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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 순이익 18억 당 고용 1명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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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현대, 순이익 18억 당 고용 1명 늘렸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삼성·현대 29개사의 순이익과 고용 변화 분석

"기업이 성장해야 국가 경제도 살아나고 고용과 임금도 증가한다."

우리가 그동안 기업이나 경제지로부터 자주 들어온 얘기이다. 과연 사실일까. 하지만 실제 경제 수치들을 놓고 보면 <국부론>의 저자인 애덤 스미스가 다시 살아온다 하더라도 고개를 가로저을 상황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성장을 독식하고 있는 재벌들은 과연 고용을 얼마나 늘려왔을까.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고용의 변화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매년 6월 30일에 고용 형태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공시 내용에는 직접 고용하고 있는 정규직, 비정규직은 물론이고, 용역·하청 등 간접 고용 형태로 사용하는 비정규직의 규모까지 적시해야 한다. <인사이드 경제>는 2014년과 2015년 공시 자료를 토대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의 고용 규모를 따로 뽑아서 분석해 보기로 했다.


우선 위 표는 삼성그룹 18개 상장사들의 고용 형태를 정리해본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비정규직' 항목에 있는 규모는 본래 직접 고용 형태인 계약직만이 아니라 간접 고용 형태인 용역·파견 노동자들이 포함된 수치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비정규직 비율이다. 삼성그룹 18개 상장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전체 노동자 대비 비정규직 비율은 2014년 35.9%(11만370명)였고 2015년에는 36.8%(11만7685명)로 늘어난다.


이번에는 현대차그룹 11개 상장사의 고용 규모를 나타낸 표이다. 역시 비정규직 비율을 살펴보면 2014년에는 33.3%(6만2117명), 2015년은 32.8%(6만2423명)로 그 비율이 소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모두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비율이 30%가 훨씬 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얼마 벌어서 고용에 얼마나 투자했을까

상장사들만 고용 형태를 공시하는 것은 아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이면 어디나 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인사이드 경제>가 상장사들만을 분석의 소재로 삼은 이유는, 이들이 기록한 당기순이익과 비교해보기 위해서다. 상장사들의 경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당기순이익을 비롯해서 일정 수준의 회계 정보를 공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이드 경제>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상장사들이 2014년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냈는지, 그리고 이들 기업들에서 2014년 대비 2015년에는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비교해 보았다. 먼저 삼성그룹 18개 계열사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2014년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삼성그룹 내 상위 5위에 해당하는 기업들만을 보더라도 고용 규모 증가는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무려 14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2014년 대비 정규직 고용을 4952명 늘렸을 뿐이며, 비정규직 고용은 966명이 늘어났다.

1조 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삼성생명보험은 정규직 고용이 1125명 줄고, 비정규직 고용도 543명 줄어 오히려 구조 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8000억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삼성화재해상보험은 정규직을 83명 줄였고 비정규직만 305명 늘렸다. 최근 합병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역시 3000억~4000억의 순익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고용은 조금 늘거나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은 4000~6000명 가량 늘어났다.

삼성그룹 18개 상장계열사를 다 합하면 무려 19조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정규직은 5121명, 비정규직은 7315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천문학적인 순이익을 기록해도 총고용은 고작 1만2000명이 늘어난 것에 불과하며, 그나마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고용이 더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에 이어 2위 재벌인 현대차그룹의 경우는 어떠할까. 마찬가지로 2014년 당기순이익 기준 현대차그룹 내 상위 3위에 해당하는 기업들인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수치를 살펴보도록 하자.

5조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현대자동차는 2014년 대비 정규직 고용을 1546명 늘렸고 비정규직 고용은 382명 줄어들었다. 2조4000억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기아자동차 역시 정규직 고용은 388명 늘었고 비정규직 고용은 137명 줄어들었다. 2조 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현대모비스는 정규직이 720명 늘고 비정규직이 81명 줄었다.

외형상으로는 정규직이 늘고 비정규직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눈속임이 들어 있다. 현대차의 경우 불법 파견 의혹을 회피하고 비정규 노조를 탄압할 목적으로 사내 하청 중에서만 정규직 신규 채용을 단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2014년에만 1500명이 넘는 사내 하청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채용되었기에, 당연히 정규직 고용이 늘고 비정규직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정규직 고용 증가폭(1546명)에 비해 비정규직 감소폭(382명)이 매우 작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즉, 사내 하청 노동자 일부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긴 했으나, 정규직으로 선발된 사내 하청 자리에 또다시 다른 사내 하청을 상당히 투입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정규직 고용이 비정규직에 비해 더 늘어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당기순이익 규모에 비추어봤을 때 그 규모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11개 계열사를 다 합하면 총 11조5000억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정규직은 3567명 비정규직은 306명이 늘어났다. 삼성그룹과 마찬가지로 천문학적인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총고용은 고작 3873명이 늘어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순이익 18억당 고용 1명 늘어났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29개 상장사의 수치를 모두 합산해보자. 이들이 2014년에 기록한 당기순이익은 30조 2549억 규모인데 2014~2015년 사이 정규직·비정규직을 모두 합해 고작 1만6309명의 고용을 늘렸을 뿐이다. 그나마 늘어난 고용의 절반(7621명)은 비정규직이었다.

평균적으로 따져보면 당기순이익 18억 5500만 원 당 1명의 고용이 늘어났다는 계산이 나온다. 1명의 고용을 늘릴 때 들어가는 비용을 연간 약 5000만 원 안팎으로 추산해 본다면, 삼성과 현대차 등 대표적인 재벌그룹들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 신규 고용에 고작 2~3%만 투자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을 '일자리'에 맞추겠다고 얘기한 바 있으며, 경제 지표 역시 (실업률이 아니라) '고용률' 상승에 역점을 두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정책의 방향을 보면 실현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임금 피크제를 통해 청년 고용을 늘리겠다, 상위 10% 노동자 임금인상 자제를 통해 고용 창출 노력을 하겠다, 대기업 노조 임금 체계 개편을 통해 신규 고용 여력을 키우겠다…? 아니, 노동자들이 수십조의 돈을 벌어줘도 그 중에서 신규 고용에 2~3% 밖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들이, 게다가 그나마도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리려 하는 그들이 과연 이런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한들 고용을 얼마나 늘리려 할까?

차라리 삼성과 현대차그룹 상장사들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에 10% 세금만 매겨도 3조 원의 재원이 마련된다. 이 돈으로 공공 부문에 연간 5000만 원 가량의 신규 일자리만 창출해도 6만 명을 추가 고용할 수 있다. 왜 더 효과적이고 확실한 길을 놓아두고 노동자들 호주머니에서 비용을 빼갈 생각만 하는 걸까? '일자리'와 '고용률'을 만드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길은, 재벌들에게 그 비용을 책임지도록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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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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