전 10시부터 12시간 동안 조사 기관 2곳에서 각자 1000샘플을 수집해 실시하기로 했으며, 정당명을 후보자 이름 앞에 붙여서 조사하기로 했다. 여론 조사 질문 내용은 "이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새누리당 후보에 맞설 야권 단일 후보로 다음 중 누가 나서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보시느냐"로 정했다.
배심원단 구성은 다시민주주의포럼이 구성해 100명 이상, 200명 이하로 하기로 했고, 배심원 대회는 일요일인 오는 3일 저녁 7시에 열어 후보자당 10분 이내의 정견 발표와 패널 질문 등으로 총 50분간 토론한 후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들은 단일화 협상을 중재한 시민단체 '다시 민주주의 포럼'에 경선 진행과 감독, 결과 발표를 모두 위임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국민의당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오늘 아침에 김 전 의원과 통화했다"면서 "김 후보가 한정애 후보와 합의한 단일화 방식에 대해, 여론 조사 방식에 대한 당의 입장은 '정당 지지도에 기반한 여론 조사 아닌 순수한 후보 개인의 경쟁력과 적합도에 기반한 여론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그) 취지는 후보 적합도를 물어볼 때 '무슨 당 누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앞의 당명을 뺀 상태에서 순수한 후보 이름만을 가지고 판단을 구하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는 것)"이라며 "대전 대덕구에서 김창수 후보가 이미 상대 후보와 합의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호 전 의원 측의 단일화 입장 변경은 현 협상안에 대한 국민의당 중앙당의 부정적 태도에 영향을 받은 셈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나 강서병 단일화 상황에 대해 "보고를 못 받았다"며 언급을 하지 않았고, 노원역 유세 때도 "(추가 단일화는) 있더라도 소수"라며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들을 안 했으면 좋겠다. 누가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후보인가를 주민들께서 결정하시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간담회에서 이같은 안 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후보 단일화 논쟁이 생산적이지 않다"고 하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추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부좌현 후보(경기 안산단원을)가 한다는데, 그건 상세한 보고가 아직 안 들어와 있다. 정호준 후보(서울 중.성동을), 김성호 후보 외에 후보 단일화를 추진 중인 지역은 보고받은 게 없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당은 당과 상의 없이 후보 임의대로 단일화를 할 경우 징계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일화 대상 지역으로 꼽히는 국민의당 후보들도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 강동을(강연재), 구로갑(김철근), 경기 성남중원(정환석) 지역 등의 국민의당 후보들은 더민주와의 단일화 없이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더민주 금태섭(강서갑), 진성준(강서을), 신경민(영등포을), 고용진(노원갑) 등 후보들도 국민의당에 단일화 제안을 했지만 긍정적인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강서병 단일화 협상을 중재했던 다시민주주의포럼 측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의원 측의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포럼 측은 "야권 연대에 대한 국민의당의 이중적 태도를 규탄한다"며 "양자 간 합의가 번복되는 사태에 깊은 유감"이라고 했다. 이들은 양 측의 협상을 중재한 경과를 세세히 밝히며 "(전날 합의 후) 김 후보가 '중앙당에 보고하겠다'고는 했으나 중앙당의 추인을 받아야 하는 '잠정 합의'라고 한 적은 없다. 아름다운 합의가 어그러진 데 국민의당의 단속과 압박이 있었다는 데 분노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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