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이 결국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등 친박계의 '시간 끌기' 공세에 밀려 무소속 출마 시한을 한 시간여 남겨두고서다. 유 의원의 탈당 회견 직후, 구 친이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과 주호영 의원도 탈당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계'로 알려진 류성걸 의원도 탈당을 선언했다. 유 의원의 본의가 무엇이든, 이제 그는 새누리당 탈당파의 정치적 중심에 서게 됐다.
유 의원은 23일 밤 10시 45분께 대구 지역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에 대해 "공천에 대해 당이 보여준 모습은 정의가 아니고, 민주주의가 아니고, 상식과 원칙이 아니다.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정의가 짓밟힌 데 대해 저는 분노한다"며 "저 개인의 생사에 대한 미련은 오래 전에 접었고 원망도 버렸다. 마지막까지 제가 고민했던 건, 저의 오랜 질문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였다"고 했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질문은 그가 지난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며 밝힌 입장의 핵심이기도 했다.
유 의원은 "당을 사랑했기에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에 참 가슴이 아팠다"며 "작년 4월의 국회 대표연설을 다시 읽어봤다. 몇 번을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난 내용은 없었고, 오히려 당의 정강정책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저의 노선과 가치가 옳다고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유승민 "새누리당도 양극화 고민")
유 의원은 "결국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 한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며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애당초 없었고, 진박, 비박이라는 편가르기만 있었을 뿐이다. 국민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직격탄을 쏘았다.
유 의원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의 구절을 다시 한 번 인용하며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원칙이 지켜지고 정의가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고 했다. 그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정든 집을 잠시 떠난다"며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단지 4.13 총선 출마를 선언한 것이 아니라, 그는 "오늘 저의 시작이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나아가는 새로운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며 "저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미어진다. 이 분들은 우리 당을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개혁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오신 분들이다. 제가 이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서 '보수 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지지를 부탁드린다"며 새로운 정치세력의 중심이 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준비해온 기자회견문을 읽은 뒤, 기자들의 이어진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회견장을 떠났다. 지지자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메아리'는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구 친이계 중진으로, 이번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이재오 의원이 이날 밤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 의원은 오는 24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자세한 입장을 밝힐 것을 예고했다. 역시 비박계 3선 중진으로, 공천 탈락한 주호영 의원도 이날 밤 탈당계를 냈다. 주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특임장관을 지내 친이계로 분류된다.
유승민계로 불리는 대구 초선 류성걸 의원도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류 의원은 이날 밤 기자회견을 열어 "저를 탈당으로까지 몰아세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공관위원들은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이다. 도덕성, 경쟁력, 의정활동 평가에 대한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 의원은 "그 분들의 결정은 언젠가는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몇몇 사람들의 어리석은 독선과 오만이 우리 정치와 새누리당의 시대를 거꾸로 돌려세운 것 같아서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유 의원과 그의 '동지들'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정치적 파장을 낳을지가 주목된다. 이날 밤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회의장 밖에까지 고성이 새어 나왔다.
※다음은 유승민 의원 기자회견문 전문(全文).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구 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저의 고민은 길고 깊었습니다.
저 개인의 생사에 대한 미련은 오래 전에 접었습니다.
그 어떤 원망도 버렸습니다.
마지막까지 제가 고민했던 건, 저의 오랜 질문,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였습니다.
공천에 대하여 당이 보여준 모습,
이건 정의가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상식과 원칙이 아닙니다.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일 뿐입니다.
정의가 짓밟힌 데 대해 저는 분노합니다.
2000년 2월 입당하던 날부터 오늘까지, 당은 저의 집이었습니다.
이 나라의 유일한 보수당을 사랑했기에, 저는 어느 위치에 있든 당을 위해 제 온 몸을 던졌습니다.
그만큼 당을 사랑했기에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에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2011년 전당대회의 출마선언, 작년 4월의 국회 대표연설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몇 번을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난 내용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당의 정강정책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저의 노선과 가치가 옳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 한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습니다.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애당초 없었고, 진박, 비박이라는 편가르기만 있었을 뿐입니다.
국민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권력'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2항입니다.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원칙이 지켜지고 정의가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입니다.
오늘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정든 집을 잠시 떠납니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습니다.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습니다.
제가 두려운 것은 오로지 국민뿐이고, 제가 믿는 것도 국민의 정의로운 마음뿐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이 길을 용감하게 가겠습니다.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보수의 적자, 대구의 아들답게 정정당당하게 가겠습니다.
국민의 선택으로 반드시 승리해서 정치에 대한 저의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저의 시작이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나아가는 새로운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와 뜻을 같이 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 분들은 우리 당을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개혁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오신 분들입니다.
제가 이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서 보수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3월 23일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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