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전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야권 연대를 성사시키지 못한 데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천정배 공동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데 이어, 김 전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까지 나오면서, 국민의당 내에서 야권연대를 둘러싸고 벌어진 지도부 내부의 '난(亂)'은 정리됐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승자가 됐다.
김 전 위원장은 17일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저는 작금의 정치 상황에서 집권세력의 압승이 불러올 끔찍한 상황을 막아내고, 동시에 우리 당이 수도권에서도 의석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당 차원의 야권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를 성사시키지 못했다"며 "스스로 책임을 물어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다"고 밝혔다.
관심은 김 전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이 향후 탈당 등 더 높은 수위의 방법을 통해 안철수 대표 측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인지, 아니면 더 이상은 싸우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돌을 던진' 것이었는지에 쏠렸다. 결론은 후자였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국민의당 당직자는 "노력했는데 안 되지 않았느냐"며 "총선 때까지 더 이상 뭘 더 어떻게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당직자는 "김 전 위원장은 탈당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심경에 대해서는 측근들에게도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문자 메시지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있기에 말씀을 줄인다"고 했다.
이로써 국민의당 지도부 내부 '야권연대의 난'은 정리된 분위기다. '독자파'인 안철수 대표가 '연대파'인 천정배 공동대표, 김 전 위원장 등의 이견을 진압하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앞서 야권연대를 주장하며 당무 거부에 나섰던 천 공동대표는 지난 15일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수도권 등 비호남 지역에서 부분적인 야권 연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지만, 현재 여러 여건상 당 차원의 수도권 연대는 여의치 않고 이 상태에서 더욱 열심히 당 대표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에 이르렀다"며 기존 입장에서 후퇴, 당무에 복귀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눈뜬 사람 하나가 모든 진실을 말해준다는 말이 있다. 답답하다"며 "한 달 뒤의 (총선) 결과에 야권 지도자들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최재천 의원도 같은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천 대표가 처음에는 안철수 공동대표를 빼고서라도 야권 통합에 나설 의지가 있었다"며 "3일 오찬을 함께하며 이런 얘기가 오갔는데, (지난 4일) 국민의당이 최고위-의원총회 연석회의를 통해 '통합 불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통합 논의는 힘들어졌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다만 지도부 내부의 이견은 진압됐지만, 천 대표와 함께 구 국민회의(이른바 천정배 신당)을 함께 했던 외곽조직이 이에 반발하고 있고, 일부 인사들은 탈당 선언까지 하고 있는 등 광주 지역에서는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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