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3일 늦은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을에 '무공천'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유 의원의 '무소속 생환'을 터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당내 논란을 예고했다.
김 대표는 "유일하게 남은 미결 지역인 대구 동구을은 오늘 7시에 있을 공관위에서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라는 점을 제가 밝힌다"고 말했다. 공관위가 무공천 결정을 내리지 않더라도 최종 추인을 해야 하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비토를 놓을 수 있다는 엄포를 내놓은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감안한 듯 '이재만 후보를 공천할 경우 공천장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여러 의미가 포함돼 있다"며 '옥새 투쟁'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는 유 의원과 다른 경쟁자의 무소속 출마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이다. 김 대표는 무공천 이유로 "지금 이 시간에 이것을 밝히는 이유는, 오늘 밤 12시까지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면 탈당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실제 유 의원은 공천 탈락이 확실해지자 밤 10시 50분 대구에서 탈당 및 무소속 출마 선언을 했다. 탈당 마지막 시한을 1시간 10분 남긴 상황에서다. 유 의원이 탈당하자 이재오, 주호영 의원이 줄줄이 탈당했다.
탈당의 명분은 유 의원이 쥐고 있다. 쉽게 말해 유 의원이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으니 아예 의석 1석을 버리겠다는 것인데, 이는 공당에서 벌어지기 힘든 희한한 일이다. 친박과 비박의 경쟁이 '해당 행위'로 발전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은 셈이다.
김무성 대표의 막판 '몽니'에 친박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당장 "무공천은 없다"고 김 대표를 들이받았다. 이 위원장은 '여론조사로 보면 유승민 의원이 다른 후보에 앞서지 않느냐'는 질문에 "누가 그래? 조사해봤어? 조사해봤냐고"라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공관위 회의를 마치고 "대구 동을(유승민 의원 지역구)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아직 결론을 못 냈다"며 결론을 24일 오전 9시로 미뤘다. 이 위원장은 "될 수 있으면 합의하려고 하지만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표결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김무성의 '마지막 승부', 공은 던져졌다
김 대표는 그간 최고위에서 "유 의원 공천 탈락 여부를 두고 표결을 하자"는 친박계의 제안을 거부해 왔다. 그리고 자신의 측근인 김을동 최고위원을 통해 "김 대표는 유 의원을 경선에 붙이자고 주장해 왔다. (이전에는) 유 의원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본인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마지막 수단으로 무공천 지역 선정 카드를 내놓으며 당 공관위와 친박계에 불을 지핀 셈이다. 다른 후보들의 공천이 끝난 상황이라 김 대표가 유 의원을 이용해 승부를 걸기가 용이해졌다. 애초 김 대표는 이런 시점을 노렸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현재 서울 은평을(이재오 의원 무소속 출마 예상 지역) 등 네 곳을 '무공천 지역'으로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김 대표의 막판 '옥새 투쟁'이 성공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간 김 대표는 번번이 친박계의 압력에 무릎을 꿇어왔다. 그러나 이번에 김 대표가 총대를 맨다면 '옥새 투쟁'을 통해 무공천을 관철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약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되면 유 의원은 물론 '진박' 후보로 유 의원과 경쟁하고 있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도 무소속 출마를 해야 한다. 무소속 후보끼리 경쟁하게 된다면 유 의원이 유리하다는 것이 정가의 일반적인 평가다. 만약 무공천이 관철되면 김 대표는 친박에 '배신자를 돕은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친박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유 의원의 무소속 생환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상향식 공천이 100%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친박계의 전횡으로 공천에 실패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친박계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과다. 친박계가 총선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승민을 이용한 김무성의 '마지막 승부'가 시작됐다. 결론은 하루 이틀 안에 날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