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첫 선대위원장단 회의에서 진영·김진표 선대위 부위원장이 일제히 야권 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그간 야권 연대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때문에 진·김 부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특히 두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1차로 부위원장에 임명된 이들로, 김 위원장에 의해 당에 영입됐거나(진영), 기존 제1야당 내 보수파를 대표하는 인물(김진표)이다. '김종인 컬러'에 누구보다 부합하는 이들인 셈이다.
28일 열린 오전 1차 더민주 선대위원장단 회의에서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포용적 성장과 보다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거기에 매진하고자 한다"며 '경제 우선' 기조만을 강조했다.
그러나 진영 부위원장은 " 이번 총선은 시대적 흐름에서 한없이 이탈하고 있는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어야 한다"며 "야당 간의 경쟁은 잠시 미뤄두고 힘을 합쳐 정부 여당의 독주를 막아내야 한다"고 했다.
김진표 부위원장은 좀더 직접적으로 "경제 무능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야권이 연대해야 한다"며 "특히 수도권에서 야권이 연대해야만 박근혜 정권을 심판할 수 있고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그런데 이와 반대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에게 묻고 싶다. 야권이 분열하면 장막 뒤에서 웃을 세력이 누구겠느냐"고 공세를 펴면서 "안 대표는 국민의 명령에 다시 한번 귀기울여, 수도권 선거에 야권 연대를 만들어 달라"고까지 했다.
이들뿐이 아니었다. 2014년 당시 새정치추진위원회와 민주당의 합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탄생할 때 '안철수 세력' 측 발기인이었던 이근식 부위원장(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1여 다야'로 짜여진 총선 구도에서,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가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야권 모두가 전향적 자세를 보여줘야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야권 전체가 함께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의당, 국민의당과 단일화 작업에 적극 앞장서서 반드시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김홍걸 부위원장도 "국민의당에 계신 분들께 말씀드린다. 그쪽에서 자신들이 '김대중 정신'을 계승한 적자라고 표현하는데, 지금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은 그런 얘기가 아니다"라며 "우선 야권 연대에 적극 나서서 국민들에게 '믿을 수 있는 야당'이라는 신뢰감을 주기 바란다"고 했다.
더민주는 또 이날 '해외 민주연합' 명의의 '총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통 큰 야권단일화 독자 선언 촉구 성명서'를 당 공식 홍보 메일로 기자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1여다야' 구도에서 새누리당의 우위가 확인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 수도권 15곳 여론조사 보니…이래도 "연대 없다"?) 야권 연대에 부정적인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본격화되기 전에, 당 내에서 선제적으로 차단막을 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들의 발언이 실제로 단일화를 성사시키기 위한 촉구 성격이라기보다는, 야권 내의 경쟁자인 국민의당을 비판하면서 '상대적으로 더민주는 야권 연대에 더 긍정적 태도를 갖고 있다'는 면을 부각시키려 선거 전술이 아니냐고 국민의당 쪽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진짜로 야권 연대를 하려고 한다면 저렇게 공개 석상에서 안 대표를 비난하면 되겠느냐. 특사를 보내서 비공식 논의부터 시작하거나 해야 할 것 아니냐"며 "김종인 위원장이 '통합론'을 툭 던진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연대가) 안 된다"고 더민주의 진의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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