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 대선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26일(현지 시각) 미국 방송 CBS의 <페이스더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한 자리에서 미국 대선을 지켜보는 세계의 지도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대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당혹스러운 사건들은 국가적으로 창피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케리 장관이 올해 대선 때문에 미국이 국제 망신을 사고 있다는 식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트럼프의 발언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CBS는 "케리 장관은 누군가의 이름을 집어서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은 미국에 있는 무슬림 커뮤니티를 감시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트럼프는 무슬림들의 미국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후보는 이민자들에 대한 강한 반감을 여러 차례 표출해왔다. 그는 무슬림들의 입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이민자들을 막아야 한다면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담장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테러를 막기 위해 미군이 포로를 고문해야 하고, 테러리스트의 가족들까지 폭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등에 대해서는 미국이 이들 국가에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돌아온 대가는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과격한 주장에 이미 세계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미국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유럽과 중동, 중남미, 아시아 등지의 외교관들이 트럼프의 발언에 불만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멕시코 대통령과 독일 부총리 등 트럼프가 지목한 국가들의 주요 지도층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벨기에 테러 직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탱고를 춘 것과 관련, 케리 장관은 "미국 대통령의 일정은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방문 이후 다음 순방지로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 참가했다. 이 만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여성 댄서의 권유로 식사 도중 탱고를 췄다.
이를 두고 곳곳에서 비판 여론이 일어났다. 백악관으로 바로 돌아오지 않은 것도 모자라, 테러가 일어났는데 한가하게 춤이나 추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케리 장관은 "(만찬은)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중요한 일정이었다"며 "특정한 장소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 때문에 일정을 멈출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은 이미 쿠바에 있을 때 벨기에 총리와 (이번 테러에 대해)이야기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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