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의원은 26일(현지 시각) 미국 서부 지역인 워싱턴 주와 알래스카 주, 하와이 주에서 열린 경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클린턴 전 장관을 따돌렸다. 그는 워싱턴 주에서 72.7%의 지지를 받아 27.1% 득표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에 큰 격차로 앞섰다.
알래스카 주에서는 표차가 더 벌어졌다. 샌더스 의원은 81.6%를 득표해, 18.4%의 지지를 받는데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압도했다. 하와이 주에서도 샌더스 의원은 70.6%의 지지를 받아 29.2%의 지지를 받은 클린턴 전 장관을 여유있게 제쳤다.
이날 경선 결과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샌더스의 승리는 예견됐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올해 민주당 경선에서 흑인과 히스패닉이 힐러리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는데, 워싱턴과 알래스카 모두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별로 없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위스콘신 주 매디슨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는 경선을 시작할 때부터 동남부 지역(Deep South)에서는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부 지역으로 오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점 또한 알고 있었다"면서 승리를 자축했다.
실제 이른바 'Deep South' 지역으로 분류되는 미국 동남부의 조지아 주와 앨라배마 주, 미시시피 주, 루이지애나 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등 흑인의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서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 장관에 열세를 보여왔다. 또 샌더스 의원은 남부 지역의 굵직한 승부처인 플로리다 주와 텍사스 주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날 상대적으로 흑인 비율이 적은 워싱턴 주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샌더스 의원은 향후 경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대등하게 겨뤄볼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실제 최근 발표되는 전국 지지율에서 샌더스 의원과 클린턴 전 장관이 박빙의 승부를 보이면서 이른바 '힐러리 대세론'이 주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로이터>와 여론 조사 기관 입소스가 지난주 1249명의 민주당 유권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은 47%, 샌더스 의원은 46%의 지지를 받았다. 또 <블룸버그>가 셀처 앤 컴퍼니와 함께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오히려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보다 1% 높은 49%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내세우는 샌더스 의원의 전략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미국의 제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중산층을 되살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장관 재임 시절 자유무역협정의 일종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찬성했다는 점도 샌더스 의원에게는 선거 전술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카드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거 전략이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제 자유무역협정으로 경제적인 불황을 겪었던 미국 중부의 이른바 '러스트벨트' 지역 경선에서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에 뒤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향후 남은 굵직한 승부처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여전히 샌더스 의원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247명의 대의원이 걸려있는 뉴욕 주와 189명의 대의원이 걸려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모두 클린턴 전 장관이 우세한 상황이다.
실제 에머슨 대학이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뉴욕 주 민주당 유권자 37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71%의 지지를 받아 23%에 그친 샌더스 의원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펜실베니이나 주의 경우 프랭클린 마샬 대학이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민주당 유권자 40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53%의 지지를 획득, 28% 지지에 그친 샌더스 의원에 앞서 있다.
하지만 뉴욕 주와 펜실베이니아 주 경선이 다음달 말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지금의 조사보다 실제 격차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 전 장관이 이날 패배로 "젊은 층과 샌더스의 열광적인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클린턴의 연설 능력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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